회견 시작 30여분만에 불법 집회로 규정 경고방송 후 연행
각계 비난성명 잇따라...경찰 "명백한 불법" "정상참작"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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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 기자회견 중인 성직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도 안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몇차례 경고 방송을 한 후 34명을 잇따라 체포해 애초부터 강제진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군사기지 저지 범대위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모임은 27일 오전 9시30분쯤 해군기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37분만인 10시7분께 서귀포경찰서 오인구 경비교통과장은 "여러분은 엄연히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지금 즉시 해산하라"고 경고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10시18분쯤 오 과장은 "여러분은 미신고 집회와 업무방해를 하고 있고,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며 "해산하지 않으면 전의경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10시25분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전.의경 4개 중대를 투입, 기자회견중인 성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주변을 둘러쌓았고, 레미콘 차량을 막고 있던 민주노동당 현애자 제주도당위원장, 진보신당 이경수 도당위원장, 한경례 전여농 제주도연합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5분쯤 뒤에는 다시 연좌농성 중인 천주교 고병수.현문권.현성훈.이찬홍 신부와 이정훈.송영섭 목사를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이어 경찰은 10시35분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기룡 군사기지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강정마을 주민 등을 차례로 집시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한 사람씩 체포했다.

회견이 시작된지 불과 1시간여만에 속전속결로 강제진압을 마무리했다.

주변에 있던 범대위 관계자가 "통상적인 기자회견인데 경찰에서 임의대로 불법 집회로 규정했다"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었다.

제주에서 기자회견중인 인사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찰은 회견 참석자들에게 수차례 자진해산 기회를 줬고, 법률 규정을 충분히 검토한 후 불법집회로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찰의 강제진압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은 잇따라 성명과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이 무슨 집시법 위반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경찰은 연행에 항의하던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안하무인식으로 대해 공분을 샀다.

현장을 찾은 의원들은 "해군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상황에서 경찰이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잡아가 버렸다" "기자회견을 하는데 체포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대해 강대일 서귀포경찰서장은 "법적으로 업무방해를 했고, 미신고 집회를 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연행이 아니라 체포다. 공부 좀 하고 오라"고 강제진압이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오인구 과장은 도의원들을 향해 "왜 이제와서 풀어달라고 하느냐. 뭣하러 왔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경찰청 고영일 수사과장은 강제연행에 항의하기 위해 찾아온 범대위 대표단에게 "정보, 경비 부서에서 미신고 집회와 업무방해로 판단을 했고, 현장 지휘관인 서귀포경찰서장의 지휘아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하면서도 "체포된 사람들이 억울함이 없도로 철저히 조사하고, 정상 참작을 하겠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전날 평화적인 회견에 대한 예고가 있었는데도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찰의 강제 진압은 공사 강행의지가 큰 해군의 편을 드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넘어 극도로 민감해진 주민들을 오히려 자극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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