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초부터 수익성 급급…제주노선 외면
전체노선 중 제주는 60%, 설립취지 퇴색

제주도민의 힘으로 만든 (주)제주에어 노선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초 도민의 발이 되겠다던 설립취지와는 달리 '수익성'과 '정부시책'에 크게 기울면서 제주기점 운항횟수가 전체의 60%로 크게 줄어들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주)제주에어(대표 주상길)는 제주~서울, 제주~부산 그리고 서울~부산 등 주 3개 노선을 확정한데 이어 지선 노선 1개를 추가해 내달초 건설교통부에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제주도와 한국능률협회, 그리고 제주에어 파트너인 애경그룹이 제시했던 노선과는 크게 달라진 운항노선이다.

제주도와 한국능률협회는 2003년 12월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도민의 항공수요에 충족하고 초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제주기점 김포, 김해, 대구노선에 우선 취항하고 추가로 광주와 청주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에어 역시 출범 직후 이 같은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제주에어가 확정한 주 운항노선은 제주~대구노선을 빼는 대신 제주도민의 뭍 나들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서울~부산노선을 택했다.

제주에어가 수익성 분석을 한 결과, 제주~대구 노선보다는 서울~부산노선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서울~부산노선이 전국 항공노선 중 제주~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익성이 좋은 노선이라는 것은 누구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대구 노선을 택한 것은 제주에어가 도민의 발이 돼야 한다는 회사설립의 근본 취지에 따른 것이다.

제주에어가 이 같은 설립취지를 외면하고 사업 초기부터 서울~부산노선을 택함으로써 도민과 관광객 수송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하려는 인상을 짙게하고 있다.

또 노선별 운항횟수도 마찬가지다.

이 4개 노선 1일 운항횟수는 편도 25회, 왕복 50회로 제주~서울 28회, 제주~부산 4회, 그리고 서울~부산에 14회를 배정했다.

제주에어측은 노선 조정과 관련해 제주공항의 슬롯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타당성 검토 당시부터 제시됐던 문제로, 그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던 사안을 갖고 이제서야 들고 나오는 것 역시 '수익성'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나머지 한 개 지선노선으로, 이 역시 제주와 관련이 없는 노선에 투입될 계획이다.

항공운송면허 승인권을 쥐고 있는 건설교통부가 지역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제주노선이 아닌 타 시도 노선에 취항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은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수익성이 없다며 취항을 포기해 버린 노선에 제주에어가 뛰어 들라는 것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노선은 서울을 기점으로 양양과 예천, 군산공항 등이다.  이 노선에는 1일 편도 2회, 주4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민의 하늘 길을 열겠다던 제주에어가 수익성과 정부시책 호응이라는 제주도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노선에 운항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이를 그대로 승인해 줬으며, 서울발 지선 노선도 그대로 협의해 응해 준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된다면 제주에어의 1일 편도 27회, 왕복 54회 중 제주기점 노선은 32회로 60%에 불과해 제주에어 설립취지를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

제주에어 관계자는 "경제성을 분석하다 보니 설립검토 당시와는 달리 유류값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수익성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설립초기 3~4년 이내에 흑자를 달성하려다 보니 부득불 제주~대구노선 대신, 서울~부산노선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선노선에 대해서는 "항공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시책에 협조하지 않을 없어 서로 윈윈하는 차원에서 타 지방 노선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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