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42) 바닷물 졸여 만든 붉은 소금 - 태흥리 소곰밧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안소금밧 ⓒ장혜련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옛날의 소금밭이 매립되어 마을 운동장이 된 것을 본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햇볕에 졸여 소금의 원료인 곤(아래아)물을 만들었던, 땀을 흘렸던 생업의 현장이 지금은 축구공을 날리며 환호하는 여가와 휴식의 장소로 변하였다.

소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식품이자 필수품이다. 그러나 제주는 삼면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소금이 매우 귀했다. 그래서 대부분 외지에서 수입하였다. 하지만 소금이 전혀 생산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도 대부분 해안가마을에서 소금생산이 이루어졌다. 그 곳 중 하나가 바로 태흥2리 소곰밧이다. 태흥2리 소곰밧은 분류상 크게 보아 모래소금밭으로 볼 수 있다. 제주의 다른 지역은 주로 모래나 바위를 이용하여 소금을 생산했다. 태흥2리는 모래가 아닌 황토흙을 이용하여 소금을 생산했던 특이한 지
역이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소금을 만들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코를 킁킁거리면 소금의 짭조름한 냄새가 맡아지기도 한다.

소금밭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포구를 중심으로 서남쪽에 위치한 ‘뱃머리소곰밧’과 동북쪽에 위치한 ‘안소곰밧’이다. 현재 뱃머리소곰밧은 매립되어 운동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안소곰밧은 물이 들고 났던 지역으로 지금도 여러가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소금밭 일은 주로 집안 단위로 이루어졌던 가족공동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식구들이 나서서 돕지 않으면 그 생산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으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일을 했다. 변춘자(1933년생, 여)에 의하면 아버지를 도와 소금밭에서 일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고무래를 들고 소금물이 오르기 시작한 황토흙을 뒤집던 때를 말해줬다. 소금을 판매하는 일
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가까이는 성읍, 멀게는 대정까지 다니며 팔았으며 보리나 쌀로 교환하였다.

해안마을에는 이와 같은 소금밭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매립되거나 변형되어 다른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소금밭은 자연의 이치를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이끌어와 삶의 필수품을 생산해냈던 창조의 공간이었고 생업의 공간이었다. 바닷물을 햇볕에 졸여 붉은 소금을 만들었던 곳, 역사의 장소이자 생활의 지혜가 살아 반짝이던 곳, 소금밭의 원형을 정비하여 소금만들기 체험과 지혜를 터득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 장혜련

*찾아가는 길 - 동회선 12번 도로를 따라 태흥2리 → 마을 입구 해안가

❖ 지식정보 소금의 생산과정

1) 모래(무기)를 소금밭에 골고루 뿌리면서 넓게 편다.
2) 그 위에 바닷물을 뿌린다. 바닷물은 물통이 있어 그곳에 저장된 물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바닷물을 직접 날라 와서 사용한다.
3) 바닷물을 뿌린 모래를 햇볕에 말리고, 당그네로 휘저어 뒤엎어 다시 물을 뿌린다. 이 과정을 하루에 두 번 아침, 저녁으로 하고 여름이나 날씨가 좋은 날은 세 번 정도 반복한다.
4) 15일 이상 이 과정을 반복하여 모래를 건조시키다보면 모래가 하얗게 소금기를 머금게 되는데 이때를 ‘곤(아래아)삿다’고 한다.
5) 곤(아래아)산모래를 모아서 물을 빼는 장치인 ‘덕’ 위에 올린다. 덕 위 대바드랭이(채반역할)에 곤(아래아)산모래를 얹고 바닷물을 모래 위에 붓는다. 밑에 있는 통으로 곤(아래아)물이 흘러 나온다.
6) 곤(아래아)물을 가마로 옮겨 불을 지펴 끓이기 시작한다. 10시간 정도 끊인다. 아침에 불을 지펴서 저녁 때까지 저장된 곤(아래아)물을 소금으로 만든다. 땔감은 주로 소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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