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중상 입은 정 모씨 병실 방문...쾌유 기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제주시청 공무원들의 강경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새벽 제주도의회 앞에서 농성 천막을 강제 철수시키던 공무원과 이를 저지하려던 시민단체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정 모씨와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심하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 29일 새벽 얼굴을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는 정 씨. ⓒ제주의소리
정 씨는 제주시내 모 병원에 입원해 있다. 정 씨는 도의회 정문 옆 게양대에 서 있다 밀려 얼굴 부위로 떨어졌다. 이때 이빨 3개가 부러지면서 파편이 입 안에 박혔고 입 주변도 심하게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입 안과 입 주변을 수십 바늘 꿰매는 수술이 새벽 3~4시경 진행됐다. 현재 제대로 말 하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태다.

의사는 정 씨가 얼굴 외형적인 상처가 커 여성임을 감안, 성형외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정 씨와 게양대 위에 서 있다 함께 밀려 떨어져 허리를 다친 고성환 씨는 "일반 시민이 수고한다며 오뎅 국물을 넘겨주던 것을 공무원이 사진으로 찍자 시민단체가 항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며 "처음에는 몸싸움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공무원과 시민단체 사이에 카메라를 두고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 씨는 "서쪽에서 일군을 이뤄 다투고 있었는데, 동쪽에 있던 건설과 직원들이 시민단체를 서쪽으로 몰면서 시민단체가 서 있을 틈이 좁아졌다. 그 와중에 건설과 직원이 게양대 위에 서 있던 정 씨와 나를 밀치자 휀스에 걸려 넘어지면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제주시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시장이 버티니까 (그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과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발단이 됐던 사진 촬영도, 시민단체에 호의를 베푸는 시민에 대해 위협을 가하는 행위다. 시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이해할 수 없어 반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 강우일 주교가 농성 천막을 철수하려던 공무원을 저지하다 다친 정모씨를 위문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강정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도 정 씨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정 씨의 병실을 찾았다.

오전 9시30분경 정 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 강 주교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말을 잃은 후 이내 "어쩌자고 맨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하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강 주교는 "성모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같이 기도하자"며 병실에 있던 정 씨의 남편과 윤용택 교수, 신부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강 주교는 "몸 조리 잘 하고 어서 빨리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당부했고 정 씨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강 주교의 병실 위문은 약 10분간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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