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예산의 개혁을 바라며

요즘 국회나 제주 도의회의 예산안 심의와 의결과정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아수라장 국회에서도 여야 실세 주요 의원들과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파행처리하면서도 음으로 양으로 지역구 예산은 대거 확보했다는 소식이나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청 집행부간의 서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예산편성과 심의과정을 보면서 오래전 모 대기업 총수가 “기업은 2류, 관료조직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발언에 새삼 떠오른다.

국회나 제주도의회의 예산심의의 파행원인 논란거리 하나는 이른바 ‘선심성 예산’이다. 미국도 2011회계연도의 ‘선심성 예산’ 때문에 정해놓은 예산통과 기일 안에 예산이 통과되지 못해서 파행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예산심의 의결의 파행과 지연에 있어서 그 이유는 확연히 양국의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2011회계연도가 지난 10월 1일 시작됐으나 의회의 정부 지출안 의결 지연으로 미연방정부도 2010년 예산을 임시로 연장해 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 상원은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2011회계연도 정부지출 포괄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으나 소수당인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로 민주당이 표결 시도를 포기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의 ‘이어마크’(earmark)가 포함된 포괄 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연방상원이 지난달 11월 30일 연방 상하원의원의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는 이른바 ‘이어마크’ 제도의 폐지에 민주당의 반대로 실패한 양당 간의 정책공방의 연장선이다.

'이어마크'는 소유주를 분명히 하기 위해 양(羊)의 귀에 표시를 하던 데서 유래한 용어로 의원들이 자기 선거구를 위해 예산을 특별히 할당받는 행위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실시되는 도로, 교량, 공항 신설 등 특정사업에 정부예산을 배정하는 것으로, 선심성 또는 낭비성 예산을 일컫는다. 그래서 ‘이어마크’는 ‘갈 곳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로 불린다.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다리라는 뜻으로, '혁파되어야 할 워싱턴의 낡은 관행'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용어이다. 물론 ‘이어마크’가 납세자의 세금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돌려주는 합법적 통로라거나 대규모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 측을 회유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등의 주장도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의 줄이기 위해 취임 후에 줄곧 의원들이 지역구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소위 ‘이어마크'를 제한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원은 계속해 고수하려 했다. 당에 관계없이 선호하던 ‘이어마크’ 제도였지만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보수 민간단체의 티파티 운동의 ‘작은 정부’ 주장과 ‘이어마크’ 제도를 재정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이의 시정 요구에 공화당 의원들이 ‘이어마크’ 제도폐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국회는 내년도 2011년 예산안을 육탄전 속에 통과시키면서도 의원들이 지역민원 예산을 챙겼지만 미국 의회는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안’인 ‘이어마크’가 물거품이 된 상태이다. 제주도는 민간이전경비의 논란으로 2011년 예산이 연내 통과가 불확실하여, 핵폐기물 처리시설 유치문제 때문에 준예산을 집행한 부안군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로는 두 번째로 준예산을 집행을 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의 예산편성과 심의 과정을 보면 공론화나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 없이 행정편의주의적인 도의 예산편성이나 아직도 선심성 예산을 끼워 놓는 도의회의 관행은 여전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선심성 지역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면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많은 선심성 예산이 목적이나 구체적인 효과 없이 예산을 쓰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제주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이전경비는 하나의 독립된 항목으로 예산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출예산과목이 아니라 민간경상보조, 사회단체보조금, 민간행사보조, 민간자본보조, 민간위탁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복잡하고 예산편성 기준선정의 모호하고 짧은 법정 예산심의 기간 안에 심층적 심의가 어렵다. 심의위원회가 있는 사회단체보조금보다 심의가 없는 그 밖의 민간이전경비에 대한 중복지원의 가능성, 편중지원, 사후관리 부실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사회단체보조금에 대한 정률의 감액은 행정편의주의 예산편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행자부의 계획성과 방향성이 없는 지방재정운영계획으로 예산편성에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2011 회계연도의 제주도 예산은 과거의 점증적인 예산편성으로 ‘나쁜 예산’이 제거되지 못하고, 성과주의예산이 빛바랜 예산편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의회의 언론기관에 대한 일률적인 증액도 금액의 적고 많음에 관계없이 합리적이지 못한 예산심의로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객관적인 성과를 제시하여 예산심의에 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회는 전체 예산의 0.5%정도만이 선심성 예산이라도 의회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

▲ 김동욱 제주대 교수
선심성 예산 배정을 가장 큰 권한의 하나로 여겨온 의원들이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래된 습관은 깨기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할 때가 있다. 재정위기와 예산개혁을 위해 의회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선심성 예산을 없애려는 의회 차원의 윤리선언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현재의 제주도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예산개혁을 위해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위한 도, 도의회, 전문가들이 포함한 가칭 ‘재정예산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보다 조기에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효율적 예산관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김동욱 제주대학교(회계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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