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예술상' 초대 수상자 박경훈 화백 선정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 등 시의성 있는 기획 눈길

▲ 박경훈 화백 ⓒ제주의소리

“나에게 미술은 아름답고 여유롭고 향기롭기만 한 게 아니라 역사와 만나는 방식, 삶과 만나는 여러 방식중 하나인 거죠.”

‘제주민예총 예술상’ 초대 수상자에 박경훈 화백이 이름을 올렸다. 박 화백은 경술국치 100년에 맞춰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를 기획, 올해 제주 미술계 최고 이슈를 만들어 냈다.

제주민예총이 박 화백을 첫 수상자로 지목한 것도 시의성 있는 고민을 담은 작품을 보여줬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서귀포시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서 진행한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 설치미술 기획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뜨르 땅에 남아있는 일제의 항공기지 격납고를 오브제이자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제국의 야망을 성찰하고 ‘다가올 아시아 100년’의 평화와 공존을 염원했다.

수상 소식에 박 화백은 “상 받으려 한 작품이 아니어서 (상에 대한) 감이 없다” “'잘 햄덴' 소리 못듣고 살아서 상 받는데 익숙치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내 “나름 세대의 고민에 충실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평가한게 아니겠냐”며 “나에겐 미술이 아름답고 여유롭고 향기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특히 우리 세대에게는 역사와 만나는 방식, 삶과 만나는 여러 방식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자각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화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금, 여기’ 제주의 현실을 고민하는 ‘문예 운동가’다. 시의성 있는 기획을 보여주기 위한 그의 '불도저'같은 추진력은 유명하다.

예술상 심사위원들도 “경술국치 100주년에 진보예술진영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MB정권 이후 과거 역사 바로잡기 노력이 흔들리고 있던 시점이었다”라며 “이런 가운데 박경훈 화백의 전기기획과 추진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 화백이 80년대 미술계에 실망감을 느낀 것도 ‘현실’과의 유리감이 때문이었다.

이맘때쯤 만난 제주작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은 그에게 ‘제주4.3’이라는 또다른 제주의 현실을 보여줬고 민중미술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판화운동과 제주민예총 활동에 몰입했다. 제주4.3평화공원 기획팀장을 맡아 7-8년간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제주 문화계의 줄기와 맞닿는다.

▲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 작품중에서. <야스쿠니>, 천 위에 나염·철·FRP·이미지 실사 ⓒ제주의소리DB

반성도 따른다. 박 화백은 “우리가 자기 세대 이야기에 대해 심도있게 성찰하는 족속들인가, 우리는 그러지 못하다. 빨리 변화해 버리고 빨리 고민의 지점을 이동해 버린다. 진득하게 고민을 갖고 가는 세대가 드물다”고 말했다.

특히 ‘4.3예술’에 대한 고민이 깊다. 박 화백은 “4.3만 해도 작가들이 많지 않다. 4.3의 현실적 법적 정리와는 별도로 예술이 성찰하고 풀어야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4.3과 관련한 많은 작품이 탄생됐지만 과연, 벌써 예술로써의 4.3을 내려 놓아야하나는 의문”이라며 “예술적으로 성찰하고 사유하는 작품들이 더 많아야하지 않나”라고 소견을 밝혔다.

그의 명함은 두텁다. (사)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제주민예총 탐라미술인협회 회원, 제주도 문화재위원에 출판사 대표까지 지내고 있다.

도서출판 ‘각’은 90년대 ‘제주학’의 보고라 불릴 만하다. 많은 제주관련 서적이 각을 통해 출판됐다. “출판은 문화의 꽃”이라며 박 화백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은 ‘화가’다.

박 화백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10년간 10회에 걸친 개인전을 계획중이다. 당장 다음해에는 동백과 4.3, 박정희 시대를 돌아보는 두가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 10월쯤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민예총 예술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추천받았고 추천자에 대해서 민예총 지회장을 당연직 공적심사위원장으로 한 7명의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패, 소정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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