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신묘년 새해에 전하는 토끼 덕담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공격을 좋아하는 호랑이 해라서 그런지 끔찍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고, 내적으로는 세종시 문제로 시작된 국론 분열이 4대강 사업으로 격화되었다. 연말엔 여당의 2011년도 예산안 강행처리에 맞서 제1야당이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세밑까지 일년내내 여야가 싸우는 상호 공격적인 한해였다.

제주에서도 6.2지방선거로 불거진 앙금이 남아있고 해군기지로 인한 주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또 특별자치도 2기 첫 예산이 부결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공정치 못한 민간보조금 예산이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기존 예산에 대한 대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소통 없는 갈등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지나친 포퓰리즘(인기영합)도 경계할 일이다. 상대방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한발자국씩 양보해 갈등이 오히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순기능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면서 신묘년 새해 아침에 토끼의 세 가지 미덕을 생각해본다.

첫째, 토끼는 공격을 못하는 동물이다. 놀랄 줄은 알지만 싸울 줄을 모른다. 언제나 피하기만 하고 뒤로 물러선다. 한없이 미련하기만 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토끼는 항상 피신하기 위한 구멍 세 개를 준비하고 지혜롭게 위기를 대처한다고 한다. 별주부전 혹은 ‘토(兔)의 간’이라는 구토설화(龜兔說話)에서도 명민한 지혜를 발휘하여 죽을 고비를 모면하는 토끼를 볼 수 있다. 용왕이 병이 났는데 좋다는 약을 다 써도 낫지 않았다. 어느 날 도사가 나타나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거북이는 토끼의 간을 얻기 위해 용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토끼를 유혹했다. 토끼는 용왕 앞에서 자기가 속았음을 깨닫고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했다.

둘째, 토끼는 작은 입에 긴 귀를 가지고 있고 얼굴의 측면에 눈이 붙어 있어 360도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말은 적게 하고 남의 이야기는 많이 들으면서 항상 주변을 살피라는 뜻으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입을 잘못 노려 설화를 당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토끼의 귀처럼 높은 안테나를 세울 필요가 있다.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견문을 넓히지 않으면 낙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눈앞의 이익만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토끼의 눈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다른 견해에도 관심을 갖고 포용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 김호성 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셋째, 토끼는 식분증이 있다. 흡수되지 않는 영양분이 포함된 자신의 변을 다시 먹는다는 말이다. 토끼의 이러한 행동에서 자신의 지저분함과 실수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안으로 다시 삭혀서 자신의 성장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신묘년 새해에는 토끼의 세 가지 미덕을 헤아리고 되새기면서 남을 공격하지 않고 온순하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따뜻함 그리고 미련하지만 지혜와 양보, 아량과 성찰을 갖추어 따뜻한 털로 우리사회에 온기를 더 했으면 한다./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공동체발전포럼 공동대표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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