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재단, 첫 자체 기획출판 '제주, 몽골을 만나다'
학자와 작가 공동작업 '눈길'..."학술논문을 읽기 쉽게"

제주 속 몽골을 만나러 가는 길라잡이 책이 나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양영흠)이 첫 번째 자체 기획출판으로 펴낸 ‘제주역사기행-제주, 몽골을 만나다’이다.

   
이 책은 제주와 몽골의 관계를 다룬 논문을 저본으로 한다. 딱딱한 학술적 내용을 읽기 편한 문체로 풀어 쓰기 위해 학자와 작가가 공동작업을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일우 박사(역사학.고려사 전공)와 윤용혁 박사의 논문을 문소연 작가가 재구성했다. 읽기 쉽게 쓴 ‘역사책’이면서 학술적 근거가 탄탄한 ‘여행책자’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의 저본인 ‘고려시대 탐라사 연구’와 ‘제주.몽골의 만남과 제주사회의 변화’를 쓴 김 박사는 제주와 몰골의 100년 동거기간, 지금의 제주 사회 원형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몽골을 침략세력으로만 보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문화와 문화의 만남’으로 재해석 했다”고도 덧붙였다.

제주와 몽골의 만남은 8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침략세력’으로서의 대표적 유적지는 ‘항파두리’이다. 삼별초가 항몽의 최후 보루로 쌓은 흙성이다. 몽골과 삼별초가 벌인 싸움 틈바구니에서 고통 받는 건 제주 민초들이었다. 성 쌓기에는 언제나 제주인이 동원됐다.

삼별초가 물러나고 몽골이 제주를 직할령으로 통치하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몽골 문화가 스며든다.

말의 고장이던 제주에 선진적인 몽골의 목마장과 목축기술이 뛰어난 ‘하치(목호)’들을 특파했다. 제주 목마장의 역사가 이때 시작됐다.

새로운 성씨도 생겨났다. 목마장을 주관하는 하치, 몽골 군사 등 몽골족들이 적지 않게 제주에 들어왔다. 조 이 석 초 강 정 양 안 대 등이 있다. 몽골 직할령이었던 때 제주 인구가 세 배 가까이 불었다는 기록도 있다.

생활 속 언어에 몽골의 흔적이 짙다. 아기를 뉘여 흔들던 ‘구덕’과 제주 여자들이 물을 길어 나르던 ‘허벅’, 처마를 뜻하는 ‘호랑’ 등이다.

모두 ‘제주, 몽골을 만나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 김일우 박사(오른쪽)와 문소연 작가(왼쪽)가 책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김 박사는 “1530년대까지도 14개 성씨들이 ‘몽골의 후손’이라며 당당히 밝혀 오다 어느 순간 족보상에서 그 흔적이 사라졌다”며 “’튀기’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몽골과 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오히려 제주와 몽골과의 역사적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주-몽골 직항로도 생겼지만, 제주와 몽골 간에 교류 우선권은 중앙정부가 아닌 제주에 있다”면서 “현재 역사학계에선 민족주의에서 벗어난 동아시아 역사 해석이 뜨고 있다. 그 중심에 제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기획에는 학술적 영역에 남아있는 제주사를 어떻게 대중과 만나게 할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주일에 두 세번 만나며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녔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작업에 참여한 문소연 구성작가는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제주역사의 엑기스를 뽑아 읽기 쉽게 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문 구성작가는 이어 “시간과 분량에 한계가 있었다”며 “현장감 있는 사진을 보충해 다시 한 번 작업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책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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