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항구 香港(향항), 홍콩(Hong Kong)'

'향기로운 항구 香港(향항), 홍콩(Hong Kong)'

 아편전쟁에 이긴 후 이 땅에 첫발을 들여놓은 영국인들이 지금의 침사추인인 향나무(Incense Tree) 선적 항구에서 풍기는 끊이지 않는 향기에 끌려 ‘향기로운 항구’로 이름했다는 홍콩.

  그 홍콩의 향기가 국제도시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로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 향기에 제주 역시 취했는가? 이 동북아 작은 섬의  개발비전도 아이러니하게 ‘국제자유도시’를 내걸고 있으니.

▲ 홍콩의 이름이력을 설명한 표지, 팍탐통의 상예(Sheung Yiu) 민속유산 트레일에 세워져 있다 ⓒ송재호

    세계경제의 허브로, 특히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통하는 홍콩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도시중 하나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5분의 3 크기, 700만명 정도가 거주한다. 한해 동안 3천만명의 방문객들이 홍콩을 찾는다. 7백만에 달하는 거주인구 중 대부분은 중국인이며 그밖에도 파키스탄인, 필리핀인, 유럽인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홍콩에 살면서 그 문화의 색채를 더하고 있다.

  홍콩은 다시 홍콩섬(香港岛)과 쿠알룽(九龙)으로 나뉘며 20여개의 작은 섬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홍콩섬은 멋진 해안선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심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들이 죽순처럼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물결을 이룬다. 도시 외곽에는 천연의 생명력을 간직한 자연경관이 파노라마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홍콩에는 4개의 트레일 코스가 있다. 홍콩섬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홍콩 트레일(50Km), 쿠알룽 반도를 횡단하는 맥리호스 트레일(100Km), 란타우섬을 순환하는 란타우 트레일(70Km), 그리고 홍콩섬에서 쿠알룽을 거쳐 신계(New Territories)에 이르는 윌슨 트레일(78Km) 등. 각 트레일은 분기점과 도착점의 대중교통편을 고려하여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10∼12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걷기코스, 홍콩 트레일은 홍콩섬 서쪽 끝, 백만불짜리 야경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를 한 바퀴 도는 ‘Peak Circle Walk'에서부터 시작한다. 8Km의 이 코스는 홍콩 트레일의 첫 구간으로 시원한 남태평양의 전경, 그림같은 도심의 마천루 숲을 한눈에 넣으며 걸어간다.

   

   

▲ 홍콩 트레일의 시작, 빅토리아 피크 트레일 ⓒ송재호

▲ 빅토리아 피크 트레일 중간에서 본 홍콩의 마천루 숲, 바다 건너는 쿠알룽 ⓒ송재호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구간은 여덟 번째 스테이지인 용등능선(Dragon's Back)으로 홍콩섬의 동쪽 끝 타이룽 완에서 끝난다. 홍콩의 아름다운 산릉과 해안선, 탁 트인 남중국해 전망 등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 홍콩트레일 중 가장 유명한 Dragon's Back 구간 표지 ⓒ송재호

▲ Dragon's Back ⓒ송재호

▲ Dragon's Back에서 만난 홍콩 트레일 표지 ⓒ송재호


▲ 걷기여행중 점심식사용으로 홍콩 시내 지하철 역에서 준비한 홍콩식 주먹밥 ⓒ송재호

 

▲ Dragon's Back 구간의 용(龍)의 등 ⓒ송재호


▲ Dragon's Back 구간에서 바라본 홍콩의 해안선 ⓒ송재호

▲ Dragon's Back 구간에서 조망한 홍콩의 전형적인 어촌마을 색오도 ⓒ송재호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구간에는 100번 표지목이 설치되어 있다. 표지목 한구간이 5백m씩으로 100번이면 빅토리아 피크에서 시작된 길이 그곳에서 5만m, 즉 50Km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홍콩 트레일의 최종출구는 홍콩의 전통적인 조그마한 마을의 안길, 시멘트 계단길로 내려오는데 그 끝 담벼락에 붙어있는 빨간 페인트 칠의 'H. K. Trail'이라는 표시가 참으로 의외이고 정겹다. 이것 말고는 종점임을 알리는 별다른 표지가 없다. 홍콩 트레일을 종주하려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 거꾸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빅토리아 피크로 나와도 된다. 

▲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100번째 표지, 1번은 빅토리아 피크에 있다 ⓒ송재호

▲ 귀엽다고 할까, 홍콩답지 않은 파격이 보인다. 홍콩 트레일 마지막 출구 표시다.ⓒ송재호

  홍콩에서 트레일 축제가 열리는 쿠알룽의 맥리호스 트레일(Maclehose Trail 麥理浩徑). 맥리호스는 홍콩의 공원 및 트레일 시스템을 정비한 제25대 총독이다. 트레일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 트레일은 산세와 경사도를 기준으로 쉬운 코스부터 가장 어려운 코스까지 10단계의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전구간을 걸어보고 싶어한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스테이지, 팍탐아우(Pak Tam Au·北潭凹)에서 체켕(Chek Keng·赤徑)을 거쳐  롱케(Long Ke·浪茄)로 이어지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깍아지른 듯한 산(Sharp Peak)을 오르고 타이롱완(Tai Long Wan·大浪灣), 사이완(Sai Wan·西灣) 등 아름다운 바다를 따라 걸으며 굽이쳐 도는 해안선을 담는다. 총 13.5km 5시간 정도(Sharp Peak를 포함하면 7시간)가 걸린다.

▲ 맥리호스 트레일 2단계 표시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중 만난 갈림길 표지, 세계 최대의 국제자유도시에서 보는 순박함의 역설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흙길이었음 더욱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있다.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해변으로 나가는 모랫길이다.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Sharp Peak에서 바라본 맥리호스 트레일 길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Sharp Peak에서 바라본 맥리호스 트레일 길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중 바라본 Sharp Peak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에서 바라본 사이완 백사장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에서 조망한 타이롱완 백사장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 맥리호스 트레일 ⓒ송재호

  특히 맥리호스 트레일 진입로에 위치한 팍탐청에 독특한 상예(Sheung Yiu) 민속유산 트레일이 있다. 문화와 유산을 잇는 트레일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제는 없어진 마을의 잔재들을 잘 정비하고 사람이 살아간 흔적을 살려 트레일로 탈바꿈 시킨 그들의 지혜에 절로 마음이 갔다. 우리 제주 현대사의 최대비극 4·3의 ‘잃어버린 마을’들도 트레일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예 문화유산 트레일은 폐허가 된 옛 어촌마을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중에 한 집을 민속박물관으로 개조해 놓았다.

▲ 상예(Sheung Yiu) 민속유산 트레일중 만난 상예민속박물관, 입구에 걸린 표지는 쉬는 날 알리는 것 ⓒ송재호

▲ 상예(Sheung Yiu) 민속유산 트레일 ⓒ송재호

▲ 상예(Sheung Yiu) 민속유산 트레일 중 만난 전통숭배 ⓒ송재호

  쿠알룽에서 홍콩섬으로 건너가는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부터 이스트 침사추이에 이르는 해변로(Tsim Sha Tsui Promenade)도 홍콩걷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멋을 제공한다. 특히 해질녘 홍콩섬을 바라보는 야경은 인간의 기술이 하기에 따라서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 침사추이 해변산책로 ⓒ송재호

▲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에서 바라본 해질녘 홍콩 ⓒ송재호

▲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에서 바라본 홍콩 야경 ⓒ송재호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95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경제자유지수 평가에서 16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홍콩. 6천4백40개의 외국계 회사가 있고 이 가운데 3천8백90개 기업의 지역본부가 있는 세계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 거기에서 열리는 기업체 회의와 전시만으로도 거대한 컨벤션 및 전시 산업으로 이어지는 기회의 땅.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이 거대도시 용트림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시스템’과 ‘마인드’이다.
  경제원리가 지배하고 사업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투명·공정한 시스템.
  홍콩정부의 세심한 배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협약을 맺어 우리 돈 50만원 정도면 가정부 등 ‘헬퍼’를 합법적으로 고용, 여성 고급인력이 홀가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실용정신 등. (일국 이체제, 선전과 마카오와의 경제통합 등 영국 제국주의에 영토 일부를 빼앗겼던 치욕의 상징을 세계를 무대로 하는 폭발적 경제발전의 창구로 키워가는 중국의 실용정신)

  2∼3백년전 인근을 지나는 상선들을 약탈하던 해적의 본거지, 그 후 소규모 무역항에서 시작하여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할양되어 홍콩이라는 국제항의 이름을 얻은 곳. 중국으로 들어가는 해양관문으로서 동북아 지역을 남아시아와 연결하는 중계무역기지로 출발하여 국제금융허브, 쇼핑·패션·마이스(MICE)·관광을 거쳐 최근에는 축제와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의 세계적인 전형.

  이 홍콩의 국제자유도시 모델을 우리 제주가 따르겠다는 것은 무리다. 홍콩이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기능을 보강하고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히 ‘홍콩의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은 ‘오늘 우리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주인의 오늘은 ‘국제’와 ‘금융’ 이런 단어들보다는 ‘국내’와 ‘농업’ 이런 개념들이 더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지금 터잡아 살고 있는 이곳 지역민의 오늘의 생존에 기반하지 않는 정책은 ‘사기극’일수 있다. ‘내일’부터 담배를 끊겠다면 영원히 끊지 않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통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제주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열린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주가 추구해야 할 개방의 모델은 홍콩처럼 물류․금융 등 자유도시 자체의 본질적 기능을 추구하는 국제도시라기보다는 그런 국제도시들의 배후휴양지 내지는 보완적 업무지역의 ‘틈새개념’으로 설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른바 청정한 자연 속에서 ‘total tourism and business capabilities’를 제대로 갖춘 휴양지, 이것이 제주형 국제자유도시의 밑그림이어야 할 것이다.

 

   

송재호 교수는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으로 제주제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학고 경기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과)로 재직중이다. 현실정치에도 관심을 둬 민주당 열린우리당내 개혁세력으로 활동해 왔으며 참여정부에 발탁돼 국책연구원장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2년6개월동안 재임하면서 ‘섬UN’ 창설과 ‘한-중-일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제안하는 등 제주관광국제화를 다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제주글로벌상공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주상공인을 하나로 묶고, 미래 제주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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