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새해소망] ⑤ 8년차 제주인 고동수 씨국가대표 검도인 출신…“따뜻한 제주사람들 좁은 안목 아쉬워”

▲ 고동수 지디에스 주식회사 대표. 서울 토박이였던 그는 제주에 이민(?)온지 이제 8년 차다. 제주사람이 되고 싶어서, 제주가 너무 좋아서 온 가족이 제주도로 왔다. 그러나 좁은 제주도 안에서 아옹다옹 거리지 말고 더 큰 안목을 가질 것을 제주사람들에게 간곡히 권하는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네"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누구나 동경하는 그런 삶이다.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제주 땅에서 그런 그림 같은 삶을 만들어가는 이가 있다.

8년 전 제주도로 정착한 고동수 씨(56. 지디에스 주식회사 대표). 그는 지난 2003년 부인과 아이들 셋, 그리고 자신까지 그렇게 다섯 식구가 평생 살아온 서울살림을 청산하고 제주도로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지 제주에 살고 싶었고 제주도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고동수 씨는 현재 제주에서 지디에스 주식회사(www.지디에스.com)라는 LED조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조천읍 와흘리 전원마을에 있는 그림 같은 집과 화북2동 부록마을 인근의 사무실, 그리고 제주관광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또 하나의 사무실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

사실 그는 평생을 검도밖에 모르고 살아온 검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부천시청 검도팀 감독을 지낸 검도인이다. 지금도 ‘고 대표’ 혹은 ‘고 사장’이란 호칭보다 ‘고 사범’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검도계에선 그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의 유명한 검도인이다.

전지훈련 등으로 20대부터 제주도를 줄기차게 드나들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제주사람들에게 반했고, 그러면서 언제부턴가는 선후배 검도인들에게 제주도에다 검도인들을 위한 연수원을 꼭 짓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해버렸다.

그러다가 지난 1997년엔 퇴직금의 일부로 제주도 조천읍 와흘리의 조그만 땅을 구입, 현재 버섯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검도 연수원 터로 딱 점찍어 놓은 곳이다.

“아직 자신 있게 제주사람이라고 말하기엔 2% 부족하고, 그렇다고 제주사람이 아니라고 하기엔 제주도를 너무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이 평생 살 곳이고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곳이니 제주도가 이젠 제 고향입니다”

▲ 고동수 지디에스 주식회사 대표는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한다. 40대에 늦깎이로 결혼해 이미 50대 중반인 그는 지금 초등학생 셋을 키우고 있다. 오는 5월엔 넷째 아빠가 될 꿈에 매일매일 행복하단다. 고동수 대표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려운 가정의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에게 빛을 나눠주고 싶다"며 자신이 사업하고 있는 LED조명을 소외계층 가정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넷째를 곧 낳을 거라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고 대표.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도를 고향으로 삼겠다는 그는 제주사람들에게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주도가 좁은 지역이고 직접 보고 경험하는 영역의 한계가 있어서인지 제주사람들의 사고(思考)가 때때로 갇혀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며 “그래서 저는 제주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되도록 바깥 세상을 많이 보고 경험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땅덩어리도 좁은데 이 좁은 제주도 안에서까지 내편 네편 아옹다옹할 것이 뭔가?”라며 소위 ‘괸당’ 문화의 역기능에 쓴 소리를 했고, “서울서 평생 살다가 제주도로 내려온 저 같은 사람은 제주도가 얼마나 천국 같은 땅인줄 알지, 여기 분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제주도를 더 아끼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 씨에게 새해 소망이 뭐냐고 물었다. 두 가지였다. 이미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와이프가 10년만에 둘째를 가졌다. 아들, 딸, 아들 이렇게 셋을 두었으니 이제 네 번째는 건강한 딸이 생겼으면 더 바랄게 없다. 올해 5월에 건강한 공주님 아빠가 되고 싶다”는 것이 첫 번째 소망이었다.

두 번째 소망으로는 “아직 제주의 LED조명회사들이 대부분 유통대리점이어서 제주에서 직접 LED조명을 만들어내고 육지 혹은 해외로 수출하는 회사가 없더라”며 “저희 지디에스 주식회사가 2011년에 제주에서 만든 'made in jeju' LED조명을 가지고 해외와 육지 시장으로 진출하는 첫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 욕심이 많은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아름다운’ 소망 한 가지를 더 밝혔다.

“올해는 어려운 분들에게 ‘빛’을 드리고 싶다. 제가 갖고 있는 LED조명과 기술이 도움이 된다면 특히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많은 소외계층 가정을 한 달에 한 곳씩 찾아가 더 밝고 환한 집으로 바꿔 드리고 싶다. 결국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빛이지 않느냐”고 ‘기부’의사를 밝히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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