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는 제우스.헤라클레스.포세이돈 등 웬만한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은 알고 있지만 제주의 신화는 잘 모른다.
제주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신화를 복원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축제가 벌어졌다. '제1회 제주신화미술제'가 바로 그것.
1일 오후 5시 갤러지 제주아트에선 강대원 큰심방(동복리 본향당 매인 심방)의 '시왕맞이' 굿을 시작으로 제주신화미술제가 개최됐다.
제주신화미술제 운영위는 "상상력의 땅 제주에서 신화의 조형적 해석을 시도해 문화산업의 컨텐츠적 비전과 예술가의 창작력을 고취시키기 위해 신화미술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주신화미술제는 제주의 신화적 형상화의 대중성을 확장하기 위해 회화.일러스트레이션.영상.공예.사진.캐릭터 등 거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본전시에는 강술생.강창언.허은숙.임소영.홍진숙씨 등 제주출신 작가 21명이 참여하며, 특별전으로 '한국의 신화'를 조명하는 곽영화.김상화씨등 육지작가들이 이어진다.
또 부대행사로 3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한반도 풍요와 평화의 기원을 위한 한라산 산신제와 퍼포먼스'가 시민단체인 '한라산지킴이'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굿을 할 때 신의 형상과 지전인 '기매전'도 전시된다.
신화미술제 운영위는 관객 모두에게 집안의 안녕을 위한 부적도 나눠줄 계획이다.
"'신화형상화' 어려운 작업…비판 겸허히 수용할 것" 제주신화미술제 운영위원장 김유정씨(44·미술평론가)
이번 미술제의 기획 취지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 달라. - 그 동안 제주신화에 대한 인문학적 민속학적 성과는 많이 있어 왔으나, 신화를 형상화한 조형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 신이 많아도 신을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즉 우리 신의 얼굴을 ‘눈으로(대중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이 미술제를 기획하게 됐다.
미술제를 통해 보여주려는 내용은? - 우리 신화의 형상과 한국 신화 형상과의 차이를 보여줌은 물론, 서양신화 위주의 사고방식을 동양이나 한국, 제주 신화의 정체성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 - 작년 11월부터 준비했고, 워크샵 등을 거쳤다.
신화를 형상화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일 텐데, 실제로 이번 기획전을 통해 그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는가? - 솔직히 고백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출품한 작가들 중에는 신화를 깊게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나름대로 워크샵, 신당기행, 창작토론회 등을 갖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추후 평가회나 전문가 토론회 등을 개최해 다음번에는 보다 내실 있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제주신화를 컨텐츠화하는 작업이 육지부에서 먼저 시도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 컨텐츠 같은 경우 IT분야에서 손댔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깊이감이나 진솔성보다는 건수, 상품성 위주였기 때문이다. 우리 식의 캐릭터나 진지함이 부족했다.
신화를 주제로 한 미술제는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아는데 - 민속, 무속 축제는 있었지만 신화 축제는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안다.
기획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7일까지 제주의 신화를 주제로 제주작가들의 초대전이, 8일부터 14일까지는 한국의 신화를 주제로 육지부 작가들의 초대전이 이어진다. 3일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한라산 산신제와 퍼포먼스가 개최된다.
향후 계획은? -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신화미술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하고, 이에 기초한 ‘창조적 전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구상력이 뛰어난 젊은 작가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기획전에 대한 허심탄회한 비판과 냉정한 비평이 필요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많은 의견 바란다. 또한 내년에는 몽골과 필리핀 등 외국 작가들도 초대할 예정이다.
좋은 주제 기획전이라 생각한다. 이 미술제가 더 발전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미술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