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일까지 '갤러리 제주아트'서 열려…살아있는 신화 복원

▲ 강대원 큰심방의 시왕맞이
'신들의 고향' '신들의 섬' 등 제주는 1만8000여 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우스.헤라클레스.포세이돈 등 웬만한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은 알고 있지만 제주의 신화는 잘 모른다.

제주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신화를 복원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축제가 벌어졌다. '제1회 제주신화미술제'가 바로 그것.

▲ 설문대할망 고영만 작
1일 오후 5시 갤러지 제주아트에선 강대원 큰심방(동복리 본향당 매인 심방)의 '시왕맞이' 굿을 시작으로 제주신화미술제가 개최됐다.

제주신화미술제 운영위는 "상상력의 땅 제주에서 신화의 조형적 해석을 시도해 문화산업의 컨텐츠적 비전과 예술가의 창작력을 고취시키기 위해 신화미술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주신화미술제는 제주의 신화적 형상화의 대중성을 확장하기 위해 회화.일러스트레이션.영상.공예.사진.캐릭터 등 거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본전시에는 강술생.강창언.허은숙.임소영.홍진숙씨 등 제주출신 작가 21명이 참여하며, 특별전으로 '한국의 신화'를 조명하는 곽영화.김상화씨등 육지작가들이 이어진다.

또 부대행사로 3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한반도 풍요와 평화의 기원을 위한 한라산 산신제와 퍼포먼스'가 시민단체인 '한라산지킴이'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굿을 할 때 신의 형상과 지전인 '기매전'도 전시된다.

신화미술제 운영위는 관객 모두에게 집안의 안녕을 위한 부적도 나눠줄 계획이다.

▲ 신들의 침묵-흔적 오승익 작

"'신화형상화' 어려운 작업…비판 겸허히 수용할 것"
제주신화미술제 운영위원장 김유정씨(44·미술평론가)

이번 미술제의 기획 취지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 달라.
- 그 동안 제주신화에 대한 인문학적 민속학적 성과는 많이 있어 왔으나, 신화를 형상화한 조형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 신이 많아도 신을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즉 우리 신의 얼굴을 ‘눈으로(대중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이 미술제를 기획하게 됐다.

▲ 제주신화미술제 운영위원장 김유정씨.ⓒ제주의소리
미술제를 통해 보여주려는 내용은?
- 우리 신화의 형상과 한국 신화 형상과의 차이를 보여줌은 물론, 서양신화 위주의 사고방식을 동양이나 한국, 제주 신화의 정체성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
- 작년 11월부터 준비했고, 워크샵 등을 거쳤다.

▲ ⓒ제주의소리
신화를 형상화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일 텐데, 실제로 이번 기획전을 통해 그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는가?
- 솔직히 고백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출품한 작가들 중에는 신화를 깊게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나름대로 워크샵, 신당기행, 창작토론회 등을 갖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추후 평가회나 전문가 토론회 등을 개최해 다음번에는 보다 내실 있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제주신화를 컨텐츠화하는 작업이 육지부에서 먼저 시도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 컨텐츠 같은 경우 IT분야에서 손댔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깊이감이나 진솔성보다는 건수, 상품성 위주였기 때문이다. 우리 식의 캐릭터나 진지함이 부족했다.

신화를 주제로 한 미술제는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아는데
- 민속, 무속 축제는 있었지만 신화 축제는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안다.

기획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7일까지 제주의 신화를 주제로 제주작가들의 초대전이, 8일부터 14일까지는 한국의 신화를 주제로 육지부 작가들의 초대전이 이어진다. 3일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한라산 산신제와 퍼포먼스가 개최된다. 
 

▲ ⓒ제주의소리
향후 계획은?
-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신화미술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하고, 이에 기초한 ‘창조적 전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구상력이 뛰어난 젊은 작가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기획전에 대한 허심탄회한 비판과 냉정한 비평이 필요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많은 의견 바란다. 또한 내년에는 몽골과 필리핀 등 외국 작가들도 초대할 예정이다.

좋은 주제 기획전이라 생각한다. 이 미술제가 더 발전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미술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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