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1) 쌈지길·바람카페의 소박한 간판

   

서울의 인사동을 걷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예전의 인사동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은 있지만 보물처럼 등장한 쌈지길은 모두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공예제품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쌈지는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회사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예술적인 느낌의 쌈지길 간판은 쌈지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의 산천단 인근에 있는 한 카페는 바람처럼 살아온 카페 주인장의 삶이 녹아 있는 간판이 인상적입니다. 여행을 즐기다가 제주에 정착한 이의 눈썰미는 은은한 커피향처럼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로 나타났고 건물과 대지와 간판이 잘 어우러지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도, 스쳐가는 바람도 쉬어가게 만듭니다.

간판이 커지고 화려해지는 것은 우리 주변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끝없는 화려함과 획일성은 결국 스스로를 묻히게 만들어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이 자신을 가장 멋있게 만들듯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예쁜 간판은 크지 않더라도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오늘 같이 바람 부는 날, 바람 향기가 나는 커피 한 잔 같이 안 하실래요? / 이승택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시범사업과 월평예술마을 기획 및 예술감독을 맡는 등 공공미술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중섭미술관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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