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 호주편] (1) 오스트레일리아 레이스 250km (2010년 5월)

대한민국 최고의 트레일 러너인 안병식 선수는 매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그는 뛰고 있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타고난 카메라맨의 기질도 보여주고 있는데, 2009년부터는 <제주의소리>를 통해 그의 도전기를 그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17일부터 새로운 연재가 시작된다. 지난해 5월과 8, 9월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을 무려 2400km나 달려온 이야기다. 총 8회간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 오스트레일리아 숲길을 달리는 참가자들

 오스트레일리아는 동서의 길이가 4,000km가 넘고 해안선의 길이도 25,700km가 되는 하나의 대륙이며 섬이다. 기후도 지역별로 온대, 건조, 사막 기후 등 다양하다. 대회는 서 호주(Western Australia) 킴벌리(Kimberley)지역의 쿠누누라(Kununurra)에서 대회가 열렸다. 쿠누누라 지역은 다윈(Darwin)에서 약 700km떨어져 있는 지역이고 다윈과 쿠누누라는 니콜키드먼이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촬영 장소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싱가폴을 경유해 ‘캥거루‘의 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인데도 밖의 온도는 20도를 넘고 있었다. 해가 뜨고 정오가 되면서 기온은 40도를 넘어 버렸고 사막에서의 열기 못지않은 더위는 이번 레이스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했다.   

▲ 협곡을 지나는 참가자들

다윈에서 다시 1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쿠누누라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뜨거운 태양과 습도가 숨이 막힐 만큼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제대로 달릴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대회 숙소에는 프란체스코, 카를로스, 알리 등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프란체스코와 알리는 선수로 카를로스는 코스 디렉터(레이스 기획자)로 참가했다. 짐을 풀고 난 후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쿠누누라 시내 구경을 나섰는데 마을은 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었다.

▲ 오스트레일리아 숲길을 달리는 참가자들

 다음날 오전 물품 검사와 대회 브리핑이 있었다. 대회 필수품으로 더위 때문에 소금이 추가되었고 강을 건널 때 수영하는 코스도 포함되어 있어 배낭을 넣을 수 있는 비닐봉지도 추가 되었다. 뱀에 물렸을 때를 대비한 의약품과 모기와 벌레를 쫒는 약 등도 필수품으로 추가 되었다. 음식과 장비를 배낭에 매고 달리는 서바이벌 레이스에서는 매 대회마다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챙겨야 할 물품들도 조금씩 달라진다.

 물품 검사와 대회 브리핑이 끝난 오후 3시. 버스를 타고 대회 장소로 이동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해는 벌써 지고 있었다. 캠프의 풍경은 내일 다가올 힘든 레이스에 대한 걱정보다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쁨과 레이스에 대한 기대로 가득해 있는 분위기였다. 새로운 경험은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설레임을 안기는 것 같다.

▲ 오스트레일리아 숲길을 달리는 참가자들

Stage 1 - 41.8km

 오전 5시30분. 해가 뜨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예정보다 1시간 빠른 7시에 대회가 시작되었다. 길을 벗어 난 후 초원지대로 들어갔는데 스피니펙스(Spinifex)라 불리는 가시덤불과 하이그라스(High grass)라 불리는 갈대숲을 헤집고 지나는 코스였다. 길이 없는 지형에서 가시덤불과 갈대숲을 뚫고 지나야 하는 코스라 팔과 다리에는 긁힌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래도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낯선 곳에 대한 도전과 모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cp1 를 지날 때 까지는 몸이 괜찮았었다. 하지만 cp2를 지나면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면 그 지역의 환경이라든가 날씨, 음식 등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인해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첫 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힘든 레이스가 시작됐다.

 한참을 걷다가 강가에 도착했지만 체력이 완전히 소진돼서 흐르는 강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와 잠시 누워 있었다. 머리가 많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매스꺼움도 계속 됐다. 강가에서 몇 분간 누워 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CP3을 지난 후 바오밥 나무와 갈대숲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들이 나타났지만 머릿속에는 빨리 캠프에 도착해서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달빛을 배경으로 찍은 참가자들

  바오밥 나무 군락을 벗어난 후 작은 길이 나타났지만 달릴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5km정도 되는 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인혜가 나와 있었다.

“Ahn 몸이 안 좋아 보인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cp 2를 지나면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 빨리 들어가서 텐트에서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에”

인혜는 지난 아타카마 사막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이번 대회에 의료 자원 봉사자로 와 있었다. 그녀는 재미 교포라서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나 비빔밥 좋아해’라는 서툰 한국말을 가끔씩 하기도 한다.

 정오가 넘은 시간, 뜨거운 태양만이 나를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마음은 달리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5km는 멀게만 느껴졌다. 포장되지 않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걷고 난 후 캠프사이트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어지러워 텐트로 들어가 바로 누웠다. 1시간을 넘게 누워있었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속이 매스껍더니 구토가 시작되었다. 먹은 것도 없어 물만 계속 나왔다.

▲ 달빛을 배경으로 찍은 풍경

 매디컬 텐트에 가서 인혜에게 아픈 곳을 설명했다.

“인혜! 몸이 안 좋아.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너무 심해”

 약을 먹고 물을 마신 후 다시 누웠지만 먹은 물은 다시 반복되어 입으로 쏟아졌다. 오후 내내 누워 있었지만 날이 어두워질 질 때 까지도 몸이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인혜로 부터 링거(포도당)주사를 맞으라는 권유가 있어 2통의 링거 주사를 맞은 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링거 주사는 아픈 사람에게 모두 투여하는 게 아니었고 심하게 아픈 사람에게만 의사가 판단해 약을 투여했다.) / 안병식 트레일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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