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대 자연경관을 만드는 사람들] 블로거 '오백장군 기자단'
하루 접속자만도 1만명 이상 '파워' 투표로 이어져

마주로, 아라한, 냠냠토끼, 외계인똥….

암호같은 이 단어들은 하루 평균 방문자만도 8천~1만명은 훌쩍 넘기는 파워블로거들의 닉네임.

블로그를 통해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온 이들이 돌연 한데 뭉치는 일이 일어났다.

파워블로거들이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모인 것이다.

지난해말 제주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도전을 홍보하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 파워블로거 36명으로 구성된 ‘오백장군 블로거 기자단’이 결성됐다.

오백장군은 제주의 대표적 설화인 설문대 할망 이야기에 등장하는데, 이번엔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소개하는 아들, 딸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들은 블로그에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스팅 한다. “투표를 해달라”고 말하기 보단 그저 제주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선 제주의 '7대 자연경관 선정'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19일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여행자 카페 소설에서 파워블로거 마주로(김승환), 아라한(오훈범), 냠냠토끼(서정숙), 외계인똥(문동진), 제주피플(문정욱), 소모(최시선)를 만났다.

▲ 19일 여행자 카페 소설에서 만난 '오백장군' 기자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주로, 소모, 아라한, 외계인똥, 냠냠토끼, 제주피플. ⓒ제주의소리

“150개국을 가봤는데 전세계에 현무암 으로 구성돼 있는 섬. 그러면서도 해수욕장이 22개 있는 곳은 제주도밖에 없다. 이탈리아에선 현무암 지역이라고 해도 해변이 가로세로 50미터를 넘지 않는다. 함덕은 300미터 넘게 드러난다. 게다가 중문은 제주 바람이 다 만든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친구들이 보면 깜짝 놀란다. 영국의 이스트본을 보고 거품 물며 놀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모르는 거다. 외국사람들에게 중문의 조근모살해변을 보여주면 완전 넘어간다. (마주로)”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범국민 선포식에서 외신기자들과 함께 동백동산에 갔었는데 그 푸르름에 놀라더군요. 저도 동백동산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을에는 낙엽을 쌓이면 뽀삭 뽀삭 밟히는 맛이 있고 그 안으로 쑥 더 들어가면 햇빛이 안 들어온다가 그 끝에 가면 늪지대가 나와요. 그 물풀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죠”(아라한)

대부분 도외 출신들인 이들은 자신들을 제주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불만이 많다. 제주인도 모르는 비경을 더 많이 알고 있는 데다가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이번 ‘오백장군 기자단’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뭉친 것도 이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제주지역 블로거들이 오프라인에서 하나의 이슈 아래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여행코스를 짜달라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여행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제주피플은 블로그를 통한 7대 자연경관 실제 파급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인식의 전환이나 재발견을 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얘기하면 인식 전환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시글과 사진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투표를 했다고 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이들은 제주의 비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포스팅 하단에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배너를 달고 있다.

▲ 제주관광공사는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파워블로거 36명을 초청해 '팸투어'를 실시했다. ⓒ제주의소리

홍보를 위한 공부도 필수다. 소모는 “기자단으로 뽑히긴 했지만 처음엔 많은 정보가 없었어요. 한 분이 제 글에 댓글로 후보에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을 것인데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가 선정되는 게 가능할까요,라고 적으셨더라고요. 저도 의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고 좀 더 알아보니 동북아시아에선 우리나라밖에 최종 후보에 오른 곳이 없더군요. 열 몇줄로 정리해 댓글을 달아드렸어요. 이 외에도 오백장군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트리플 크라운’ 목록 등 더 많이 알게 됐죠.”고 했다. ‘좋은 블로거’는 단지 방문자수가 많은 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와 신뢰라고도 덧붙였다.

외계인똥 역시 “블로그에 한치 오징어가 많이 난다고 쓰려면 자료 검색도 하고 찾아봐야 한다. 용머리 해안에 가겠다면 사전에 정보 검색을 해야 한다. 블로그의 장점은 정보 공유가 빠른 동시에 실제로 만나지 않는 사람들끼리도 친근감 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근감 있는 소통이야 말로 블로그의 강점이다. ‘입소문’은 최근 가장 뜨고 있는 마케팅 트렌드가 아니던가. 그 중심에 파워블로거가 있다.

이들은 7대 경관 투표가 제주만의 행사가 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계인똥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제주만의 행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생 한 번은 제주에 오고 싶어 해 관심을 둔다. 문제는 외국인들이다. 이번 기회에 말 그대로 중국이나 일본인들과도 공감대를 형성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세계 여행 파워블로거 찾아다니며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곳이라면 어디든 곳곳을 누비는 ‘엉덩이 가벼운’ 이들이다. 이들에게 제주 속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해 달라고 했다. 숨어 있는 비경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영국 이스트본보다 아름다운 조근모살해변(마주로),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쇠소깍(냠냠토끼), 설문대할망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한라산(외계인똥), 지금은 폐쇄돼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산방산 촛대 바위(아라한), 금강산 박연 폭포가 부럽지 않다는 엉또폭포(제주피플), 보자마자 ‘이게 천국이야!’라고 소리 질렀던 제주시 애월 한담공원(소모), 하도리 철새 도래지 등이다.

▲ 팸투어 중인 '오백장군 기자단' 모습. ⓒ제주의소리

하지만 변화가 너무나 빠른 것 같아 아쉬움도 많다. 여기저기 파헤쳐 지는 것을 보면 ‘이런식이라면 세계7대 자연경관이고 뭐고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아라한은 “산방산 밑 용머리 해안 입구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명소다. 어느날 가봤더니 파헤쳐져 매몰돼 있더라. 제주는 지대가 화산이기에 돌이 많다. 커다란 바위를 하나 파내면 지다가 움품 꺼지는 거다. 제주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장면 중 일부다”라고 했다.

마주로는 옛 포구를 메워 만든 방파제가 불가피하다면 제주스러운 것으로 만들자고 제주시청에 공문까지 보냈었다. “방파제는 있어야 하지만. 모두 독같은 모양이다. 외국에는 활용해 해변공연장도 많들고 아름다운 곳이 많다.”고 제안했지만 ‘노력해보겠다’는 답변이 다였다.

누가 봐도 제주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져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묻는다. ‘도민도 아니면서 왜 제주를 홍보 하느냐’고. 게다가 ‘당신, 한가한 사람이냐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오기도 한다. 기자가 뭐라고 대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저 ‘제주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답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계7대 자연경관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제주 사랑’이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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