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주에어를 위해서도 양양노선 취항은 막아야 한다

(주)제주에어가 지난 1일자로 항공운송 면허신청을 냈다.

제주에어가 건교부에 제출한 운항노선은 제주~서울, 제주~부산 외에 논란이 야기된 서울~부산노선과 함께 서울~양양노선이 포함됐다. 특히 제주에어가 서울~양양노선을 신청한 배경에는 건교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경실련이 항공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등 운항노선에 대한 논란이 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의 소리가 지난 6월 30일자로 제주에어의 운항노선의 문제점을 제기한 후 도민사회의 여론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한 갈래는 제주에어가 도민의 발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만큼 당초 약속대로 제주노선에 취항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으며, 또 다른  의견은 제주에어라고 해서 적자를 감수할 수는 없으며 수익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론도 반반치 않게 제기됐다.

제주에어가 당초 계획했던 제주~서울, 제주~부산, 제주~대구 3개 노선에서 대구를 제외하고 서울~부산노선을 채택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수익성 문제였다.

지역민항 설립을 검토했던 2003년 당시와는 달리 유류값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고, 인건비 역시 올라 설립초기 3~4년 이내에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수익성이 높은 서울~부산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제주에어의 해명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노선별 운항횟수는 제주~서울이 1일 28회(편도기준), 제주~부산 4회, 그리고 서울~부산이 14회로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은 제주에어가 수익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서울~양양노선은 4회로 신청됐다.  

100% 제주노선 취항이 '명분'이라면 수익성 문제는 '현실'로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할 제주에어라 친다면, 그리고 장사를 잘해야 추가 노선투입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명분은 현실에 밀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백번 양보해서 제주~대구노선 대신 서울~부산노선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서울~양양 노선은 아니다.

양양노선이 어떤 노선인가를 보자.

양양노선은 그 곳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대한민국 항공노선 중 대표적인 적자노선이다. 양양공항과 연결된 노선은 국내 노선 중 부산이 유일하다. 그것도 대한항공에서 하루 한 차례뿐이다. 이마저도 평균탑승률은 50%에 불과할 정도로 항공수요가 기본적으로 없는 노선이다.

양양공항공사에서 국내선 유치를 위해 양양노선에 취항하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시설사용료 50% 할인이라는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으나 노선 자체가 워낙 비수익이다 보니 이를 쳐다보는 항공사는 아예 없다.

사실상 국적항공사나 다름없는 대한항공도 적자폭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지난해 9월 이후 서울~양양노선을 버렸다. 양양공항은 이름만 국제공항일 뿐 항공사는 물론 관광객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다소 거칠게 표현한다면 '버림받는 노선'이다.

이런 노선에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인 제주에어가 뛰어들겠다고 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 편도 2차례, 왕복 4차례씩이나 말이다. 수익노선인 제주~부산노선에도 4차례 밖에 운항하지 않겠다는 제주에어가 대담하게도 이 곳 취항을 신청했다. 스스로 적자를 자초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제주에어와 제주도의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전국의 공항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건설교통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깊숙히 개입돼 있음은 물론이다.

수천억 원을 투입한 건교부로서는 양양공항이 '버림받은 공항'으로 전락해 가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 때 구세주 같은 제주에어가 나타난 것이다.

건교부 입장에서 제주에어에 면허신청을 내주는 명분은 지역공항 활성화이다. 이를 빌미로 최악의 노선인 서울~양양노선을 뛸 것을 '협조'라는 표현으로 은근히 압력을 가했고 햇병아리인 제주에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했다. 항공운송면허 신청과 서울~양양노선을 트레이드 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아니 제주에어를 위해서도 서울~양양노선, 아니 설령 제주~양양이라고 해도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남들이 적자노선이라며 버린 양양노선을 왜 제주에어가 들어가야 하는지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부산노선에서 번 돈을 서울~양양에서 까먹겠다는 것인가. 양양노선은 명분과 현실 그 어느 것도 없다. 있다면 다만 건교부의 '압력'이 있을 뿐이다.

제주에어의 노선협의권은 제주도가 갖고 있다. 제주도는 왜 이 같은 최악의 노선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는가. 이에 대해 도민들에게 해명을 해야 한다. 제주에어의 운영권이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민으로서는 이 정도 말은 할 자격이 있다.

수익성을 말하는 제주도는 서울~양양노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도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그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다. 제주에어를 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백배 양보해도 서울~양양노선은 아니다.

기존 양 항공사는 제주에어가 서울~양양노선을 신청하는 순간 '비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왜 비웃음을 살 일을 하는가. 민간사업자인 제주에어가 말을 못한다면 제주도가 입을 열어야 한다. 이 문제는 결코 유야무야 지나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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