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환경연합 '고 현정희 선생 공동 장' 치러

 

▲ 1월 22일 저녁, 서귀포시 한빛장례식장에서는 고 현정희 선생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22일 저녁, 서귀포시에 소재한 한빛 장례식장에는 폐암으로 사그라진 한 여교사의 허무한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모여 추모제를 열었다. 망인이 아직 미혼이었기에 영정을 받들 자녀 한 명 없었지만, 이 여교사의 죽음은 너무도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전국교직원노조 제주지부 정책위원, 제주환경운동연합 부설 환경교육센터 소장 등 생전에 고인이 맡고 있던 직함들은 생전에 고인이 걸었던 삶의 자취를 짐작하게 한다.

참교육 실현과 환경 사랑에 마지막 삶을 불태웠던 고 현정희 선생. 고인의 열정과 헌신의 가치를 알기에,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 눈물을 흘렸다.

현정희 선생은 1965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태어났다. 1988년 제주대학교 사법대학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민주화운동 경력으로 인해 교사임용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교직에 발령을 받은 건 대학을 졸업한 지 14년 만인 2002년에 이르러서였다. 그것도 전국미발령대책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고서야 얻어낸 투쟁의 결실이다.

▲ 현정희 선생은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교육센터 소장을 맡아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에 앞장섰다.

교직에 있을 당시에도 환경운동과 전교조 활동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집행위원만 13년간 맡아왔고,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실장 및 전국대의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그 같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너무도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지난해 9월 몸이 아파서 받아본 건강검진결과가 폐암 말기로 나타났다. 제대로 힘을 써볼 시간도 없었고, 결국 많은 동료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할 채, 2011년 1월 21일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장례는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장으로 치렀다. 고인의 오빠, 강동수 전교조제주지부장, 윤용택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이 서귀포 한빛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며 조객들을 맞았다.

▲ 고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제주동여중 학생들이 빈소를 찾았다. 문상이 이어지는 동안 학생들 사이에는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22일 낮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제주동여중학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단체로 조문을 오기도 했다. 학생들 중에는 꽃을 들고 온 이들도 있었고, 조의금을 넣은 봉투를 가지고 온 이들도 있었다. 문상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학생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순향 전교조제주지부 부지부장은 추모사를 읽다가 "뭐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 갔냐?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미안해서 어떡해?"라며 눈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울었다.

고인을 위한 추도시가 낭송되기도 했다. '현정희 선생의 영전에'란 부제가 달린 '먼 길'이란 시를 김규중 선생이 쓰고, 현애숙 선생이 낭송했다.

- 중략 -

누구와 벗을 하여 그 먼 길을 떠나시나요

그렇게 사랑하던 오름이 곶자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생님을 벗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평생 천직으로 여기던 교실을 해맑은 아이들을

선생님 마음에 고이고이 담아 두고 먼 길을 떠나시나요

아니면 아니면 선생님을 끝내 괴롭힌 저 병마를

이제는 오히려 벗을 삼아 오지 못한 길을 떠나시나요.

...

▲ 추모제가 열리는 내내 장례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추모제에 모인 이들은 고인을 위해 고인이 평소 부르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노래패 '청춘' 소속 양성미씨의 기타 반주와 함께 민중가요 '민들레처럼'과 가수 조용필씨가 불렀던 '친구여'를 부르며 추모제를 마무리 했다. 고인은 생전에 조용필씨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추모제가 끝나자 고인과 6촌 남매지간인 현재철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를 했다. 현씨는 "정희가 대학교 다닐 때 항상 데모에 앞장서는 것을 보고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 오늘 여기에 모인 분들을 보고서야 정희가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며, "정희가 못 다한 참교육과 환경지킴이 일을 잘 감당해주시라"고 당부했다.

고인의 유해는 23일 7시에 장례식장에서 발인되어 8시에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제주동여자중학교에서 노제를 지냈다. 그리고 제주 양지공원에서 영결식을 가진 후 안치되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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