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49) 송산동 자구릿물과 소남머리물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관청할망당 ⓒ양영자

서귀포시 솔동산, 100여 년 전만 해도 소나무가 온 동산을 메워서 마을 이름을 솔동산이라 불렀다. 솔동산 앞으로 정방폭포와 새섬, 문섬 등이 있어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과 낭만, 신비함을 뿜어내며 뭇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6·25전쟁 때 서귀포 본향당 옆 초가집에서 피란생활을 했던 이중섭은 은박지에 자구리 바다와 게와 아이들을 그렸다. 지금도 이중섭의 거주지 낭간(난간)에 앉으면 자구리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자구리 바다 풍경은 서예의 대가 소암 현중화의 서실을 가득 차지하여 들어서 있기도 하다. 유난히 자구리를 사랑했던 이들의 예술혼을 기려 건립된 <이중섭미술관>과 <소암기념관>은 자구리 바다를 껴안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자 숙명적인 연인 관계에 있다.

솔동산 일대 사람들은 수도 가설 전까지 허벅을 이용하여 자구릿물을 길어다 식수로 이용했다. 물질하는 좀(아래아)수들이 물질을 끝나고 돌아올 때에도 자구릿물에서 몸을 헹군다. 자구리 바닷가의 ‘진여’는 해산물, 해초, 미역, 해삼, 오분자기 등이 많이 나며, ‘족쟁이여’에서는 구제기(소라)가 과작허게
많아서 물질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다.

하지만 자구리 해안에 오수처리장이 지어지면서 거기서 흘려보내는 물로 인해 우무, 천초, 해초, 미역, 오분재기 등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양식중인 전복도 거의 죽어가고 있다. 여기에 해산물을 몰래 캐 가는 좀도둑들까지 생기면서 요즘 자구리 좀(아래아)수들의 일상은 바쁘고, 눈물겹다. 2명씩 조를 짜서 날마다 아침 10시에 나와 6시 30분까지 뙤약볕 아래서 진여, 족젱이여의 해산물을 지키고 있다. 아예 점심도 싸고 와서 먹는데, 간혹 심술궂은 젊은이들과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 할 때도 있다.

▲ 자구리 해안 ⓒ양영자

자구릿물 해안을 따라 동쪽 벼랑 아래에 소남머리물이 있다. 예전에 소나무가 많이 자라서 바다로 들어오는 외부의 적을 방어하는 방어진 역할도 했다고 하는데, 그 머리에 위치한다고 해서 소남머리물이다. 생수가 솟아나서 식수로도 애용했는데, 최근에는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하여 담수욕장을 설치하였다. 샴푸나 목욕제가 바로 자구리 바다로 흘러들 위험을 안고 있다.

자구리 해안가 엉(절벽)에 ‘진안할망’, ‘관청이’로 알려진 할망당이 있는데, 개날(술일), 톳날(토끼날)을 택일하여 간다.

일제강점기에 서귀포경찰서 바로 알녘 구석에 주막이 있었는데 기생 면증을 가진 사람들이 술장사를 하였다. 그 중 언변과 사람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여인이 있었는데, 주재소 일본순사들은 이 여인이 부탁하면 바로 풀어주곤 했다. 사람들은 순사가 잡아가면 모두 이 여인에게 가서 석방시켜 달라고 사정했고, 이 여인은 성심껏 최선을 다해서 잡혀간 백성들을 구해주었다. 덕택으로 풀려나게 된 사람들은 이 여인을 ‘관청할망’으로 부르기 시작하였으며 그 후 당할망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전역에서 공직이나 관청에 다니는 공무원들, 선거 입후보자들, 운수업, 사업, 학교 취학, 입시, 시합 등이 있는 사람들이 주요 당골이다. 지금은 당이 사라지고 없으나 관청할망의 영험에 의지하여 최근까지도 당 주변에 여러 보살집이 들어서 있었다.

관청할망은 조선시대 민중 구휼에 힘썼던 김만덕과 견줄 만한 인물이다. 오성천(1931년생·남) 씨는 산북에 김만덕이 있다면, 산남에는 관청할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비념 할 수 있도록 조촐한 비석이라도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 양영자

* 찾아가는 길 - 송산동 서귀포항 → 동문로터리 방면으로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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