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투표거부운동은 홍보기회를 안 주나?

행정구조개편을 위한 주민투표가 27일 치러집니다. 점진안과 혁신안 중 어느 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주도민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점진안과 혁신안은 둘 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주의 소리'는 열린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열린마당 토론광장에 많은 도민들이 참여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니다. 이 글은 남원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대님이 보내오셨습니다.[편집자]

이제 며칠 없으면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앞으로 제주도의 행정계층과 주민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숱한 논란(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리 길지도 많지도 않고 지엽적인 것에만 열중 했던)들 속에 현행유지안(점진적 대안)과 단일광역자치안(혁신적 대안)을 택하는 주민투표가 발의되어 지금 투표운동과 투표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어떠할지는  모르겠으나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어서 누눈가의 명쾌한 답을 듣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지금 발의된 두 가지 안이 그간에 우리가 배웠던 제도나 법률개정, 각종 의사결정의 상식에 어긋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웠던 것은 법률 등을 개정 할 때는 개정안을 마련해서 그것을 상정하고 그것의 가부를 묻고 가가 많으면 개정되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 이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주민투표에 발의된 두 안을 보자. 현행유지안(점진적 대안)과 단일광역자치안(혁신적 대안)이다.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현행유지안이 투표 대상이 된 것이다. 단일광역자치(혁신적 대안)안을 상정하여 그의 가부를 묻는게 상식에 맞는 것이 아닐까? 현행 유지안을 따로 물을 필요 없이 단일광역자치(혁신적 대안)안이 부결되면 현행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 현행유지안(점진적 대안)은 성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혹자는 현행유지안(점진적 대안)현행 유지가 아니라 도와 시·군의 기능과 역할 조정의 내용이 있으므로 성안에 문제가 없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와 시·군의 기능과 역할 조정 등은 도의회의 의결-조례로서 가능한 것이다.

주민투표법 제7조(주민투표의 대상)제1항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에서 말하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등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투표결과 혁신안이 다수를 득했다 하더라도 부적법한(? “필자가 생각하기엽) 성안으로 인해 행정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 등에 휘몰릴 개연성은 없는가도 의문이다.

좋다. 십분 양보해서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과 현행유지안(점진적 대안)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투표운동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투표참여 켐페인의 문제다. 주민투표법 제24조(주민투표결과의확정)제2항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때에는 개표를 하지 아니한다.”로 규정하고 있어 투표권자의 1/3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만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즉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시 두 안은 자동 폐기되고 현행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안이 자동 폐기된다. 그것은 곧 투표거부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반대로 투표운동을 할 수 없는 자들의 투표참여 권유나 켐페인이 불법일 수도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임시공휴일 지정을 건의하는 일 도지사가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발언을 수시로 하는 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홍보물 등을 게시하는 등의 일 등.....,

반론 할지 모르겠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투표권자의 투표권행사를 도우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간 많은 보궐선거에서는 왜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지 않았을까? “투표참여의 권유는 고유의 업무일 수 있다.” 관행처럼 있어왔다. 그러나 어떤 법률에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선관위나 행정관청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 선관위는 그야 말로 선거 전반을 관리하고 행정관청은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나 최소한의 참여가 있어야만 되는 이번 주민투표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할 수 있다. 투표참여 운도이나 켐페인은 투표운동을 할 수 있는 자들에게 오롯이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끝으로 한가지만 더 지적하고 싶다. 필자는 솔직히 두 가지 안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방법은 투표에 참여해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투표거부운동을 통해서이다. 전자는 무효표를 만드는 방법이요, 후자는 투표자수가 1/3에 미달되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발의된 두 안의 투표운동은 토론회에 참석하여 홍보하거나, 그 안에 찬성하는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왜 제3의안일 수 있는 현행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던 두 가지 안이 모두 마음에 안들었든지 간에 투표거부운동을 할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1/3이상이 참여하지 않게끔 투표거부운동을 하여 두 안 모두를 폐기 시킬 수도 있음을 알려 줘야 하지 않을까? 토론회에 각 안 찬성자만 참석시킬 것이 아니라 투표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도 참석시켜야 하지 않을까? 배포되는 홍보물에도 투표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임을 알려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적극적인 참석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거부 또한 우리 사회를 좀 더 다양함이 존재하는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 수도 있음을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

괜한 사족 하나 달자. 20년간 행정계층구조의 개편에 대해 고민해 오셨다고들 하는데 20년 연구와 고민의 결과가 오늘의 이것이라면 참 우리 제주사회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주어지는 과제 주어진 환경에서, 기존의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머리 싸맬 것이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인,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사고로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행정계층구조 개편에서만 보더라도 행정의 효율과 능률 향상, 자치권의 실질적인 확대를 동시에 충족시킬 기존의 틀이 아닌 자유분방함 속에서, 기존의 법률과 제도를 벗어나 진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정하고 그 후에 제도나 법률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여겨진다.

그 결과야 어찌되었든 끝나고 나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함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미래의 시대는 우리가 살아갈 시대가 아니다. 우리 후손들이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세대에게는 그 어려움들을 미리 해결해야 할 일정의 의무가 존재하지는 않을런지....,


남원에서 감귤농사를 짖고 있는
 김   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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