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 프랑스편] (1) Trans Gaule 1,150km (2010년 8월)

 1,150km +1,200km = 2,350km. 프랑스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의 거리는 약 1,150km이다. 그리고 독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의 거리는 약 1,200km이다. 2,350km... 그 거리를 달려 보고 싶었다. 한 대회가 끝나고 일주일 뒤 바로 대회가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적절했다. 독일 횡단 대회는 내년에는 열리지 않는다. 거기에다 한 해에 2개의 횡단 대회를 완주하는 성취감과 비행기 표까지 아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출발하기 전 독일 대회까지의 참가비를 전부 입금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프랑스 대회가 끝나고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독일 대회까지 달려야 한다. 아니 쉽게 생각했다. ‘프랑스 대회에서 트레이닝 한다고 생각하면서 달리고 독일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보지 뭐...’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 프랑스 지도. ⓒ안병식

‘봉쥬르~’

 날씨가 무덥던 여름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 프랑스에 가면 맨 먼저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수많은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걸 상상하곤 할 만큼 내 마음속에는 프랑스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대회 날짜에 맞추어 가다보니 파리 시내를 구경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프랑스라는 나라에 있다는 건 만으로도 가슴은 뛰고 있었다.

 파리에서 고속열차(TGV)를 타고 로스코프(Roscoff)로 향했다. 로스코프는 프랑스 북동쪽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로 깨끗하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오랜 비행시간과 50kg이 넘는 짐을 이끌고 파리에서 로스코프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하는 동안 이미 내 몸은 지쳐가기 시작했다.

 로스코프에 도착하는 날 날씨는 많이 흐렸지만 시원하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집집마다 예쁘게 꾸며져 있는 정원들, 창틀에 매달려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지각색의 꽃들. 프랑스의 시골마을은 참 예뻤다. 오후 늦게야 도착해서 날도 금방 어두워 질 것 같았고 몸도 많이 피곤해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많이 무거웠다. 잠은 편하게 충분히 잔 것 같았지만 며칠 동안 쌓인 피로는 여전히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아침에 조깅을 하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볍게 비를 맞으며 작은 시골 동네를 달리는 기분도 괜찮았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대회 참가자, 스텝, 자원 봉사자들이 모두 모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왔느냐?
“나는 한국에서 온 Ahn이다.”
“만나서 반갑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1개국에서 6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지만 아시아에서는 나 혼자였다.

▲ 일출 ⓒ안병식

 
 세계 여러 나라에서 횡단 대회가 열리지만 정기적으로 1,000km 이상을 달리는 횡단 대회는 프랑스와 독일 대회가 가장 대표적인 대회이고 프랑스 횡단 대회는 2001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횡단 레이스이기도 하다.  

 횡단 대회에서의 숙박은 대부분 마을 체육관에서 자게 되고 참가자들은 개인침낭을 준비해야 한다. 근처 가까운 호텔에 가서 머무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음식은 아침은 대회 측에서 제공하고 각각 체크 포인트에는 빵과 음료, 과일이 푸짐하게 있기 때문에 달리면서 점심을 해결한다. 저녁은 대회 측에서 주는 대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회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홀수 날에는 대회 측에서 저녁을 제공했고 짝수 날에는 스스로 저녁을 해결했다. 가지고 간 음식이나 식당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슈퍼에서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기도 한다.

나는 라면과 햇반, 과자 등 일부 음식들을 한국에서 가지고 갔다. 파스와 구급약들도 준비했고 신발은 5켤레를 준비했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신발창이 금방 닳기 때문에 500~700km 마다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한다.

 그리고 1,000km 이상을 달리는 횡단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울트라 마라톤 대회보다도 많은 훈련 량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여러 날에 걸쳐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횡단 레이스에 참가 하려면 일을 잠시 중단 한다든지 긴 휴가를 얻을 수 있어야 참가 할 수 있다.

 훈련양도 일주일에 250km 이상, 한 달에 1,000km정도를 달려야 대회에 나가서 힘들지 않게 레이스를 진행 할 수 있다. 준비과정부터 레이스가 끝날 때 까지 많은 시간을 달리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나는 대회 참가하기 전 바쁜 일상과 게으름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서 대회 기간 동안 힘든 레이스가 됐다.

 대회 브리핑이 끝난 후 레스트랑으로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프랑스 와인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와인을 즐겨 마셨고 대회가 진행 되는 내내 매일 와인 한두 잔을 할 수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첫 만남이지만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이렇게 긴 울트라 대회에 참가 한 적이 있느냐?”
“프랑스 횡단은 나의 2번째 도전이다.”
“300km를 달려본 게 가장 먼 거리를 달린 것이다. 아직 나는 많이 긴장된다.”
“이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긴장도 되고 설레이기도 하다. 나에게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
“쉽지는 않은 레이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난 꼭 완주에 성공하고 싶다.”

▲ ⓒ안병식

 이대회의 정식 명칭은 ‘Trans Gaule 1,150km‘ 이다. 프랑스의 북쪽 끝 로스코프(Roscoff)에서 출발해 남쪽 끝인 그루이산(Gruissan)까지 18일 동안 하루 평균 60km를 달리는 프랑스 횡단 레이스 이다. 짧게는 49km 길게는 75km를 달리는 대회라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18일 동안 쉬는 날 없이 달려야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대회다.

 어제까지 하루 종일 내렸던 비도 그치고 구름사이로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고 있었다. 출발 장소인 바닷가에는 참가자 가족들과 구경나온 마을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코스 브리핑과 기념촬영이 끝난 후 1,150km를 달리는 프랑스 횡단 레이스가 시작 되었다.

 ‘프랑스 횡단’ 이제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 안병식

* 대회 협찬 : JDC, 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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