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정신이 이래서야...

   20세기 사상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개인의 성격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 하고 집단이 성격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제주인의 성격은 무엇일까?
그 중 전승하여야 할 것은 무엇이며,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전승하여야 할 것으로는  “3무 정신”과 “조냥 정신”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제주에 도둑이 없었을까? 도둑은 아마 가장 오래된 직업(?)중에 하나 일 것이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김상헌 목사가 “이 섬에는 도둑이 없다. 우마와 곡물을 방치해도 가져가지 아니한다”라고 말한 것이 그 유래가 아닌가 한다. 최부 목사는 대문이 없다“고 하면서 “누가 알았으랴. 머나먼 바다건너 이처럼 예의 바른 고장이 있을 줄이야”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가져갈 만한 물건이 없고 그 집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 것 까지도 잘 알고 있어 대문이 필요치 아니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의  '정낭' 문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거지는 없었을까? 17세기 중엽에 부임한 이원진 목사는 제주에 와 보니 “비록 걸인이라도 처첩을 데리고 살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본 오끼나와에서도 도둑, 거지, 현관이 없다는 정신이 있는 것을 보면 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아닌가 생각 한다.

그리고 조냥 정신 이다.
육지에는 민요 중에 노동요 보다는 노는 쪽 노래가 많다.“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런데 우리 고장의 민요에는 그러한 것들이 거의 없다.
“애기 나서 사흘만에 물질(해녀작업)가고, 밭에 갔다 오면서 낭깨기(나뭇가지)주워온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오랫동안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온 조상들의 부지런함과 절약 정신 그리고 어머니들의 굳센 삶의 힘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버려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게메 마씸'과 '놈의 대동' 정신이다.

 고려 숙종 10년(AD 1105년)탐라국이  고려의 1개 군으로 편입된 후 학정과 수탈, 출륙 금지 등 수많은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제주는 변방의 역사, 한과 눈물의 역사로 이어져 왔다.

억울함을 잘못 하소연 하거나 바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죽음과 직결 될 수도 있었다.
 “게매 마씸 양?(질문에 대한 재 질문) ” "놈의 대동 헙주게(대다수 속에 포함)"는 방어와 생존을 위한 슬픈 지혜의 한 단면이라면 잘못된 애기일까 ?

 그런데 최근에는 잘못된 끼리끼리 풍토가 제주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특히 공직 사회가 두드러진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이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 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은커녕 특정인을 위한 선거 개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줄을 잘 서야 단체장 임기 중에 좋은 보직을 받거나 승진을 한다.
잘못되면 “4년을 엎드려 있어야한다” 라는 말들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이기면 선거 개입이 아니다. 반대로 자신이 미는 후보가 지면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족쇄가 채워져 많은 불이익이 주어진다. 팀웍이나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내 사람 심기가 우선이다. 예스맨만 양산될 수 있다.

더욱 관변단체나 산하 기관장 임명도 선거와 직결된다. 능력과 관계없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부분 퇴출시킨다.

이번 선거에 누구누구가 “공이 많아 어느 어느 자리에 간다”라고 소문이 나면 곧바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모 절차는 하나이 과정일 뿐이고  순진한 응모자만 들러리 선다는 말들이 무성 하다.

전임자가 했으니 나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 그 고리를 끊는 지도자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지도자는 결과에 책임을 지고 역사에 부끄럼 없어야 한다. 최근에는 모 인사가 유관 기관장 교체까지 당연한 선거 전리품으로 보고 있어 아연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사회를 움직이는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단체장 한사람의 기준에 따라 죄지우지 된다.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한 구절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로마인 그들은 누구인가? 에트루리아인 보다 물건 만들 줄 모르고, 카르타고인 보다 장사할 줄 모르며, 그리스인 보다 머리도 나쁘고, 더구나 게르만인  보다 체력도 약한데 어떻게 로마라는 대 제국을 건설하고 천년동안 영위한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로마인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2천년 전 진나라는 만리장성을 쌓았으나 3대도 못가 망했고 도로를 만든 로마는 천년을 이어갔다. 그것은 폐쇄와 개방의 차이다. 라고 쓰고 있다.

▲ 김한욱 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잘못된 정신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의 고리도 끊어야 한다. 자기 사람만을 챙기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폐쇄적인 사고와 행동이 존재하는 한 제주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후손들이 살아갈 제주를 위한 길이 어느 길인지 돌아 볼 시점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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