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슬금슬금 공사 진행…강정주민만 ‘死地’ 내몰리는 상황
“국책사업 빌미 주민희생 강요 말라”…중앙정부 압박 ‘배수진’

제주도의회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동안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비교적 ‘점잖던’ 발언수위를 ‘강경’ 톤으로 높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의회 문대림 의장과 해군기지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현우범 위원장, 김경진·손유원 위원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도민합의 없이 추진되는 공사추진을 무기 연기할 것과 중앙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9대 의회가 출범한 후 8대 의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란 것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상황. 지난해 6.2선거를 통해 해군기지 추진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기자회견은 강정 해군기지 현장사무소 개소식과 30분 시차로 열렸다.

제주도의회는 9대 출범 이후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큰 흐름은 인정하면서 갈등해소에 ‘방점’을 찍고, 활동을 벌여왔다. 해군특위를 발족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난 7개월 동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윈-윈’ 전략이 있다던 우근민 도지사의 해법은 사실상 ‘헛패’임이 드러났고, 강정주민들의 입지수용 반대 결정 이후에도 중앙정부는 국책사업의 중요성만 강조했을 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은 본 공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정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현장사무소 건설 공사를 진행해왔다. 사실상 공사를 슬금슬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30일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지원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만약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해군기지 관련 모든 절차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이후에도 중앙정부의 반응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쳤다.

인내심을 갖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던 도의회는 급기야 8일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했지만, “제주도에서 발전계획안을 수립해 요청하면 특별법 통과 이전에라도 현실성 있는 수준에서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 제주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다음달(9일) 해군이 현장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뒷통수’를 세게 맞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의회의 (해군기지 갈등해소)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앙정부와 해군의 응답은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현장에 사무소 개소식을 연다’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참아왔던 공사추진과 관련해 “합의 없는 공사추진, 무기 연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정을 향해서도 “의회의 입장과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 의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당장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정부 입장과는 다른 ‘영리병원 분리처리’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절대보전지역 동의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이날 기자회견의 압권이었다.

이 문제는 강정마을회가 9대 도의회에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문 의장은 “의회 내부적으로, 또 이후 파생될 문제가 많아 고민이 많다”며 에둘러 난색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그는 “전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논 것. 몰릴 대로 몰린 상황에서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할지라도 제주도민을 포함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강정주민들 편에 선 도의회. “특단의 조치를 제시하라”는 제주도의회의 목소리에 중앙정부가 이번에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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