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교수, 세미나서 김만덕기념사업회 활동방향 제시

▲ 9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김만덕 기념 전국 학술세미나 '김만덕의 시대와 현실'.ⓒ제주의소리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서는 우선 김만덕 알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김경애 교수(동덕여대 여성학과·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 대표)는 9일 김만덕 기념 전국 학술세미나 '김만덕의 시대와 현실'에서 김만덕기념사업회의 활동방향으로 김만덕의 업적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평가작업을 전개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유관순, 신사임당, 나혜석, 빙허각 이씨, 허난설헌 등 역사 속의 여성인물을 재평가하고 이들을 기리는 사업은 기념사업회는 물론 출신 지방자치단체가 앞장 서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역사 속의 어떤 여성인물보다 많은 업적과 시대를 뛰어넘는 용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김만덕은 일반 국민들에게 생소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만덕 알리기의 한 방법으로 화폐에 김만덕 초상화를 수록하는 것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을 요구했다.

▲ 김애경 교수.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 대표로 김만덕 초상을 화폐 도안으로 사용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제주의소리
김경애 교수는 "국민 대부분은 신사임당을 잘 알고 있는데 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상적인 현모양처의 여성상으로 신사임당이 수록됐기 때문"이라며 "이 시대에는 물론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김만덕의 삶이 교과서에 수록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관으로 김만덕기념관을 재정비하고 제주도가 주축이 돼 외지인 출입이 많은 관광지라는 특징을 살려 제주도 안내책자에 김만덕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만덕 홍보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김만덕은 당시대에 여성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여러가지 업적들을 남겼는데 이와 연계해 김만덕이 한양과 금강산을 방문했던 경로를 따라 전국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현재 제주도 여성을 중심으로 수여되고 있는 김만덕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거나 헌신한 여성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만덕상을 기업여성, 기예에 능한 여성, 사회복지에 헌신한 여성, 사회의 금기를 깨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여성, 고위 공직자로 사회에 공헌한 여성 등에 수여하는 등 뜻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상으로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여성으로 최고 벼슬이었던 의녀반수의 복장을 한 모습, 기녀로서 아름다운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의 김만덕 초상화를 새롭게 제작하고 김만덕의 행정과 일대기를 동화, 소설, 만화, 전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 배포할 것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김만덕은 21세기를 사는 여성들이 사회에 공헌하고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귀감이 되는 여성상"이라며 "화폐 도안 개정이나 고액권 발행을 대비해 적그적인 관심과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2003년 11월 발족해 김만덕의 베풂 정신과 조선시대 여성경제인으로서 역동적이며 진취적 기상을 계승·발전시키는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는 ㈔김만덕기념사업회가 제주도의 후원으로 김만덕의 행적과 정신을 현재적 입장에서 재해석해 오늘을 사는 제주인들의 정신적 기반으로 삼고자 마련한 행사다.

▲ 변종헌 교수.ⓒ제주의소리
'김만덕의 삶을 통해 본 정신적 가치의 탐색'에 대해 발표한 변종헌 교수(제주교대 윤리교육과)는 "과거 속에 잊혀져 있던 그러나 주어진 운명과 사회에 맞서 치열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했던 많은 여성 인물에 대한 발굴과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고 여성을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표출로 제주 여인 김만덕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연구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변 교수는 "만덕에 관한 대부분의 기록과 작품들이 만덕의 행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덕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가운데 그녀의 삶 속에 배어있는 정신적 가치를 발굴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작업은 더욱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일"이라며 김만덕의 삶을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경제활동과 자본주의 덕목, 성공과 기업가 정신 등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배 교수는 "만덕은 혁신적 사고와 도전 의식 그리고 강한 의지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여성에게 부과된 경계를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사랑과 감정에 충실했던 주체적인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만덕이 객주를 운영하며 쌓은 부를 기근에 시달리는 제주 도민을 살리는데 쾌척함으로써 정조의 칭송을 한 몸에 받으며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벼슬인 의녀반수에 오르고 당시 여성에게 부과됐던 출륙금지령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정조를 대면했고 또 그 자리에서 금강산 구경을 소망한 것은 당시 남성에게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매우 진취적인 사고라고 해석했다.

배 교수는 또 만덕의 경제 활동에서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 정신을 읽어냈다.

만덕은 자본주의 정신인 이윤 추구 성향을 포함하면서도 그를 한 단계 초월한 도덕적 자질을 가졌다고 조명했다.

만덕이 사업을 운영하며 가졌던 세가지 원칙 '이익을 적게 남기고 많이 파는 것', '적정한 가격 매매', '정직한 신용 본위'을 들며 "만덕은 돈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직과 성신을 기반으로 사업을 꾸려 나갔다"며 "이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자본주의 정신과는 구별되는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정신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 ⓒ제주의소리
조선 시대의 성공한 여성 기업가 김만덕. 배 교수는 김만덕이 조선시대의 여성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막대한 자본을 축적했고 이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오늘날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완수했다는 점에서 만덕은 오늘날 여성 기업가의 전형적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18세기 조선의 주변부인 제주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세상을 꿰뚫는 안목을 바탕으로 유통업을 개척했다는 사실과 그와 같은 통찰력과 안목이 강한 추진력과 결합되면서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는 토대가 됐다는 사실을 들며 배교수는 "김만덕이야 말로 이른바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 교수는 "만덕의 모습은 다양하다"며 "기녀에서 출발해 불굴의 의지로 유통업을 개척한 기업가의 모습에서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 정신의 도덕적 기초에 상응하는 우리의 상도를 실천한 경제인,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제주도민을 위해 기꺼이 환원한 자선가, 그리고 부자유한 시대에 여성의 굴레와 한계를 뛰어넘은 자유인의 모습에서 18세기 조선 사회를 치열하게 살았던 만덕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설명한 후 "이처럼 만덕을 규정햇던 다양한 정체성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과거의 만덕과 그녀의 삶이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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