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도 침묵 禹도정 맹성토
해군, 현장사무소 개소식·부표설치…, ‘막가파’식 사업 추진

제주도의회가 중앙정부(해군)의 ‘막가파’식 해군기지 건설 공사 추진에 단단히 화가 났다.

우근민 도정을 향해서도 “공식적으로 공사 중단 요청을 한 이후에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도민의 편에 서서 당당하게 ‘공사 중단’ 목소리를 내라”고 압박했다.

▲ 왼쪽부터 박원철, 위성곤, 강경식, 윤춘광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는 15일 제279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해군기지건설갈등해소 추진단)로부터 해군기지 갈등해소 추진 및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 받고 있다.

이날 업무 보고는 초반부터 일부 의원들이 “도정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며 김상인 행정부지사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정회가 이뤄지는 등 난항을 예고했다.

박원철 의원(한림, 민주당)은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중앙정부·도정을 향해 지원 대책이 선행되기 전까지 모든 절차,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제주도의 공식적인 입장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도정에서는 갈등이 해소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냐. 중앙정부에 마냥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있는데, 정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위성곤 위원장(동홍동, 민주당)도 “의회에서 2차례나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절차이행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오늘 해군에서는 문화재 발굴조사 설명회를 갖고 있다. 제주도의 입장이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이어 “중앙정부(해군)이 보도자료를 내서 현장사무소 개소식을 언론에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게 갖는 의미가 뭐냐”고 따져 묻고는 “중앙정부에서는 의회의 제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제주도의 ‘공사 중단’ 요청도 무시하고 있는데도 가만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위 위원장은 “공사를 ‘안하무인’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비단 강정주민뿐 아니라 의회와 도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왜 도정이 도민의 편에 서서 얘기를 하지 못하나.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에 로드맵과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모든 공사·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강경식 의원(이도2동 갑, 민주노동당)은 8월에 있었던 제주도-의회와의 정책협의회 당시로 기억을 되돌리면서 제주도정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주도와 의회는 8월2일 정책협회의회를 갖고, ‘절차적 정당성 미흡’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갈등해소 이전 공사 중단을 중앙정부에 요청키로 합의했다. 제주도는 10월6일 국방부·해군에 공식적으로 ‘공사 및 행정절차 중지’ 협조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가 공문을 발송한 이후로만 가설건축물 개소식, 물막이 공사, 문화재 발굴조사, 항만공사 부표 설치, 진입로 공사, 오탁수 방지막 설치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도정의 말도 안 듣고, 도의회의 말도 안 듣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이렇게 해군이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하면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사께서 회견을 하든, 해군참모총장과 전화통화를 하든 해서 ‘지금의 상황이 갈등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윤춘광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해군이 이렇게 제주도민을 깡그리 무시하는데 도정에서는 뭐하고 있나. 도지사가 ‘관선’ 도지사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황용남 추진단장은 “공사 강행과 관련해서는 (해군 측에) 항의도 했다”면서 “하지만 중앙정부의 입장은 지금이라도 지원계획을 수립해서 제출하면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이전에라도 지원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귀책사유가 우리에게 있는 측면도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행정자치위원회는 도정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오후 2시부터 김상인 행정부지사를 출석시켜 질의응답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부지사 일정이 맞지 않아 오는 21일 오전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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