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속도로 오시는 봄님...오름서 기다립니다
걷기 속도로 오시는 봄님...오름서 기다립니다
  • 김홍구 (-)
  • 승인 2011.02.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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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극락오름-거문덕이-알오름

2011년은 신묘년 (辛卯年) 토끼띠의 해이며, 신묘(辛卯)는 육십간지 중 28번째이다.  얼마전 설을 지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묘년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경인년에  누구에게나 좋은 추억과 삶의 회환이 있겠지만  나에게도 여러가지 일이 발생돤 해이기도 했다.  갑작스런  아버님의 수술로  인하여 부모님을 다시생각케하는 시간이 되었고  예고치 않은 교통사고로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친환경오름매트를 만들어 특허를 내면서 오름에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하였고  순수한 환경단체인 '제주오름보전연구회'를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다.  '제주오름보전연구회'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함이고 아름다운 제주오름의 체계적인 보전과 이용방안을 만들기 위하여 제주자연환경의 가치창출 방안, 실천적인 제주 자연환경을 위한 제도 개선활동, 오름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정책에 대한 감시  및 대안제시 활동,  오름의 보존 및 보전방향 제시 등  오름의 가치창출을 위하여 전문가를 구성하여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 기존 등반로와 친환경오름매트 등반로 ⓒ김홍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평화로 주변에 수많은 오름들이 있다.  바리메를 비롯하여 새별오름, 북돌아진오름, 괴오름, 원물오름, 족은대비오름, 밝은오름, 골른오름, 군산 등등.  하지만  오름을 다니는 사람들은  크고 경관과  조망이 좋은 오름만 다니며  조그마한  오름을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많다. 

그 작은 오름중에  극락오름이 있다.  높이 313.5m, 비고 64m 이며 북서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의 유래는 우리가 아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정토(淨土)인 불교도들의 이상향 극락(極樂)과는 사뭇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옛 문헌에는 극락(極落)으로쓰이기도 했다.  한문이 쓰이기 이전에 제주사람들에게서 불리던 오름이름이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 극락오름 ⓒ김홍구
전날 많은 눈이 내렸지만 걷기에는  좋다.  사각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들어선  입구에는 "김해김씨 김녕군파 세장지" 가 있다.  세장지란 세장지지(世葬之地) 또는 세장지지(世藏之地)라 하는데  대대로  묘를 쓰고 있는 땅을 일컽는다. 

▲ 김해김씨 김녕군파 제현사세장지 ⓒ김홍구

오름정상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공사가 중단돼 방치되어 있는 건물 너머로 보이는 눈구름에 살짝 가려진 어승생악,  산새미,  그리고 족은노꼬메와 큰노꼬메오름이 정겹게 나란히 앉아 있다.  북쪽으로는 큰소낭사이로 굼부리 너머 물메오름이  단아하게 보인다.

▲ 극락오름에서 바라본 어승생-산새미-족은노꼬메-큰노꼬메 ⓒ김홍구

▲ 물메오름

극락오름 남쪽능선길은  수령이 꽤  될듯 싶은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북쪽으로 가는 능선길은 도꼬마리가 가득한 산뜻한 길이다.  이 길에서 한참을  머물러  자연을 만끽한다.

▲ 정상의 소나무 ⓒ김홍구

▲ 능선길 ⓒ김홍구

극락오름은 삼별초와 관련이 있는 오름이다.  바굼지오름, 안오름, 극락오름, 붉은오름, 살핀오름이 삼별초와 관련이 있다.  이 극락오름은 삼별초 군사들이 궁술을 연마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화살을 쏘았는데 북쪽방향에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표적으로 삼았던 바위가 지금도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화살이 꽂혔던 자리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바위는 지금은  "살맞은 돌" 이라 하여  보호 받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에 지금은 제주도에서의 삼별초가 재해석되고 있지만 삼별초가  퇴각한 후 제주도는 본격적으로 몽고의 지배에 들어가게 된다.

▲ 살 맞은 돌 ⓒ김홍구
내려오는 길에  말라버린 하늘래기가  보인다.  표준말로 하늘타리라 불리우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이것으로 술도 담그고 한약재료로도 쓰인다.  천사가 하얀옷을 입어 하늘거리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꽃을 보면 무척이나 이채롭게 보인다.

▲ 하늘래기와 꽃 ⓒ김홍구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사랑하는 것과 걷는 것이라 한다.  얼마 후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 봄이 오는 속도가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렇듯 모든 기준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오름을 걸어서 오르는 것,  그곳에서 자연을  느낀다는 것, 이제 금방 솟아날  복수초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걷는다는 것,  휴정 서산대사는 임진왜란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다.  그가 쓴 한시는 백범 김구선생이 애송했다고 하는데  걷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눈 덮힌 벌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가는 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인생을 살아가며 나를 되짚어 보게 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운전면허시험장 건너편에 있는 거문덕이로 향한다.  요즘  거문덕이 아래 유수암에 가서 전원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 여겨진다.  거문덕이는 높이 401.5m, 비고 52m 이며 북서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을 오르는데 풍혈이 보인다. 풍혈(風穴)이란 여름철에 땅 속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산 기슭에 뚫린 구멍인데 제주도의 지질특성상 오름에 많은 풍혈이 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와 오름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알려준다.

▲ 풍혈 ⓒ김홍구
오르기에 부담이 없이 곧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서 애월 과오름과 고내봉이  저멀리 형제처럼 자리잡고   제주시방향은 소나무숲 사이로 자그마한 오름들이  올망졸망 보인다.  여름에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저절로 노랫자락이  나올만도 하겠다.  거문덕이를 내려오니 보이는 노꼬메와 바리메가 정겹다.

▲ 과오름과 고내봉 ⓒ김홍구

▲ 나무숲 오름들 ⓒ김홍구

▲ 족은노꼬메,큰노꼬메, 큰바리메 ⓒ김홍구

2월은 시샘달이라 한다.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달이라는 말이다.  또는 봄이 들어오는 달이라 하여 들봄달이라고도 한다.  이래저래  봄은  가까이에 와있다.

땅밑 들꽃과 구름과 바람이 마주 앉아 언제쯤 봄을 만들까하고 얘기하고 있으리라.  걷는 발길에 녹아드는 눈길, 오솔길은 봄이 오는 길이다.  그길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새소리가 들리면 이미 봄은 내 마음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상상을 하자.  노란꽃, 하얀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오솔길을.  걷는 것만큼 천천히 마음을 열어 여유롭고 한가하게, 아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들꽃,  나비,  바람, 풀들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지 않겠는가. 

이왕 걷는 길에 경마장 아래에 있는 알오름으로 향한다.  보통 알오름이라 하면 큰오름에 딸린 오름을 일컫는데  여기만큼은  그냥 알오름이다.  입구에는 "김해김씨 좌정승공파 의방묘역"이 있고 그길을 따라 오르면 어디가 정상인지  모를  오름이 있다.  이곳이 바로 알오름이다.  높이 446.2m, 비고 31m 이다. 

▲ 알오름 ⓒ김홍구

제주 김해김씨의 많은 수가  좌정승공파다.  나또한 그렇다.  김만희(金萬希)를 입도조로 하여 입도 8세손에 8형제를 두었는데 팔방이라 한다.   방으로 끝나는 형제가 8명이라 부르는 말이다.  그중에 의방(義邦)은 팔방중  3번째이며  나는 5번째  예방(禮邦)의 후손이다.  

김만희는 고려말의 절조있는 유신으로  이태조의 간곡한 부름을 뿌리치고 태조2년에 그의 손자 예(禮)를 데리고 제주로 유배를 오게 된다.  그당시 애월포를 거쳐 곽지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가르쳤다.   그의 호까지 애월포로 들어왔다하여  월포(月浦)로 고쳤다. 

▲ 김해김씨 좌정승공파 의방묘역 ⓒ김홍구

▲ 족은노꼬메,큰노꼬메, 궷물오름 ⓒ김홍구
 

▲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의소리
알오름 자락 탐라양씨묘  비석에 이곳이  난봉(卵峰) 이라 표시하고 있다.  오름의 남쪽으로 나오자 경마장 넘어 멀리 노꼬메와 궷물오름이 가까이 있다.  하얀 눈위에 보이는 오름이 다정하기만 하다.  온 세상이 하얗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많은 눈이 내렸다.  지금도 오름엔 눈이 가득차 있다. 

이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산눈길을 천천히 걸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에 눈아래 잠에서 깨어나는 봄의 향도 맡아보고 저 눈길너머 그리운 사랑을 찾아가자.  오름을 오르는 모든 이여,  올해에도 건강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동화되었으면 한다. /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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