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꽃과 함께] 한겨울 감나무의 조화

고드름이란 낙숫물 따위가 밑으로 흐르다가 얼어붙어 공중에 길게 매달려 있는 얼음을 말한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물이 흘러 떨어지는 가운데 주위의 온도가 약 0℃ 이하이면 물이 얼기 시작하는데, 흐르는 물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에 의해 바로 얼지 못하고 흘러 떨어지면서 얼기 때문에 보통 기다랗고 뾰족한 원뿔형을 가진다. <위키백과에서 일부 발췌>

▲ ⓒ고봉선

겨울철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고드름은 얼음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자란다. 고드름이 생기려면 얼음이 녹고 얼 수 있도록 영상의 기온과 영하 온도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지붕에 쌓인 눈이 낮에 녹아 흐르다가 밤이 되어 온도가 떨어지면 얼어붙기를 거듭하며 고드름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고드름이 자랄 때마다 지붕 위에서 흘러내린 이물질들이 조금씩 섞이기 때문에, 고드름의 부러진 단면을 살피면 나이테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나이테를 세어 보면 며칠이 지난 고드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고봉선

대부분 고드름은 투명하지만, 장소에 따라 누런색 고드름이 맺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굴뚝 옆일 경우는 물질이 연소할 때 만든 수증기나 따뜻한 공기 속에 있던 수증기가 엉긴 물이 얼어 만들어지는 고드름으로, 이산화황이 연통의 철 성분을 녹여 황산화 된 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 ⓒ고봉선

지난 일요일 아침, 서귀포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막 마을 안길을 벗어날 때였다. 어느 집 마당 귀퉁이에 있는 감나무 전체가 번쩍였다. 잠시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가다가 이상하다 싶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되돌아와서 보니 웬 고드름이 나무에 신기하리만치 열렸다.

어릴 땐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뜯어 입에 넣고 빨거나 와자작 씹기도 했었지만, 정말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그나마 내가 사는 집은 슬레이트라 올겨울엔 심심찮게 고드름을 볼 수 있었지만, 옛날과 달리 처마 밑에 고드름을 보는 것 또한 시골이 아니면 드문 요즘이다.

▲ ⓒ고봉선

작년 1월 울릉도에 갔다가 나리분지에서 아주 굵직하고 큰 고드름을 봤을 때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본 나무 고드름은 신기의 범위를 넘어선, 누군가가 조화를 부려놓은 것만 같아 셔터를 누르면서도 조금은 어리둥절하였다.

▲ ⓒ고봉선

눈을 비비며 보고 또 보아도 영락없는 고드름이었다.

‘누군가 나무에 일부러 설치해 놓은 조형물 같은 것은 아닐까?’ 머릿속에 박힌 영상은 나를 떠나지 않고 궁금증에 시달리게 했다.  며칠 후 그곳에 가 보았더니 멀쩡한 감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제주의소리>

<고봉선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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