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라는 이름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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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의 도시읽기] (7) 교보생명 빌딩-서귀포 걸매예술마을 벽화

▲ 서울 광화문 거리에 있는 교보생명 빌딩. ⓒ이승택

서울 광화문 거리에 있는 00빌딩에서는 때마다 의미 있는 글과 함께 건물 벽을 이용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삭막한 도시에 거대한 건물 벽을 배경으로 그려진 상대적으로 작은 그림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즐거움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거대한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잖아도 거대한 건축물은 도시의 물리적 밀도를 높여 숨 막히게 하는데 그림마저 거대하다면 그림이 주는 의미의 과잉으로 정서적인 과부하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은 도시의 배경이 되어야 하고 가끔, 정말 가끔 독특한 건축물이나 벽화를 통한 가벼운 미적 감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서귀포 걸매예술마을 벽화. ⓒ이승택

2007년 서귀포 걸매생태공원 인근에서는 작은 실험이 있었습니다. 도시환경에서 뽐내며 도드라지는 벽화가 아닌 주변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금지된 낙서를 함으로서 심리적인 해방감을 느끼고, 아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열어보고자 벽에 낙서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크레파스로 색칠함으로서 단시간에 오래된 그림처럼 느끼게 하여 마을의 역사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때 그려진 많은 그림 중 하나인 이 그림은 벽에 난 잡초에 어울리게 두 아이를 그려넣음으로서 마치 숲속을 걷는 느낌을 단순하게 표현한 그림입니다. 또한 아이들을 초록색으로 칠하여 자연과 함께 하려는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잡초 하나라도 의미를 부여 벽화를 그리는 마음이야말로 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수많은 벽화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벽화는 재미있고, 어떤 벽화는 아름답지만 어떤 벽화는 숨 막히게 하고, 어떤 벽화는 아무런 감동도 없습니다. 길거리 벽화는 공공의 영역에 그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을 위해 그려지는 그림에 비해 사람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오히려 시각적인 공해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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