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부기장 해경에서 최고 베테랑-기상조건 맑고 양호 도대체 왜?
AW-139헬기 한국 6대 운용…수심 80m 추정 블랙박스 인양돼야

▲ 추락한 헬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동체 파편들. ⓒ제주의소리
실전 배치된 지 5일만에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최첨단 AW-139헬기가 추락,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응급환자였던 이유진(28.여) 순경이 숨진 채 발견됐고, 기장 이병훈(40) 경위, 부기장 권범석(49) 경위, 정비사 양춘석(40) 경사, 최명호(37) 경장 등 4명이 실종됐다.

이번 AW-139 헬기 추락 사고는 여러 의문점이 남고 있다. 먼저 해양경찰청이 보유한 가장 최첨단 헬기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gusta Westland)사가 제작한 AW-139 헬기는 지난 2009년 12월 구입, 1년간 시범운항을 거쳐 지난 18일 제주항공대에 실전 배치됐다.

엔진출력은 최대 3358마력, 시속 309Km로 최대 933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야간 해양수색도 가능한 최첨단 응급구조헬기다. 구입 가격만 200억원이다. 현재 한국에는 AW-139헬기가 해경이 2대, 소방본부 2대, 삼성 2대 등 총 6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헬기 조종사가 해경에서 최고 베테랑에 속한다는 점이다. 사고 원인이 조종 미숙이 아닐 가능성을 짙게한다.

이병훈 기장은 2006년부터 총 비행시간이 2689시간, 권범석 부기장은 1999년부터 4328시간의 비행시간을 갖고 있다. 이는 해양경찰 중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또 이 기장과 권 부기장은 AW-139 헬기 도입 이전에 제작사인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에서 비행 교육을 받았고, 1년 동안 시범비행을 해 왔다. AW-139헬기 비행시간도 이 기장은 323시간, 권 부기장은 280시간이며 구조건수도 6건이나 된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실종된 이병훈 기장과 권범석 부기장은 지난해 천안함 사고 때도 AW-139를 조정하며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등 수많은 인명구조작업에 참여한 해경 최고 베테랑"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사고 당시 기상여건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 사고 당일인 23일 오후 제주 해상에는 북서풍이 8-10㎧, 파도는 1-2m, 시정거리도 800m 정도였다.

송나택 제주해경서장은 "응급구조헬기 운항 당시에는 기상상황이 맑고, 양호했다"고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통신 시간과 헬기 잔류품이 발견 장소다.  AW-139 헬기는 23일 오후 6시50분께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임무 수행중인 해경 1502함으로부터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오후 7시30분께 제주공항을 이륙했다.

이어 오후 8시20분께 1502함에서 이 순경을 태우고 제주공항으로 되돌아오던 중 갑자기 통신이 끊겼다. 제주항공대와 헬기가 마지막으로 교신한 시간은 8시30분. 항공대에서는 "현재 위치가 어디냐, 도착 장소는 어디인가"라고 물었고, 헬기에서는 "9시까지 제주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헬기는 운항 중에 통상적으로 10분마다 본부나 항공대와 교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헬기는 도착시간까지 30여분간 항공대와 교신을 하지 않았다. 항공대가 9시 도착시간에도 헬기가 나타나지 않자 9시3분께 헬기와 연락을 했지만 이 때부터 통신이 두절됐다.

해경측에서는 "10분마다 연락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 것이지만 반드시 통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고 헬기의 잔류품 발견 장소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 장소와 다르다. 해경은 헬기 탑승자의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한 끝에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앞 500m 해상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헬기 잔류품과 탑승하고 있던 이 순경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처음 구조활동에 나갔던 1502함 인근 해상이었다.

해경은 24일 오전 9시10분께 제주시 한림읍 서쪽 105km 해상에서 추락 헬기 꼬리 부분과 문짝 등을 발견됐고, 이 순경의 시신도 인근에서 수색중 발견했다.

이곳은 1502함이 응급 구조를 제주항공대에 요청했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이다. 1502함은 차귀도 서쪽 70여km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했었다.

이런 여러 의문점은 헬기 동체에 있는 블랙박스를 인양해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헬기 잔해와 유류품이 발견된 곳은 수심 80m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제주해경과 수색현장을 방문하고, 인천으로 올라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