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명평화 순례자 도법스님 “4.3영령 두렵지 않나?”

생명평화의 순례자 ‘도법 스님’(지리산 실상사 회주)이 생명평화결사 제주순례단과 함께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영령들에 분향했다. 

지난 2003년 창립 이후 그동안 생명평화운동을 꾸준히 지속해온 NGO ‘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 김경일 성공회 신부)는 이날 제주4.3평화공원을 출발해 7일간의 제주순례를 시작으로,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를 염원하는 100일간의 전국 도보 순례 길에 올랐다.

이날 4.3평화공원에서 시작된 순례 길에서 제주출신 도법스님과 ‘생명평화’라는 화두와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에 대해 길 위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 도법스님(지리산 실상사 회주)은 제주출신(한림읍)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건강한 대안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불교계 대표 인사다. 도법 스님은 지난 2004년 약 40일간 제주도에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끄는 등 그해부터 3년간 전국 곳곳을 탁발순례하기도 했다. 스님은 강정마을에서의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는 것에 대해 "4.3의 교훈과 4.3영령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좌.우익 이념 광풍 휩쓴 아픔의 땅 제주…'평화 순례길 되길

도법 스님은 4.3영령들의 안식처가 된 4.3평화공원에서 이날 순례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가치와 자연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고 좌익 또는 우익이라는 이념의 광풍이 휩쓸고 간 역사의 현장이 바로 제주 땅”이라면서 “그 아픔을 치유하고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 4.3평화공원인 만큼 이 곳을 출발해 생명의 가치를 빛나게 하고 평화의 아름다움을 여기저기에 채워지게 할 수 있는 순례길이 되길 염원한다”라는 말로 순례 길을 열었다.

도법 스님은 이날 순례 길에 참석한 강정주민들을 보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강정주민들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제주해군기지문제를 강정마을의 문제를 보는 것은 문제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제주출신이자 4.3유족이기도 한 도법 스님은 “적어도 최소한 4.3의 아픔을 겪은 제주도라면 이런 아픔이 재연될 수 있는 일들은 도민의 힘과 도민의 명령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며 “(해군기지 문제는)제주도민의 문제이고, 거슬러 올라가면 4.3영령들의 아픔이기도 하다”면서 “과연 그분들(4.3영령들)이 4.3의 아픔이 재연될 수 있는 일들이 제주 땅에서 벌어지기를 바라겠는가?”라는 반문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 4.3위령제단에 분향하는 김경일 생명평화결사 위원장, 권술용 순례단장, 도법스님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생명평화결사 100일 순례단이 1일 제주에서 순례길에 올랐다. 첫날 4.3평화공원 4.3위령제단 앞에 모인 참석자들이 4.3영령들에 묵념을 올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해군기지 문제는 강정마을만의 문제 아니…4.3영령 염원 저버리지 말라!

도법 스님은 제주해군기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정부나 해군, 또는 강정마을에서 찾지 말 것도 당부했다.

스님은 “제주도민들이 4.3영령들의 바람을 잘 읽어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가 추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도민 전체의 책임인데 자꾸 강정주민들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도민들로서는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는 4.3이 남긴 교훈을 망각하는 일이고 4.3영령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도법 스님은 이어 “적어도 4.3영령들의 염원과 4.3의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도지사를 위시해서 진보보수를 망라한 모든 도민의 이름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가 해군기지”라며 “도민이 그런 의지가 있다한다면 정부나 해군이 아무리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더라도 도민의 힘 앞에 무릎 꿇겠지만,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된다는 것은 결국은 그같은 도민들의 의지가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거듭 꼬집었다.

그리고 도법 스님은 “비록 해군기지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주도의 모든 운명을 좌우한다고 보진 안는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노력은 끝까지 하되, 혹시 결과가 우리의 노력대로 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화두인 생명평화의 노력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면서 ‘긴 호흡’의 생명평화운동이 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끝으로 도법 스님은 “이번 100일 순례의 첫 행선지를 제주도로 온 것은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고 또 아픔의 땅이기 때문에 그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생명평화의 씨앗을 키워낼 수 있는 구체적 몸짓을 제주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100일 순례를 시작하는 제주순례 길이 생명평화의 불씨를 지피는 아름다운 길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생명평화결사 100일 순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기도하는 발걸음이자 ‘생명살림’을 기도하는 발걸음으로, 제주 순례는 오는 7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진다. 제주순례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며 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가 함께 동행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걸음 마다 생명평화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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