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없는 제주평화대회…4일 시청 앞 평화로 물들다
생명평화순례단 동참 속 시민 200여명 해군기지 강행 성토

▲ 4일 저녁 제주시청 상징탑 앞에서 열린 '해군기지 없는 제주평화대회'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시민 200여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이날 평화대회의 첫 무대는 자칭 사회주의 밴드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기타오)' 밴드가 열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평화의 난장으로 시청 상징탑 앞이 한바탕 휘청 거렸다.

마지막 안간힘을 내고 있는 꽃샘추위에도 저마다 높이 들어 올린 촛불은 꺼질 줄 몰랐고, 추위가 아닌 현장 열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볼 따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열기는 참가자들의 마음속에서 ‘제주의 평화! 강정마을의 평화!’를 부르짖게 했다.

‘해군기지 없는 제주, 평화로 물들다’를 주제로 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 등이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상징탑 앞에서 주최한 ‘해군기지 없는 제주평화대회’의 서막은 서귀포시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자칭 사회주의 밴드라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기오타)’가 열었다.

  ▲ 이날 제주시청 상징탑 앞에는 약 200여명의 시민들이 평화대회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자신들을 '유기농 펑크핑크의 창시자'라고 소개한 '사이밴드' 무대는 색깔있는 인디밴드를 만난 기쁨에 참가자들이 여기저기서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평화의 촛불을 든 참가자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냐! 그냥 즐겨!” 시청 앞 한판 ‘난장’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닙니다. 음악은 즐기는 것입니다! 평화로운 제주에서 음악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란 기오타의 보컬 강경환 씨의 외침으로 시작된 평화대회는 길을 가던 행인들까지 붙잡아 놓을 만큼 신나는 난장이었다.

뒤를 이어 대금연주자인 국악인 조철현 씨도 흥을 이었다. 대금으로 들려준 영화음악 ‘황야의 무법자’, 트로트 ‘신라의 달밤’ 등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명연주였다. 여기저기서 박수치고 어깨를 들썩이고 앙코르가 쏟아졌다.

서울 등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며 '슈퍼백수' '유기농 펑크포크의 창시자' '얼굴근육 가수' 등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이밴드’의 무대도 압권이었다. 

재미와 흥겨움 속에서도 예리한 사회적 메시지를 차곡차곡 담고 있는 노래들을 선보였다.

그들이 불러준 노래 ‘냉동만두’는 딱 뭐라고 꼬집는 노래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를 향해 ‘뉘우치라!’고 하는 음악 같았다. 노래가사는 ‘냉동만두 같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찐만두 같고 / 미소된장 같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집 된장 같고 / 맥도날드 같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한정식 같다’…. 이어 부른 노래가 ‘당나귀 가는 길에 비단을 깔아요’다. 참 독특한 뮤지션들이다. 

▲ 평화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훈 목사, 신용인 교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김경일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일방적인 해군기지 강행을 일제히 성토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생명평화 제주순례단 “다시는 동족상잔 비극 없도록…”

이날 평화대회는 군사기지저지범대위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제주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한 자리였다.

특히 제주해군기지 갈등 중재를 위해 한반도 100일 생명평화순례를 100일 제주순례로 계획을 전격 변경한 생명평화결사 순례팀들도 함께 했다.

이날 이정훈 목사(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는 여는 말을 통해 “우선 한반도 순례를 하기로 했다가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순례로 일정을 바꾼 생명평화결사에 진심으로 고마운 말씀을 먼저 드린다”면서 “제주가 진정으로 생명평화의 섬이 되고 세계인들이 진정으로 찾아오고 싶어 하는 참된 생명평화의 땅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인 김경일 성공회 신부도 인사말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에서 4.3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다시는 우리 부모형제들이 총부리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없도록, 제주 땅이 부디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땅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평화대회에는 강정마을주민들도 참석했다. 마을주민들을 대표해 강동균 마을회장은 “제주도가 요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에는 세계자연보전총회도 제주에서 개최되는데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인이 제주로 몰려올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들이 마냥 기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려 하다니 이게 맞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생명평화 100일순례단의 권술용 순례단장(왼쪽)도 이날 평화대회에 참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신나는 공연에 환호하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멋드러진 대금연주를 선보인 국악인 조철현 씨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신용인, “공권력이 국민기본권 침해하면 그건 범죄” 일갈

이어 마지막 연사로 마이크를 잡은 제주대 로스쿨 신용인 교수는 작심한 듯 정부와 해군, 법원까지 싸잡아 거세게 성토했다.

신 교수는 “지금의 제주해군기지는 정부가 오만방자하게 힘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제주도의 지도자들도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고, 도민을 위한 정치를 펴는 진정한 지도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제주는, 지금 강정마을은, 부당한 권력 앞에서 힘없는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도지사도, 의회도 모두 생색내기만 할 뿐 진정 도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지 않고 있다.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그건 공권력이 아니라 범죄”라면서 목청을 높였다.

신 교수는 끝으로 “해군기지 싸움은 이 땅의 법치주의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라며 “그래서 이 싸움에서 이겨야만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고, 제주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