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는 싶은데...기르기 힘든 우리사회

무슨 말인가 출산포기라니…, 출산을 포기하다니 이것이 웬 말이란 말인가!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포기한다는 부자연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우리 주위에는 어쩌면 비일비재 한 일이 아니던가!

출산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어깨를 누르는 아이 양육비 때문에, 기회를 배제당하지 않기 위한 교육비 때문에,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에 내던지기 싫어서. 여러 가지 거부하기 힘든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실제로 오늘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일자리를 잃지 않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벌어야 할 때라 출산을 포기했었다고….

오늘은 어떤 날인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1908년 3월8일 자랑스러운 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외쳤던 날이다. 하루 14시간 이상씩 환기도 되지 않는 열악한 작업장과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노동환경에 짓눌리던 여성 노동자들이 드디어 일어난 사건이었다. 세계경제 공항에 의한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허덕이던 미국 섬유 여성 노동자들 수 만 명이 뉴욕 로저스 광장에서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여성들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조차도 없는 완전한 무권리 상태였다. 여성들이 성별, 종교, 민족의 차별을 두지 않는 보통 선거권을 주장하였다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여성의 인간다운 권리를 찾는 일이었다.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로 인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과도한 작업량과 위험한 작업 환경 개선, 여성과 임신에 유해한 작업 금지, 산전산후의 출산휴가 등 모성에 대한 보호조치 등이 조금씩 이루지고 있으며, 이날 투쟁을 기점으로 매년 3월 8일이 되면 세계 각국 수천 수 만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집회와 기념식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행진하여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실천을 결의하는 날’이 되었다. 그것이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 국가와 사회는 저출산․고령사회의 위험을 얘기하고 있다. 미래의 재앙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2050년쯤 되면 우리사회에 노인만 존재할 지도 모른다고 친절하게 통계 예측 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도대체 저출산․고령사회의 위험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노동력 부족이란다.(2015년 63만명, 2020년 152만명 부족 = 보건복지부 2010.) 돌볼 어르신은 많은데 돌볼 노동력은 부족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노동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는 호들갑을 떤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절대 필수적인 노동력! 아이를 낳아달라고. 미래의 재앙이라 서슴없이 떠들고 있다.

언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았던가! 언제는 국가가 산아를 제한하는 폭력을 서슴지 않더니 이제 국가가 보호할 테니 조금만 더 출산해 달라고. 경제가 그렇게 왕성하게 성장 할 때도 아이 낳고 키우는 문제는 언제나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국가와 사회가 그 귀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해 준 것이 무엇인가.(2011년 이제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도 논란 중이지만…) 언제 우리 아이들이 국가와 사회를 떠받치는 노동력이 아닌 적이 있었나!

합계출산율이 1.2명 아래로 급격히 떨어진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이다. 1980년대만 해도 2.0명을 넘어섰으나 90년대 이래 떨어지면서 급기야 2009년에는 1.15명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제주는 1.46명, 전국 평균 1.22명으로 전국 3위. 꼴찌 서울은 1.01명. -제주의소리 3.4 기사) 이쯤되면 국가와 사회가 야단법석을 떨 만도 하다.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른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을 하고 있고 OECD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이라고 하니까 말이다.(경제력과 자살률을 빼면 죄다 최하위이다.)

그래서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일명 새로마지플랜 2011~2015를 발표하였다. 일가정 양립화 및 결혼출산양육 부담 경감이 주된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체감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 무상보육을 한다고 하나 아직 소득에 따라 차별 지원하고, 각종 보육에 들어가는 잡부금은 여전히 많다. 무상급식도 이제 일부 시작이다. 출산을 제일 어렵게 하는 양육비와 교육비에 대한 대책은 아직 얘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한때 저출산의 심각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유럽의 아동.가족수당이나 출산 및 어머니수당, 무상교육 정책, 실질적인 육아휴직제도 등은 아직 우리에겐 오리무중이다.

▲ 김경환 사회적기업 (사)일하는사람들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도 기혼자의 30.3%가 3명 이상의 자녀, 47.3%가 2명의 자녀를 원한다고 한다.(제주의소리 3.4 기사) 그러나 원하지만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양육비와 교육비, 보육에 대한 과중한 부담 때문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민은 아이를 원하는데 출산은 하기 힘들다. 국가와 사회는 노동력을 원하는데 해 주는 것은 별로 없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3.8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차라리 출산포기선언 운동이라도 벌이는 게 낫지 않을까? / 김경환 사회적기업 (사)일하는사람들 대표, 제주대학교 사회복지연계전공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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