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도의원들에게 바란다

선진국에서는 의회를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의회는 정부의 권력남용에 저항하여 국민의 권익을 지켜주는 국민의 진정한 대표라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대표적인 국가기관 중의 하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회가 권력을 통제하기는커녕 권력의 시녀가 되어 통법부의 역할에 그쳤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통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라는 헌법적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2009년 말경 절대보전지역변경 동의안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정부와 도지사의 뜻에 맹종한 탓에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도민의 기본권을 지키라는 헌법적 사명을 망각했던 것이다. 그 결과 강정주민들의 기본권은 유린당했고 도의회의 권위는 바닥으로 실추되었다.

지난 3월 8일 오영훈 위원을 비롯한 9명의 도의원들이 절대보전지역변경 동의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발의했다. 오영훈 위원은 하자 있는 의결을 도의회 스스로가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문대림 도의회 의장은 3월 9일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이제 의회가 강정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의회가 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나 도민의 진정한 대표로 거듭 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될 일을 의회를 파탄내면서 취소의결안을 제출한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한 전제적 요건 및 절차를 위반한 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의회를 파탄냈던 장본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듣기에 민망하다. 

한나라당 도의원들에게 묻는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안하무인격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데도 꿈틀거리지 않는다면 지렁이만도 못한 꼴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까지 굴종적으로 살 이유가 있는가.

더군다나 이번 취소의결안 발의는 법을 바로 세움으로써 유린당했던 강정주민들의 기본권을 구제하고 무너진 도의회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공권력 남용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제2, 제3의 강정주민들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다. 그럼에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도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작년 12월 31일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도의회를 바라며'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국가안보상 제주에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한다. 지금처럼 해군기지가 법과 도민을 무시하고 들어온다면 결코 정당성을 얻지 못해 제주사회는 그로 인해 계속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제주의 미래가 해군기지 때문에 암울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의회가 법을 바로 세우고 제주의 자존심을 살리는 결단을 내린다면 모든 공권력은 법과 도민을 존중할 것이고 제주는 분열과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주사회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하면서 진정한 도민통합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한나라당 도의원들에게 당부드린다. 이번만큼은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입장을 떠나서 제주도민을 먼저 생각해 주기 바란다. 진심으로 강정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도민의 진정한 대표로 거듭나는 도의원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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