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칼럼] 제주도민이 먼저 '형제애'를 발휘해야

지금 이웃나라 일본은 잔인한 3월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오랜 세월 땀흘려 일군 삶의 터전이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원전사고마저 발생하여 시련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폐허가 된 동네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젊은이의 눈망울, 덩그러니 남은 빌딩꼭대기에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의 애절함, 꼭 잡았던 딸의 손을 거센 바닷물로 놓친 한 어머니의 애절한 통곡소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과연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그저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그런데 대참사를 대하는 일본 국민은 의외로 차분하다. 피해주민들은 슬픔마저 극도로 절제하듯 보인다. 그 동안 다른 나라에서 보여줬던 무질서와 사재기등은 찾아볼 수 없다. 그어놓은 선을 따라 기다리다 생필품을 받아간다. 그 와중에도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세계 사람들이 의아할 정도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덜해서가 아닐 게다. 세상천지에 부모자식, 형제친척을 잃고 슬프고 괴롭지 않은 이가 어디에 있을까. 다만 그들은 슬픔을 토로하기 보단 애써 삼키며 자신의 방식으로 지금의 위기를 차분하고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이에 깊은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 일본 동북부에 규모 9.0 강진 발생 사흘째인 13일 미야기현 나토리의 폐허 속에서 한 주민이 흐느끼고 있다. AP/뉴시스 제공

▲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닷새째인 15일 이와테현 미야코의 한 여성이 폐허가 된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어머니와 세살배기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오열하고 있다. AP/뉴시스 제공

   여기저기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세계의 88개국에서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19구조대를 파견하여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고, 우리 제주도도 삼다수 500톤을 긴급 공수했다. 여기다 인터넷매체에서도 일본을 돕자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애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 역사관계를 들먹이며 독설을 퍼붓는 네티즌에게 정중히 항의하거나 십시일반으로 모금운동마저 전개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모두가 상생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른 것으로 일본국민으로 하여금 마음의 근심을 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거늘 이럴수록 무차별적 편향성과 배타심을 조심해야 한다. 인류애와 생명의 고귀함에 초점을 맞추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가급적 상처가 되는 언사와 행위를 삼가야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다. 며칠 전 한 유명 인사가 일본의 위기를 자신들의 종교를 믿지 않은 신(神)의 벌쯤으로 치부했단다. 나중에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수많은 이들의 주검과 그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두고서 감히 그럴 수 없는 거다. 그게 뭔가. 더 이상 그래선 안된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넘어서 일본국민의 심정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 고병수 신부(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제주의소리
   특별히 우리 제주도는 더욱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제주도와 일본은 인연이 깊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넘어, 현재 제주도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타국(他國)이면서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다. 더구나 예나지금이나 제주도발전에 상당한 보탬이 되어오고 있다. 이젠 제주도민이 형제애를 발휘할 때다. 먼저는 그들의 고통과 삶의 방식을 깊이 헤아리고 이해하며 조용히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 또한 현재 피해주민들이 가장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식수(食水)이기에 제주도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제주의 생명수인 삼다수를 보내주도록 하자. 아무쪼록 이런 작은 배려와 도움들이 모아져서 일본국민들이 힘과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두손 모아 기원해 본다. 일본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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