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옛것에 미친' 김동필 씨 제주 전통 목기구 전시
어릴적 기억 재현..."나무만 있다면 하루종일도 만들어"

▲ 김동필 씨가 제주시 무수천 인근에 있는 작업장에서 목기구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전통 목기구 만들기 13년... 바람은 다른 게 없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사라져가는 옛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거죠”

16일 오후 제주시 삼양동 서운당떡집 주인 김동필(64) 씨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유달리 옛것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범한 남자가 자신이 만든 제주 전통 목기구 400여점을 전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제주시 무수천 인근의 한 창고였다.

“틈만 나면 나무를 깎고 다듬는 통에 마누라가 ‘기어나라(나가라)’고만 해서 마련한 작업장”이라고 김 씨는 멋쩍은듯 얘기했다.

그는 그야말로 제주 목기구에 “미쳐있었다”. “(목기구 만들)나무가 있고 시간만 된다면 하루 종일도 만들겠다. 며칠을 깎아내려도 팔 아픈 줄 모른다”며 ‘허허’ 웃는다.

▲ 김동필 씨가 자신의 옛 기억과 시골 어르신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린 도면이 한 묶음이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김 씨는 18일부터 27일까지 제주웰컴센터 전시실에서 제주 전통 목기구 400여점을 전시한다.

“제주의 전통이 사라져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게 13년이 넘었다”고 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었던 그의 옛집엔 “소를 많이 기르고 농사도 넓게 지어 각종 농기구가 많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목기구는 사용처를 잃었고 어느순간 그 목기구들이 죄다 사라졌다. “어느날 어머니가 이 기구들을 다 팔아버리고 솔박과 구덕만 남았더라”고 당시의 서운함을 회상했다. 김 씨는 이때 잃었던 기구들을 직접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전통 목기구 만드는 법을 정리한 자료나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재현은 그의 ‘기억’에 의존했다. 어렸을 적에 사용했거나 본 적 있는 익숙한 도구를 그의 기억에서 되살려 도면으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목기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가 재현해 낸 목기구 만도 100종류, 돌기구는 20종류, 나무 줄기로 만들어진 기구는 15종류, 짚 기구도 20종류다. 도내 민속 박물관을 숱하게 돌아다닌 것은 물론이다. 그곳에서도 찾기 힘든 기구들은 그의 기억과 시골 어르신들의 증언을 조합해 만들어냈다.

“밭 갈 때 소 멍에 씌우는 도구의 세부 명칭이 도통 생각 나지 않는 거예요. 생각이 나지 않을 땐 시골에 갔어요. 할망 하르방한테 묻고 다녔죠”

그가 보물처럼 끼고 다니는 두터운 책자엔 그림과 제주어 설명이 빼곡하다. 모두 연필과 볼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쓴 것들이다. 그가 그린 목기구엔 세부 명칭이 다닥다닥 붙었다. 하나의 목기구에 이름이 열 개 이상도 달려있다. 잠대(쟁기)엔 ‘알돌벵이뿔’, ‘성에’, ‘뭉클’, ‘양주머리’, ‘보셉’, ‘벳’ 등 제주 사람들은 이름 다는 데 선수였다는 생각이 뒤따른다.

학술적으로 검토 돼야 할 것들도 있지만 그의 열성 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해도 200여점으로 전시를 가졌는데 당시 전시를 본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옛날에 내가 쓰던 거다"라며 추억을 되살려냈다고.

“마음껏 만들 수 있는 나무만 있다면 계속해서 다른 기구들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제주 목기구들이 다양했다. 다만 산에서 나무를 해 오는 게 불법이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는 “아직도 만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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