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 칼럼] "일본 지진 2주째, 한국 매스컴 문제 많았다"

이제 일본 지진은 2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대 재앙이 발생 후 바로 직후 가장 큰 문제가 '유언비어·소문'이라고 한다. 정보가 두절된 극한 상황에서, 처음 대하는 곤경 속에서, 누가 아는척 하는 말 한마디에 이리로 우루루 몰리기 쉽고, 저쪽 한마디에 저쪽으로 우루루 몰릴 것이 상상이 된다. 또 이런 때의 유언비어 한마디가 나라를 기울리게 하기도 한단다.

사실 1923년 도쿄(東京)에서 발생한 관동대(關東大)지진 때는 이 유언비어 때문에 우리 동포들이 살해 되는 등의 큰변을 당하기도 했다. 또 1995년 고배 대지진때도 사실은 유언비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는 1주일이 지나면서 이렇다할 유언비어·소문 없이 힘겨운 한 발 한 발을 움직이고 있다.

3월19일 일본경제신문 춘추(春秋)란에는, '2주째 접어드는 지금 사상 최대의 지진으로 강타를 당했지만 유언비어 혹은 소문이 들어설 틈을 만들지 않으면서 모든 국민들이 힘든 한 발을 걷고 있다'며 '이것이 이 나라의 국력이 아니냐?'라고 평하고 있다.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을 해야 유언비어·소문이 들어서질 않는다고도 말하고도 있다.

▲ [센다이(일본)=AP/뉴시스]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닷새째인 15일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미야기현 센다이의 한 학교 체육관에서 대피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내가 일본에서 봐도, 지진이 강타 한 1주일간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었고, 정부의 유도데로 움직여 왔다. 또 유언비어·소문이 들어설 틈을 만들지 않았다.

진원지 가까운 동내 사람들이 외부로 대이동하는 것처럼 한국 TV는 보도하고 있으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또 어린애가 있는 어쩔수 없는 사람들이 조금 이동하는 정도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으며 아주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고 혼란도 없음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외국의 어떠한 평론에도 정부 당국은 눈하나 끔쩍하지 않고 해야될 일들을 하고 있고 그런 정보를 국민들에게 발표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서 더 과잉반응이다. 그 외국의 과잉반응에도 국민들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도쿄(東京)전력의 기자회견을 매우 유심히 보고 있다. 후꾸시마 원전이 도쿄(東京)전력의 발전소이다. 이 기자회견은 TV로 생방송이다. 사원들도 전문가이고 그것을 따지는 기자들도 이 방면에서는 전문가들인 것이다. 일본 기자들은 실력이 좋다. 도쿄(東京)전력 사원들에게 철저한 질문 공세를 퍼부어서 사원들이 쩔쩔메는 그 영상을 생방송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생방송속에서 무엇을 은폐할 수 있고, 무엇을 자제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방송을 보면서 일본사람들은 당국(전력회사및 정부)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잡을 자신이 있으니까 저러는 것 아닌가, 라는 말을 듣곤 한다. 원전 주변의 주민들도 외국의 과잉반응보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기에 동요 없이 행동하고 있고 외부로 피난 나온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이다.

▲ [리쿠젠다카타(일본)=AP/뉴시스]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닷새째인 15일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에서 한 가족이 담요로 덮혀있는 희생 가족을 앞에 두고 명복을 빌고 있다.

배에는 선장도 기관장도 통신사도 있어야 된다. 지금 일본을 배 어느부분이 못쓰게 된 배로 비유하면, 선장은 정부이고 통신사는 매스컴이다. 배는 지금 어렵게 운항하고 있다. 또 승객(국민)들이 아주 침착하다고 세계 각국 사람들이 절찬하고 있다. 승객이 침착한 것은 선장의 말을 믿고 있으며 선장의 유도데로 행동해도 손해가 없기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배가 운항이 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한국과 비교하고 싶다. 만약 한국이 이런 재앙을 만난다면 (생각조차도 하기 싫치만) 선장은 항해 능력이 있을까? 또 매스컴은 통신사라서 자격이 있을까?

이번 일본의 사태를 보면서 한국 매스컴(특히 TV)들의 보도를 보고 있다. 필자의 자택은 일본 오사카에 있지만 한국 TV방송을 또 제주도 TV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한국 TV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곧 내일 일본이란 배는 침몰하는 것, 또 우리 정부에게 왜 자국민을 빼오지 않느냐고 성화까지 부리고 있다. 그것뿐인가? 출처도 불분몀한 유언비어에 가까운 내용까지 보도하고 있다. 이 결과 일본은 내일 침몰한다는 착각을 만들어, 일본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어쩔줄 모르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필자를 포함해서 한국에서 일본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한국에서 빨리 귀국하라는 성화에 귀가 아픈 것이다. 지진 피해지와 가까운 도쿄(東京)근처에서 견딜것 같은데도 한국의 성화에 못이겨 귀국을 한다는 등, 오사카로 오고 있다는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일본은 선장및 통신사의 슬기로운 대처로, 힘은 들지만 항해를 하고 있다. 선장도 통신사도 능력이 있는 것이다. 또 승객도 이들의 말을 믿고 있기에 혼란이 없다.

만약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일어 난다면(물론 생각조차도 하고 싶지 않치만) 매스컴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하여, 생사람 이리 몰리게 하고 저리 몰리게 해서, 결국은 멀쩡한 사람 다 잡아먹고도 남을 것이다.
이번 하는 짓을 보니, 자격증 없는 통신사인 것이다. / 신재경

 

▲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필자 신재경 교수는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오사카 제주도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신 교수는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의 삶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재일동포들의 '밀항'을 밀도 있게 조사하면서 <제주의소리>에 '어떤 밀항이야기'를 연재해 왔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발휘 '신재경의 일본야구'를 써 왔다.    jejudo@nifty.com

<제주의소리>

<신재경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