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63주년] 4.3 '단골'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부모 고향서 특별한 무대 가질 수 있어 기뻐"

“아름다운 부모님의 고향이 4.3의 그날에 상처 받았었다는 게 마음 아파요. 그때 돌아가신 많은 영령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 ⓒ제주의소리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53)는 ‘4.3 단골 가수’다. 2003년부터 일곱번에 걸쳐 제주4.3 전야제 무대에 서왔다.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별칭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씨는 도쿄 가쓰시카의 가난한 고물상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조선학교를 졸업하고 구니타치 음악대학에서 오페라를 전공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한국 이름을 내걸고 노래하는 몇 안돼는 재일동포 가수다. 이같은 별난 이력은 국내 방송에서도 다큐멘터리 등으로 조명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서서 당당히 노래하는 그녀의 강단에 인상깊었던 제주민예총은 그녀를 4.3전야제에 특별초청했고 이 씨는 선뜻 응했다. 게다가 제주는 부모의 고향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 고향은 제주도 중문이예요. 부모로부터 4.3에 대해 직접 이야기 들은 적은 없어도 부모님 고향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차에 제주에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굉장히 기뻤습니다”

“언젠가 부모님 고향 무대에 서리라” 희망했었다는 이 씨는 2003년 4.3전야제 무대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4.3이라는 아주 특별한 날에 제주도에서 처음 노래를 하게 됐다는 커다란 감회가 있었죠. 게다가 제가 평소 좋아하던 도종환 시인과 가수 양희은도 만날 수 있었어요. ‘당신의 무덤가에’라는 도종환의 시에 작곡한 노래를 붙여 불렀었고 양희은 씨의 노래는 17살때부터 불러왔거든요.”

▲ 이정미 씨는 지난해 62주년 기념 전야제에서 '아리랑'과 '임진강'을 불러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주의소리

오는 2일 제주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제주4.3 63주년 전야제 무대에도 선다. 이번에도 도종환의 시 ‘당신의 무덤가에’를 들을 수 있다.

특별한 노래도 선보인다고 했다. 북한 노래로 알려진 ‘임진강’이다. 이 씨는 “일부 가사를 바꿔부른다”고 했다. “헤어진 겨레가 꼭 다시 만나 얼싸 안는 날이 올 것이란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4.3 무대에 설 때면 ‘평화’를 가슴에 새긴다. “고향이 평화의 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섭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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