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 폴 패이스 부소장, 한국도 '위험 수위' 경고

▲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환경연구기관이 WRI가 19일 제주를 방문, 참여환경연대 회의실에서 지구 기후정책과 관련한 강연을 하고 있다, @ 제주의 소리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세계자원연구소(WRI·World Resources Institute) 폴 패이스(Paul Faeth) 부소장이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인 도쿄 의정서에서 탈퇴한 것은 잘못이며, 지구온난화의 우선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지적했다.

WRI는 지구환경보호와 생태계 보호,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세계적 환경연구소로서 알 고어 전 부통령 등이 이사로 있으며 연구원만 150여명일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이다. 

7월초 한국에 들어와 대구와 부산을 거쳐 제주에 온 WRI는 미 대사관의 주선으로 19일 제주참여환경연대 회의실에서 '미국의 기후변화정책과 환경'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고 지구의 온난화 방지를 위해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폴 패이스 부소장은 강연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인가가 세계 각국의 화두라고 말했다.

경제활동의 결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매탄은 온실가스의 주범이며,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지난 1천년에 걸쳐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최근 10년간의 온도 상승폭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힌 폴 패이스 부소장은 "앞으로 세계 각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 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견해"라고 소개했다.

▲ 폴 패이스 WRI 부소장 ⓒ 제주의 소리
그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910년 빙하로 뒤덮였던 미국의 빙하국립공원이 87년이 지난 1997년 거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이내 빙하는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과거 겨울철 북극에는 선박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빙모가 가득했으나 지금은 1년 내내 선박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녹고 있으며, 21세기 말에는 북극의 빙모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진과 도표를 통해 설명했다.

또 동물과 곤충의 순환기에도 영향을 미쳐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시기가 바뀌고,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과거와 달리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바다의 산호초가 퇴색되고 죽는 것도 지구온난화의 증거라고 말했다.

폴 패이스 부소장은 이 같은 지구온난화의 책임에는 선진국, 특히 미국에게 있음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9%는 미국과 EU, 중국 3개국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배출량 세계 10위 국가의 배출가스를 통제할 경우 전 세계 온실가스의 75%를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미국-EU-중국-러시아-인도-일본-브라질-캐나다-한국-멕시코 순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은 배출하는 나라이며, 미국은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폴 패이스 부소장은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며, 교토 의정서에 가입할 경우 미국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의유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으나 이는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가장 많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인도,한국 등에 앞서 쿄토의정서에 참여하고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탈퇴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대해 실망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미국의 책임을 인정했다.

폴 패이스가 공개한 이날 WRI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9위이나 그 정도는 중국과 인도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국과 인도, 중국, 일본, 미국 등 5개국을 비교했다.

▲ 폴 패이스 부소장은 지구온난화의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한국도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경고했다.
1990년을 기준연도로 2001년까지 GDP성장률에서 미국과 일본은 저조한 반면, 중국과 한국, 인도의 GDP성장률은 매우 높았다. 에너지 사용증가율은 한국이 가장 높았으며, 인도, 중국, 일본, 미국 순이었다. 이 기간 동안 최근 급성장을 보이는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사용증가율이 40%와 29%에 그친 반면, 한국은 무려 110%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만큼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증거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탄소 집약도'이다. 경제성장률과 에너지 사용증가율은 비교분석해 에너지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탄소집약도'에서 미국(-12%)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감소한 반면, 한국만 12%나 증가했다. 한국의 에너지 효율성이 나머지 5개국에 비해 가장 떨어진다는 게 WRI의 분석이다.

폴 패이스 부소장은 "앞으로 토교의정서에서 다루게 될 주요 의제는 한국과 중국,인도 국가들처럼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나라들이 경제성장과 함께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모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한국은 탄소집약도를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돼 있다.

이날 강의를 마친 폴 패이스 부소장은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아프리카와 같은 빈민국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동의한다"면서 개발수준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최고한도를 미리 정해 더 이상 늘지 않고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한국과 같은 개발고상국은 온실가스 배출은 허용하되 경제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프리카처럼 하루 1~2달러 살아가는 국가에서 배출가스 감소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한 국가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경제성장에 이르렀을 때 통제해야 하는지 시점이 논란"이라면서 "국민소득 1만달러에 도달했을 때부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 성장폭을 둔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해 한국도 배출량 감소 대상에 예외가 아님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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