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새정부들어서도 제주4.3진상규명의 도도한 물결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초대 이사장을 합의추대하지 못해 제주4.3평화재단 출범이 속절없이 늦춰지고만 있을 때 제주사회의 시선은 딱 한 곳, 장정언 이사장에게 쏠렸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4.3관련단체들이 만장일치로 장 이사장을 합의추대했지만, 정작 본인은 “더 훌륭한 사람을 모셔야 한다”며 완강히 고사했고, 어쩔 수 없이 이상복 행정부지사를 초대이사장으로 출범시킨 1년 이후에도 장 이사장 마음은 한결같았다. 4.3단체는 물론이고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와 그를 아는 지인들 모두가 삼고초려를 한 끝에 겨우 그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으로 모실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4.3유족회가 장 이사장의 합의추대결의에 대해 환영 성명까지 냈을까?
1992년 제4대 도의회 의장을 맡으며 4.3특별위원회 출범 산파역할을 맡아 진상규명에 나섰고, 2000년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 4.3특별법 제정의 터를 닦을 정도로 제주4.3진상규명-명예회복활동과 장정언은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만큼 좌우로 갈라진 갈등을 중재하고 아우르는데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었다.
2009년 10월 재단이사장에 취임한 후 명예직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재단에 나와 일을 챙기고 있는 그를 만나기란 쉽지가 않았다.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를 이틀 앞둔 1일 거의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움직이는 바쁜 그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장정언 이사장은 지난 1월 열린 4.3중앙위에서 희생자 심의와 평화공원 3단계사업이 확정되고, 극우단체에서 그동안 제기했던 4.3소송이 이날 마지막으로 각하된 일, 그리고 김황식 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새(이명박)정부가 들어서도 도도한 4.3진상규명 물결은 흔들림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장정인 이사장과 인터뷰 내용.  
 
-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4.3위령제지만, 그래도 늘 새롭기만 합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지난 세월이 참으로 힘든, 고통스런 시간이었지만 국가가 억울하게 숨져간 영령들,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줬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뭘로 보상할 수 없지만, 우리 제주도민들에게 ‘4.3’ 특히 4월3일은 돌아가신 영령에 대해 잘 위령하고 추모하는 날이 돼야합니다. 유족에게는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날 만큼은 영령과 유족을 위로하는 날로 엄숙하게 맞았으면 합니다.”

- 올 63주년 위령제는 어떻게 치러집니까.

▲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새정부들어서도 제주4.3진상규명의 도도한 물결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예년에도 마찬가지지만 최대한 장엄하고 엄숙하게 치를 계획입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로운 미래를’이란 주제로, 군악대와 합창단 관악단 등 140명의 합동연주는 위령제를 웅장하게 만들 것입니다.  제주도민들의 염원인 이명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하지만, 정부를 대표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해 추도사를 하게 됩니다. 위령제는 KBS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될 예정이어서 4.3의 의미를 전국으로 알리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령제 행사장은 유족들이 편리하게 찾아오고, 그분들이 ‘이제는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갖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많은 제주도민들과 유족, 그리고 4.3단체들은 올 4.3위령제에 이명박 대통령 참석을 기대했습니다만, 김황식 총리가 대신 오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실 겁니다. 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 참석도 결코 부족한 게 아닙니다. 특히 김 총리는 4.3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월26일 4.3 중앙위원회에서 추가 신고한 희생자 명예를 회복시켜줬고, 평화공원 3단계 사업계획도 의결할 수 있도록 해 줬습니다. 총리가 오면 제주4.3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유족들에 대해서도 위로할 것입니다.

- 이명박 정부 들어 4.3중앙위원회가 전혀 열리지 않다가 거의 4년만인 지난 1월26일 전체회의를 열고 4.3피해자로 추가 신고된 2485명 전원을 희생자 또는 유족으로 결정해 뒤늦게나마 당사자들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들어 보수우익단체들에게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활동을 흠집 내고 제동 걸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그나마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정권 교체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2007년 법개정 이후 3년이 넘도록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중앙위원회가 열렸고, 일부에서는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만 결국 새 정부에서도 4.3희생자로 결정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기념사업도 축소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새 정부 들어서도 도도한 4.3진상 규명의 물결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극우단체에서 소송을 6개나 제기하는 훼방 때문에 지연되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 4.3중앙위 전체회의에선 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지부진해 왔던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 계획안이 확정됐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어땠나요.

“사실 4.3평화공원 3단계사업에 대해서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의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 중앙위에서 120억 원이 투입되는 3단계사업을 의결해 줬습니다. 이참에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게 있는데요, 일부에서 ‘4.3평화공원 3단계사업비가 401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줄어든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건 오해라는 점을 밝힙니다. 왜냐고 하면 401억원은 예전에 제주도가 3단계사업 용역을 하면서 이정도 들 것이라 추정한 것이고 4.3중앙위나 정부가 401억원에 대해선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겁니다. 401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삭감됐다는 것은 와전 된거고, 120억원 사업비가 새롭게 의결된 겁니다. 이 과정에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정말 힘을 썼고,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뒤에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그럼 내년부터 2년에 걸쳐 120억원이 투입되는 3단계사업이 진행되는데,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무엇입니까. 지금의 평화공원을 어떻게 바꿔나갈 계획이신지요.

▲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새정부들어서도 제주4.3진상규명의 도도한 물결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3단계사업은 평화교육센터와 평화의종, 성령의연못, 고난극복관 건립 등 4개 사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4.3평화공원에는 1만3467위의 영령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들은 4.3당시  칼에 찔리고 총을 맞아 피 흘리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애타는 심정으로 물을 그리워했을 겁니다. 또 자식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어머니는 새벽에 정화수 떠 넣고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원했습니다. 이제는 그 영령들 앞에 뭔가 받쳐야 합니다. 철철 넘치는 정화수를 받쳐서 애타는 목마름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성령의연못’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또 ‘평화의종’사업이 있는데, 범종의 의미는 하나는 희생자를 위령하는데 있고, 또 하나는 새해 첫날 보신각종을 치는데 그건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각성, 깨우침의 의미가 있습니다. 4.3평화의종은 평화공원이 평화의 시원임을 알리고, 다시는 그런 아픔이 없고 평화스런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는 평화의종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평화의종은 4.3유족들은 물론 도민 성금으로 만들어 질 것입니다. 4.3평화공원이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완하고 제주4,3평화공원이 진정 우리나라 평화의 성지가 되고, 또 영령들에게는 안식의 성소가 될 수 있도록 해 나가고자 합니다.”

-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4.3과제들이 많습니다만, 그 중 4.3추모일을 국가기념일고 지정하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정부의 시각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제주도민들이 4.3추모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여야정치권도 한결같습니다. 지난 3월24일 박인 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이 이 자리(4.3평화재단)에서 4.3유족들과 간담회를 할 때도 우리재단과 4.3유족회 등에서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박 수석은 그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대하는 쪽과 토론하고 합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해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리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근래에 들어 정부 인사들이 제주4.3에 대한 인식과 도민들 위하는 마음이 전과 같지 않음을 느낌입니다. 저는 이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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