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땀 닦는 저를 보며 그 어른 웃습니다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밭을 일굽니다.
밭이랑을 정리하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 불을 놓습니다.
좀 더 부지런 한 분들은
호박이나 더덕, 도라지 같은 씨 모종을 놓습니다.
요즘은 고사리 재배 농가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저희 동쪽 밭도
작년에 트랙터로 갈아 엎어놓기만 해 휘휘하였는데
아는 분이 주신 어린 차나무를 심고
창고를 뒤져 스프링클러를 돌리니
파릇한 잎사귀에 맺힌 물빛이 맑기 그지없습니다.
파란 하늘에 비오기를 바라다가
정성이 부족할까하여
이리저리 물 호스를 옮겨 놓습니다.

▲ 차나무를 심었습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 = 오성스님

생각보다 얻어온 차나무가 많은 터라
장비를 빌릴까 사람을 빌릴까 하는데
매번 손 거드시는 나이 든 어른께서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섰지만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하니
이틀 만에 다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마에 땀 닦는 저를 바라보며 그 어른 웃습니다.
아마 알고 계셨겠죠.
해야 할 일이라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해야 할 일이라면
남은 문제는 일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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