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63주년 추모 뜻?…나PD "특별한 의미 아니" 해명

무고한 제주양민들이 숱하게 희생됐던 63년전 제주4.3사건을 추모한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2일’팀에 대한 찬사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쏟아져 화제다.

제주4.3사건 제63주년 추모 위령제가 열린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 코너 '1박 2일'(이하 1박2일) 제주도편에서는 강호동을 비롯한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엄태웅 등 출연진 전원이 모두 검은색 근조 양복을 입고 나왔다.

'1박2일' 멤버들이 정장을 입고 오프닝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주도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모인 MC 6명은 매번 두터운 패닝점포 차림과는 사뭇 다른 검정색 슈트와 검정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

물론 제주4.3 추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MC들은 서로 대화 과정에서 3일 오후 방송된 '1박2일'에서는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이 깔끔한 검정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지금까지 두텁게 입은 패닝점퍼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 코너 '1박2일' MC들이 3일 방송된 제주도 편에서 모두 검정색 양복을 입고 나와 화제다. 사진=KBS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연출은 맡은 나영석 PD는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공항에 나타나면 '공항패션' 등으로 기사가 많이 나더라. 우리 멤버들도 '옷 잘 입었다'고 기사 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출연진들은 “우리가 검정 정장을 입은 이유는?”이라는 물음을 던졌고 여기에 이수근이 “보통 경조사에 신경을 쓰니까…”라는 말로 은연 중 방송날짜인 4월3일이 제주4.3 추모일임을 암시했던 것이다.

파워트위터러인 한겨레 허재현 기자(@welovehani)는 트위터에 “4월3일 1박2일 제주도편. 출연진 모두 검은색 근조 양복 입었네요. 추모식 4년째 참석안한 대통령에 상처받은 제주도민들이 작은 배려에 큰 위로 받았을 듯"이란 글을 남겼다.

역시 파워 트위터러인 민노총 대변인 정호희님(@baltong3)도 "1박2일 '제주도편' 보시면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소리 내어 실컷 울고 싶습니다.'는 제주민중들의 한을 생각해주시길… 출연자들의 검은 정장과 넥타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박2일' 출연진들의 검정색 정장과 검정색 넥타이 차림의 3일 제주도편 방송은 제주4.3사건 제63주년을 추모하기 위한 제주도민을 위한 제작진의 배려로 해석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다른 트위터러도 “저 역시 1박2일을 보면서 검정색 양복에 검정 넥타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은연중 제주4.3임을 내포하고 애도하는 나영석PD,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같네요. 제주민초들의 한이 서린 섬, 이유없이 죽어간 섬, 다시 한 번 애도합니다”란 글을 남겼다.

특히 또다른 트위터러는 “요즘은 시사프로그램보다 예능프로그램이 더 개념 있다”며 제주4.3을 추모한 ‘1박2일’을 ‘개념 예능프로’로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1박2일' 나영석 PD는 4일 오전 스포츠 전문 미디어인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추모 등 특별한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며 "시청자들께 새로운 볼거리와 다양한 웃음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한 연예 전문가는 "1박2일 프로그램과 같은 대표 예능프로그램들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3일 방송 분은 검정색 슈트에 검정 넥타이까지 누가 보더라도 제주4.3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았던 것인데 시기적으로 관심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방송팀이 특별한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편, 이날 1박2일팀은 국토최남단 마라도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청보리 녹색 섬 제주 가파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풍랑주의보로 여객선이 뜨지 못하자 산방산과 인근 유채밭 등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에서 촬영한 녹화분을 방송했다. 가파도 편은 4월9일 오후 방송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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