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점검=이제는 컨텐츠다] ② 유네스코 3관왕, 해녀유산 연계전략 필요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올인’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전시동원체제를 방불케 하는 관(官) 주도의 운동이 실적주의 양상으로 흐르면서 자발성은 사라지고, 공직내부에서도 냉소와 푸념이 새나오고 있다. ‘왜 세계7대 자연경관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설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 도전 자체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제주자연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콘텐츠로 담아내려는 노력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7대 경관 하면 거두절미하고 어김없이 전화번호부터 등장한다. <제주의 소리>는 민간차원의 캠페인으로 출발한 운동이 점차 관 주도로 기울면서 나타나는 폐해를 짚어보고, 본래 궤도를 찾기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제주는 과연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당당히 이름을 걸 수 있을까.

혹자는 ‘전화투표’를 열심히 하다보면 가능할 수 있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 관공서를 비롯해 공기업, 심지어 민간 기업체의 벽면에는 ‘001-1588-7715’가 도드라져 보이는 현수막 등이 어김없이 내걸려 있곤 한다.

제주사회가 7대 자연경관 투표로 난리가 아니다. 온통 ‘7대 자연경관 선정’에 한 목소리로 내고 있다. 언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신문, 저 신문, 이 방송 저 방송….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화두이고, 딴 소리를 냈다가는 ‘왕따’를 당할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이 점점 감흥을 잃고 있다. 콘텐츠 없이 오로지 전화투표, 동원만이 판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제주의소리
# 유네스코 ‘3관왕’ 훌륭한 콘텐츠 놔두고…, ‘전화투표’에만 올인

제주의 ‘7대 자연경관’ 도전에 감흥이 사라지고 있다.

전화번호 ‘001-1588-7715’만 난무하면서 캠페인의 생명력이라고 할 콘텐츠는 온데 간데 사라져 버렸다.

도전 과정 자제가 제주의 이미지를 메이킹하고, 궁극적으로는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로지 ‘투표’와 ‘동원’ 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만약 11월11일 발표될 세계 7대 자연경관 목록에 제주가 빠졌다면? 상상하기 싫은 가정이지만 이대로라면 남는 것이 없는 ‘All or Nothing’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제주가 투표동력원을 빼고서는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물론 “아니올시다!”다.

▲ 제주의 강점은 자연과 인간, 문화와 역사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Triple Crown)을 차지한 곳은 전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무이’하다.

이게 바로 제주가 7대 자연경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당위다. 이게 콘텐츠가 돼야 한다.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홍보가 제주의 7대 경관 도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제주엔 27개 후보지에 없는 ‘사람’이 있다?…인간과 자연, 문화와 역사가 ‘공존’

여기에 제주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경치, 섬, 화산, 해변경관, 동굴, 폭포, 숲’ 등 7가지 테마를 전부 갖춘 곳이다.

또 하나, 제주의 경관에는 사람이 있다.

제주를 제외한 27개 후보지 대부분은 문명과 자연으로 명확히 구분이 되지만 제주의 경관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표적인 게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올레’다.

자연과 인간,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더해지면 제주가 세계 7대 경관 목록에서 빠질 이유가 없어진다.

지난해 3월 제주를 방문했던 뉴세븐원더스 재단 이사인 Jean-Paul De La Fuente는 “삶과 조화를 이루고 성산일출봉, 만장굴, 돌담 등이 있는 제주의 자연경관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 제주해녀는 제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략과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을 연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
# 자연·문명 공존의 아이콘 제주해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연계 “머리를 써!”

자연과 문명의 공존의 아이콘이 된 제주해녀도 좋은 콘텐츠다.

이는 2013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등재 전략과도 맞닿을 수 있다.

단순 ‘전화질’에서 콘텐츠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손쉬운 전화투표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화투표라면 번호를 앞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투표로 참여할 경우는 돈도 안들 뿐더러 참가자들이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의 의미와 제주의 자연가치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이것 자체가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다.

‘All or Nothing’ 게임의 프레임을 걷어내는 것은 관 주도의 실적주의에서 벗어나 도전 자체를 ‘펀’(Fun)하게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전화투표 ‘몰빵’ 행태는 세계인들과의 소통을 단절한다. 실적만 있을 뿐 제주를 세계에 알려나가는 ‘감흥’을 얻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IT업계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제주의 경관이 왜 훌륭한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설사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이 실패해도 성과가 남을 것”이라고 충고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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