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지극한 '김안천'이 살아서 '안천이 오름'이라오
효성 지극한 '김안천'이 살아서 '안천이 오름'이라오
  • 김홍구 (-)
  • 승인 2011.04.06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안천이-알거문들먹-웃거문들먹

한치라도 높으면 산(山)이오, 한치라도 낮으면 물(水)이라는 풍수의 이치가  제주의 오름에서는 잘 드러난다.  수많은 오름과 계곡이 만나 형태가 되고 사람이 사는 모태가 되었다.  여기에는 제주인의 삶과 죽음이 있고  신화가 있고  역사가 있다.  얼마전  제주 4.3이  63주년을 맞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주의 오름은 뼈가 삵는 삶의 터가 되기도 하였다.   오름은 물을 품고  품은 물은 오름을 돌아 삶을 이루고  이룬 삶은  흐르는 바람이 되어 또 다른 자연이 된다.    결국 바람은 흐르는 시간의 되어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제주의  역사다.  

애월읍 한라산 허릿자락에 있는 안천이는 울창한 숲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오름이었다.  지금은 바로 곁으로 임도가 있어 오르기가 수월해졌지만 예전에 이오름을 오려면 두어시간을 걸어야 올 수 있었다.   안천이를 오려면 한두사람 정도 말벗이  있으면 좋다.  비록  임도지만  숲길을  걷는 맛이 아주 좋다.   신선한 공기와  새소리,  주변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말벗과  세상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가보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저기서 안천이가 기다리고 있다.

▲ 안천이 가는 길 ⓒ김홍구
안천이는 해발 742m,  비고 77m 이며 북서쪽으로 향한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오르기에 적당하여  정상에 금방  다다른다.  예전에 이 근방에 효성이 지극한 김안천(金安川)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라고 전해오는 이 오름은  바리메와 한대오름, 노로오름사이에  살포시 앉아 있다.   아래에서 노로오름과  한대오름을 가려면 안천이 곁을 지나야 한다.  겨울에  쌓인 눈을 헤집고 가는 멋도 아주 좋은 곳이다.  정상에서  하얀 노루귀가  이쁘게 얼굴을 내민다.  북쪽으로 큰노꼬메가 나무사이로 등을 지고 돌아서 앉아 있다. 

▲ 노루귀 ⓒ김홍구

▲ 안천이 정상 ⓒ김홍구

▲ 큰노꼬메 ⓒ김홍구

안천이의 동쪽능선이 아래로 향한다.  북쪽을 향해  휘돌아가는 능선은  굼부리를 보듬어 안고  조용히 있다.   새소리가 들린다.   그 굼부리 안에 덩굴이 소나무를 숙주삼아 자라고 있다.  거기에서 싹이 돋는다.   자연스런 숲의 변화,  소나무는 덩굴이 자신을 감싸안고 살아가는 것을 받아 들이고  자신의 삶을 체념한다.   자연의 섭리다. 그 곁에는 버섯류가 자라고  굼부리 안 무덤의 묘비에는 안천악(安千岳) 이라 표기하고 있다.  숲은 언뜻보면  추상과 혼돈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질서를 잡고 있는 것이다.

fig-5

▲ 덩굴식물 싹 - 버섯류 ⓒ김홍구
능선동쪽 바로 아래 집을 지었던 흔적이 6군데 보인다.  연이어 있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은데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숙영지로 쓰였다는 말도 있는데  4.3의 흔적인지 정확지가 않다.

▲ 집을 지었던 흔적 ⓒ김홍구
능선 끝머리에 묘비가 없는 무덤이 넓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선  왼쪽으로 안천이 정상과 다래오름, 폭낭오름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괴오름과 족은바리메, 그너머 큰바리메가  얼핏 보인다.  저멀리에는 새별오름과 이달오름, 금오름이 아스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안천이-다래오름-폭낭오름-괴오름 ⓒ김홍구

▲ 괴오름-족은바리메 ⓒ김홍구

무덤이 독특하다.  산담은 그 흔한  현무암이 아닌 송이로 둘러져 있다.  주변에 있는 암반들도 전부 송이로 이루어 졌다.   큰 무덤은 산담에 신문(神門)이 없고 다만 좌측에 디딜팡이 놓여져 있어 남자의 무덤임을 가늠케 한다.   산담 모서리에 어귓돌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며 주변에 있는 송이로 이루어진 암반을 그대로 살린 것을 보면  풍수에 밝은 분이 이 터를 썼던 것 같다. 

▲ 무덤-어귀돌과 디딤돌 ⓒ김홍구
다시 돌아서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에는 유난히 오름동호회에서 다녀간 흔적이 많다. 각 동호회의 리본들이다.   오름은 동호회에서 영역표시하는 곳이 아니다.  오름 다니는 길에 어쩌다 보는 리본은 반가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리본달기는 자연의 느낌을 반감시키는 일이다.  오름다니는 사람들이 자제하여야 할 몇가지를 말하고 싶다.

그중 첫째는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오름은 정복의 대상도 아니며 갯수를 채우기 위한 일수놀이도 아니다.   하나의 오름을 가더라도 오름을 제대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제발 조용히 다니자.  시끄럽게 떠들며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자연을 느끼러 온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노루도 새소리도 바람소리마저도 사라진다.  잡담은 도심속 찻짐에서 하면 된다.  자연에 동화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째, 오름에서 진수성찬을 차리는 사람들도 꽤 된다.  거기에 적당한(?) 술까지 곁들여서 마신다.  아마도 산신령이 노한다면  이런 사람들을 먼저 벌하지 않을까 싶다.  네번째, 오름을 걸을때 되도록 이면 나무뿌리를 밟지 말자.  그리고 힘들다고 나무를 잡아 당기지 말자. 자세히 살펴보면 오름등반로 주변의 나무들이 많이 죽는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밟고 잡고 지나갈지 몰라도 식생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오름에 갈때는 스틱을 놓고 다녔으면 한다.  스틱이 있어야 오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좀 힘들게 오르면 어떠한가.  스틱은 나무뿌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오름이 있어야 오름에 오를 것이 아니겠는가.  오름은 본인이 오를 수 있을 만큼만 올라야 한다.  진정 오름을 사랑한다면 나의 생각과 행동이 오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짧은 생각을 접고 거문들먹으로 향한다.  영함사 뒷편에 있는 알거문들먹은 이제야 하얀노루귀, 분홍노루귀, 박새와 복수초가 함께 어우러져 올라오고 있다.  해발 712.4m, 비고 87m 이며 북쪽을 향한 굼부리를 가지고 있는데 육안으로 확인이 잘 안된다.  살짝 힘들어질 때쯤 올라온 정상은 웃거문들먹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정상에서 족은바리메가 나무사이로 살짝 보인다.   어느 오름을 가도 보이는 상산나무가 이제야  잎을  틔운다.  상산나무는 향기가 독특해서 파리를 내쫒거나 벌레를 퇴치하는 등 여러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 알거문들먹과 영함사 ⓒ김홍구

▲ 하얀노루귀-분홍노루귀-박새와 복수초 ⓒ김홍구

▲ 상산나무 ⓒ김홍구

웃거문들먹으로 향하는 기슭은  알거문들먹과  맞닿아  있어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정상에는 몇기의 묘가 자리잡고 있으며 한대오름  능선자락이 얼핏 보인다.   웃거문들먹은 해발725.9m,  비고 40m 이다.  이곳을 거쳐 한대오름으로 향하기도 한다.   오르는 길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 웃거문들먹 정상에서 보이는 한대오름능선 ⓒ김홍구
삼나무숲을 지나 내려오는 길 공초왓에 다다르자 빈네오름과 폭낭오름, 다래오름이 시원스레 보인다. 드넓은 공초왓 자락에 있는 거문들먹은  예전에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영함사가 있어 길이 넓어지고 한대오름을 지나는 길목이 되어 모르는 이는 웃거문들먹 정상을 지나면서도  이곳이 정상임을 알지 못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  

▲ 빈네오름-폭낭오름-다래오름 ⓒ김홍구

▲ 알거문들먹-웃거문들먹-한대오름 능선 ⓒ김홍구

신령스런 너븐드르가 있는 곳,  또는 신령스런  너븐드르로 가는 곳인  거문들먹은 이제 세상 삶에  이리저리 치인 사람들에게  아무말없이 무심(無心)이 뭔지 알려 주고 있다.   오름몽생이가 느끼는 거문들먹은 고요한 슬픔을 간직한 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실바람에 실려오는 봄빛 대지의 흙내음에 이제  연초록  고운빛이 아름다울 때다.  봄빛이 신선하여 총총걸음으로  어디든 바람에 실려 흩어지고  싶다. 

<제주의소리>

<김홍구 객원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