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이제는 콘텐츠다] ③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
지나친 관주도가 화 자초…범국민 민간축제로 전환해야

최근 몇몇 누리꾼이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과 관련, 범국민캠페인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글을 블로그와 트위터로 퍼트리면서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까지 대대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기관이 비영리법인을 가장한 스위스의 영리단체인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의 수익사업에 불과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 누리꾼은 다소 선정적이고 격한 표현을 써가며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캠페인 홍보에 동참한 대통령과 영부인, 배우 김태희 씨도 줄줄이 ‘낚인’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선정기관인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실체, △막대한 전화요금, △검증되지 않은 선정 효과 등을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말이다. 이 글은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고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 댓글들이 이어져 범국민추진위, 범도민추진위를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사실은 이렇다’ 혹은 ‘이런 점은 사실이고 저런 점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해명이 어디서든 나와야 하지만 전방위적인 투표홍보에 열을 올리던 것과는 영 다르게 속 시원한 해답을 들을 수 없었다.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이 때문에 짚을 건 짚고, 털건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투표 캠페인에 어쩔 수 없는 ‘진실과 오해’가 있는 만큼, 옳은 지적은 수용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정확한 해명을 통해 찜찜함을 털어내는 게 최종 선정일인 올 11월11일까지 6개월 여 남은 기간 동안 추진동력을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제주도가 도전 중인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 지나친 관주도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차별적 요소와 제주만이 갖고 있는 훌륭한 콘텐츠 홍보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실체는? = 세계 7대 자연경관 이벤트와 관련해 일고 있는 논란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 이벤트 선정기관인 스위스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실체.

세계 7대 자연경관 이벤트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선정 기관인 뉴세븐원더스가 공신력이 없는 민간단체라는 점과, 비영리법인을 가장한 상업적 영리를 목적으로 한 영리단체라는 게 요지다. 또 재단 홈페이지 어디에도 주소도 없고, 페이스북 사용자도 단 26만명 뿐이라 점도 이들에게는 의혹대상이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측은 이와 관련 “상업성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민간단체가 선정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공신력에 문제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범국민추진위 측은 또 뉴세븐원더스가 유엔사이트에 명백하게 파트너십 기관으로 표시되어 있고, 스위스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비영리 단체 증명서도 이미 보관 중이라며 실체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주소, 연락처 등이 기재되지 않은 것은 전세계 수십억명을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 특성상 로비와 부정 가능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라는 것이다.

범국민추진위 측은 특히 캐나다와 호주가 상호 교차투표를 실시키로 했고, 원수나 다름없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등이 ‘사해’를 최종 7대 경관에 선정하기 위해 함께 힘을 합치기로 하는 등 세계 각국들도 이번 이벤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입장이다.

최근 민주당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의원실 관계자를 통해 “프랑스 칸 영화제나 기네스북 등도 모두 민간단체가 시작해서 전 지구촌 축제로 유명해진 경우”라며 “뉴세븐원더스가 현재 공신력이 없는 부분은 상관없다. 또한 비영리 민간단체가 광고를 받고 협찬을 받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도덕성 지적과 다른 견해를 내놓고, “제주를 세계에 널리 알려 관광 등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만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막대한 전화요금, KT가 챙긴다? = 이 주장은 범국민캠페인을 명분으로 막대한 전화수수료를 통해 KT를 배불리게 한다는 비판이다.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사기극’이라고 지적한 문제의 글에서 5000만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 통화당 현재 144원의 통화료를 곱하면 72억원이라는 전체 통화료가 나오고 이중 상당한 액수를 KT와 뉴세븐원더스가 수수료로 챙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전화투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화료에 따른 수수료 배분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KT는 ‘챙긴다’거나 ‘배불리게 한다’는 등의 지적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번 전화투표의 국제요금은 1400원 수준. 그러나 이렇게 높은 전화요금으로는 투표율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범국민추진위가 KT등 국내 통신업체들에게 전화요금을 국내요금 수준으로 낮춰 줄 것을 요청했는데 유일하게 KT만이 10분의 1 수준인 144원으로 통화료를 책정하는 등 적극 호응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보물섬 제주도를 세계에 알려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일조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었는데 되레 욕까지 얻어먹는 분위기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지난 달 23일 청와대에서 영부인 김윤옥 여사, 배우 김태희 씨 등도 제주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DB

#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효과 있나? =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과연 선정되면 관광객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느냐 의문까지 나간다. 

이에 대해 범국민추진위 측은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최대 80% 가까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뉴세븐원더스가 선정했던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국가들이 선정전과 선정 후의 관광객 변화에 따른 예상치다.

제주발전연구원도 최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면 1년에 1조원이 넘는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부가수익도 매년 1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범국민추진위는 “현재 연간 77만명인 외국인 관광객 수도 약 120만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7대 자연경관 선정 후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해 좀 더 신뢰성 있는 조사결과를 찾기 위해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측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대한 이 모든 ‘진실과 오해’의 논란은 민간 주도의 범국민 축제로 치러져야 할 캠페인이 '지나친 열정(?)'에 사로잡힌 실적위주의 관주도 캠페인이 화를 자초했다는 게 중론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조차 지문이 닳도록 전화버튼만 눌러야 하는 현실에 고개를 흔드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전시동원 체제를 방불케 하는 관(官) 주도의 실적주의를 접고, 7대 자연경관 선정 도전 자체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물섬 제주가 지닌 소중한 콘텐츠로 널리 알리는 것이 범국민적인 자발적 투표를 이끌어 내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최종 선정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의 일들을 지켜보는 모 IT업체 대표는 "자연경관 캠페인에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캠페인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네티즌들 사이에서 흔히들 말하는게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란 말이 있다. 이 캠페인에 대한 비판도 결국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 "결론적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캠페인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컨텐츠로 제주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