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서울 사간동, 서귀포 천지연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정착하고 기술이 발전하여 생긴 잉여생산물을 서로 교환하기 위해 시장이 생기고, 시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즉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를 보충해주기 위해 도시가 만들어졌으며 공동을 위한 노력으로 도시는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시가 거대화되면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는 무너지고 모두의 도시가 아닌 개인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 서울 사간동 문패 ⓒ이승택

서로의 개인 이익을 바라보는 도시는 오직 자본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게 되고 자본은 종종 개인의 개성이나 인간성을 무시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도시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붕괴되고 사라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가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계획가들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이야기하고 있고, 예술가들은 생기 넘치는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으며, 시민들도 모두의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의 입장에서 주택의 대문은 개인의 공간이자 공공 공간으로서 이중의 의미를 가진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꾸미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집을 드나들면서 미소 짓게 만들고, 남들이 지나가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한 도시공동체의 시작인 것입니다.    
 

▲ 제주 서귀포 주소명판_천치인 ⓒ이승택
서울 경복궁 옆으로 삼청동 가기 전에 사간동이라는 아기자기한 동네가 있습니다. 한옥과 단층주택들이 모여 있어 걷기가 참 좋은 곳입니다. 그러다 대문을 예쁘게 꾸민 어느 집 앞을 지날 때면 집 안도 궁금하지만 집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름다운 행위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차도는 넓고 건물은 높고 큽니다. 사람에 맞는 크기의 도시가 아닌 외눈박이 거인들이 살만한 거대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인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광란의 도시인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이 사는 공간을 사람 사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누군가가 있어 한줄기 희망은 있습니다. 사간동의 누군가도 그렇고 서귀포 천지연의 누군가도 그렇습니다. 서귀포를 지나실 때면 이 집을 꼭 들러보세요. 얼굴 조각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실 겁니다. 이게 도시에서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요?

추신, 아름다운 대문에 표준화된 주소표시판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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