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 속으로] 안오름-누운오름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항파두리 항몽유적지가 있다.   항몽유적지 동쪽에 조그마한 오름이 있는데 이것이 안오름이다.  안오름은 해발 186m, 비고 21m 이다.  앙증맞은 오름이다.   4월의  따스한 햇볕이 녹아드는 봄날에 안오름을 찾았다.  

▲ 안오름 ⓒ김홍구
오랫만에  와보는 안오름은 많이 변해 있었다.   삼별초의 유적이 있는지 항몽유적지 시굴조사로  인하여 안오름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심하다싶을 정도로 파헤쳐져 있다. 유적발굴이 끝나면 원래 형태로 되돌려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하긴 그 전에도 정상까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언덕처럼 보이는 작은 오름은  언제 어떻게 변하여 없어질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 안오름 정상 ⓒ김홍구

안오름은  흙으로  만들어진 항파두리 외성에 인접해 있다.   이 토성은 삼별초의 지휘부가 있었던 항몽의 주요 거점지었다.  주위에  마실 물이 있었으며  토성을 쌓을 만한 찰진 흙이 있고  방어하기에 유리한 입지조건,  한라산에서 산짐승을 사냥하며 버틸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두루두루 갖추어져 있었기에 거점이 될 수 있었다.

항파두리는 흙으로 만들어진 외성과 돌로 쌓은 내성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견고하게 쌓은 항파두리도 1273년 고려의 김방경 장군과 몽골의 홍다구가  이끄는 연합군에게 허물어지고 삼별초의 수장 김통정은 한라산 깊숙한 곳 붉은오름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로써 몽골은 제주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탐라총관부를 설치하여 그들의 직할령으로 삼는다.  이후에 제주사람들에게는  변화가 일어난다.  목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고 그들의 언어나 생활습관이 제주사람들에게 자리잡게 된다. 

▲ 안오름으로 향하는 토성 ⓒ김홍구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오자 제주사람들은 온갖 고초를 겪는다.  관군과 삼별초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제주사람들은  삼별초의 온갖 요구로 심한 고생을 한다.   삼별초의 길안내를 비롯하여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바닷가에 환해장성을 쌓았고  이곳 항파두리 성을 쌓는데도 동원된다.   삼별초는  제주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을 것이다.

비록 항파두리 항목유적지는 삼별초가 몽골에 항쟁하는 역사의 투쟁으로 비추어졌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면에는  삼별초에 의한 제주사람들의 숱한 고초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토성과 한라산 ⓒ김홍구
안오름 어디가나 들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광대나물,  등대풀,  개불알풀,  제비꽃, 자주괴불주머니,  토종민들레 등등  이꽃저꽃 주위로 벌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들꽃의 사랑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광대나물-등대풀과 개불알꽃-제비꽃 ⓒ김홍구

▲ 자주괴불주머니-토종민들레 ⓒ김홍구

들꽃의 향기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  4월의 눈부신 햇살을 시샘하듯 가끔 찬바람도 불지만 이 바람마저도  봄 빛깔에  간지럼으로  파고든다.   안오름 정상에서 바닷가 쪽으로 옅은 연무와 함께 바굼지오름이 보인다. 

▲ 바굼지 ⓒ김홍구
안오름 정상에서 한라산을 바라본다.  어승생악이 보이고 천아오름,  산새미, 노꼬메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날씨는 좋은데  연무가  시야를  방해한다.  안오름의 북쪽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나머지 방향은 예전엔 농사를 지었고 , 지금은 유적지 조사를 위해 파헤쳐져 있다.   삼별초는 이곳 안오름  정상에서 무엇을 하였을까.   궁금해진다.

▲ 안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방향 ⓒ김홍구

발길을 돌려 장전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누운오름으로 향한다.   장전리는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 왔을때 마을이 생겼으며  4.3때 소개령으로 가옥이 전소되고 마을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으나 이듬해 1949년에 마을을 재건하여 지금은 감귤농사를 주로하며  아름답고  살기좋은 농촌마을로 알려져 있다.   지금 이시기에  장전을 지나로라면  길 양쪽에  활짝핀 벚꽃을 볼 수 있어 좋다. 

▲ 장전리 벚꽃 ⓒ김홍구
길가에 있는 누운오름은 나즈막하게 누워 있으며 오름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누운오름은 해발 127.5m,  비고 13m 이다.    언뜻 스치면 보이지도 않을 오름이다. 동쪽으로 휘어진 누운오름 정상에는 무덤 한두기가 들어서 있을 뿐이고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와 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롭게 보이기도 한다.

▲ 누운오름 ⓒ김홍구
주변 보리밭 가에 유채꽃이 예쁘게 몇송이 피었다.  제주의 봄을 대표하는 색은 노랑색일 것이다.  유채꽃이 대표적이며  들꽃으로는 양지꽃이 피며 조금 있으면 벌노랑이도  필 것이다.  이쯤엔 하얀 귤꽃이 싱그럽게 피어 지나가는 사람의 후각을 자극할 것이다.   장전리를 지날때  팔을 벌려 귤꽃향기를 맡아 보자.   이것이 제주의 봄이다.

▲ 유채꽃과 보리밭 ⓒ김홍구
누운오름과 장전리는 삼별초와  뗄 수 없는 역사를 공유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카아"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리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다.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살아 가는 제주사람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누운오름 ⓒ김홍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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