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차관문' 통과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부가가치세 환급 시행 청신호...외국법인 대학 설립은 제동

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함으로써 119개 법률, 2112건의 권한.규제 일괄 이양과 40개 특례 시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18일 행안위 전체회의와 21일 법제사법위원회, 28일 본회의를 차례로 넘어야 하지만, 이날 심사소위에서 한나라, 민주 양당이 합의한 내용을 우선 처리한다는 문서까지 작성함으로써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4단계 제도개선안이 확정된 것은 2009년 12월29일. 이듬해 5월4일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달 18일 국회에 제출됐다. 한달여 뒤인 6월23일 행안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국내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11월26일과 29일, 올 3월9일 등 세 차례나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으나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 번째 심의 때 4월국회에서 꼭 처리하기로 하면서 새 국면을 맞는가 싶더니 이날 영리병원 도입 조항은 6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제주도가 지난12일 '조기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듯이, 개정안에는 제주도로서 시급성을 요하는 핵심 과제들이 대거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국제학교 내국인 자녀 입학과정(내국인 저학년 과정) 확대와 제주지원위원회 사무기구(총리실) 존속기한 연장은 촌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 국제학교 내국인 입학과정 확대...우수 외국인교사 유치 '쾌청'

두 군데 국제학교의 개교 시기가 9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의 내국인 입학허용 범위를 종전 '초등학교 4학년 이상'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1~3학년까지'로 확대했다.

공립국제학교(KIS Jeju)만 하더라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1~3학년 60명을 모집했으나 응모자가 4명에 그쳐 최소 5명은 있어야 가능한 학급 개설이 힘들뻔 했다. 이럴 경우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우수 외국인교사 유치가 어렵게 된다.

특히 영어교육도시에 유치하기 위해 접촉중인 해외 명문학교들이 대개 '유치원-12학년'의 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제주 진출을 위한 전제로 통합교육과정(K-12)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교육부문에서 외국학교법인 외에 외국(영리)법인이 영어교육도시에 외국대학(전문대학 포함)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지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는 실패했다. 내국인 학생은 국어, 사회 교과를 필수과목으로 이수토록 하고, 한국 고유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정체성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

제주지원위 사무기구(사무처) 존속기한 연장은 더 시급한 사안이다. 현행법상 존속기한이 6월30일이면 끝나 특별자치도 추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고비를 넘게 됐다. 사무처 존속기한은 특별법 부칙으로 정해졌다. 개정안은 2014년 6월30일까지로 3년을 연장했다. 당초엔 5년 연장이 논의됐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제주가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일정기간 정부의 강력한 지원체체가 유지돼야 한다며 존속기한 연장에 사활을 걸었다.

개정안이 1차 문턱을 넘어서면서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 시행 전망도 밝아졌다. 제주도가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도민들이 가장 반겼던 특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 한시규정이기 때문에 더이상 늦어지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조바심도 작용했다.

◇ 해군기지 지원 근거 마련...반대쪽은 삭제 요구 '논란 불씨'

국내 처음 도입되는 이 제도는 관광객이 제주에서 소비하는 서비스와 특정 재화에 대해 부가세를 사후에 환급받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제주도는 내심 이를 통해 전도면세화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부가세 환급이 이뤄지려면 적용품목, 환급방법, 절차 등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쳐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도 숙제다. 개정안 처리가 기약없이 늦어지면서 제주도가 속을 태운 이유이다.

환급대상은 공.항만 등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가는 관광객이며, 적용품목은 기념품, 특산품, 렌터카 3개로 일단 정해졌다. 

영리병원 도입과 함께 가장 첨예한 논란거리였던 해군기지 건설 주변지역 지원 조항은 그대로 통과될 공산이 짙어졌다. 지역발전계획 수립, 관리주체, 재원지원 등의 근거를 담았다.

이미 제주도는 지역발전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총리실에 지역발전협의회도 구성됐다. 특히 지역발전계획은 연내 확정을 목표로 그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주변지역 지원 조항이 개정안에 담길 사안이 아니라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해군기지 찬반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정이 해군기지 갈등을 풀어낼 자신이 없자 전혀 엉뚱한 특별법에 주변지역 지원 조항을 억지로 끼워넣었다는게 이들의 주장. 별도 법안 혹은 주민합의 이후 별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평화의 섬 사업 추진을 위해 국유재산을 제주도에 무상 또는 대체재산 제공 조건으로 양여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감사위원회 구성 방식도 바뀌게 됐다. 감사위원 추천 권한이 도지사 4명, 의회 3명에서 도지사 2명, 의회 3명, 교육감 2명으로 조정된다. 감사위원장은 임기(3년)가 정해진다. 지금은 감사위원의 임기(3년)만 규정됐다.

◇ 감사위 구성방식 변화...자치경찰도 음주측정

자치경찰단에도 변화가 생긴다. 행정시 자치경찰대가 제주도 자치경찰단으로 일원화된다. 자치경찰의 업무범위도 통행금지 제한, 교통안전시설 설치, 위법 공작물 조치, 음주측정 등을 국가경찰과 공동으로 수행하도록 확대했다.

모바일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창의적 전파활용지구' 지정 근거도 마련됐다. 전파활용기술의 다양한 방식을 우선 실험할 수 있도록 제주도내 일정구역을 창의적 전파활용지구로 지정 운영한다.

또 제주투자진흥지구의 지정.해제 권한이 부분적으로 이양된다. 대통령령에 규정된 지정.해제에 관한 절차, 방법, 관리 사항을 제주도 조례로 넘긴다.

풍력발전지구의 지정.육성, 공공적 이용을 위한 근거도 확보했다. 친환경적 풍력자원을 공공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 도지사의 풍력발전 전기사업 허가권을 2만kw 이상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제주도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국책사업과 연계한 각종 시범사업, 녹색기술 산업, 기후변화 사업 등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특별자치도 출범(2006년 7월1일)과 함께 지방도로 전환된 옛 국도의 국도 복원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국도 복원은 별도의 개정안으로 제출됐다. 국비 지원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지방도 전환 5년'에 대한 평가 용역 결과에 따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역시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특별행정기관의 국가 환원 여부도 이번 합의에선 빠졌다.

2005년 11월21일 대통령의 재가로 제주도 이관이 확정된 특별행정기관은 국토관리청, 중소기업청, 해양수산청, 환경출장소, 보훈지청, 노동위원회, 노동지청 등 7개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