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해군기지특위, 해군기지 건설공사 속도전에 발끈
“갈등해소추진단이냐, 추진단이냐” 갈등해소 노력 부재 질타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와 관련해 대도민 사과를 했던 중앙정부가 공문으로 밝힌 약속 사항은 지키지 않은 채 공사 강행에 집착, 제주도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도가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해서도 ‘갈등해소’ 노력은 빠진 채 정부와 해군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제주도의회 해군기지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15일 차우진 제주도 기획관실장을 출석시켜 ‘해군기지 건설 추진상황 및 향후계획’을 보고받았다.

향후 추진계획이 보고된 뒤 의원들은 공사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도 정작 갈등해소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 냈다.

포문은 윤춘광 의원(민주당)이 열었다.

윤 의원은 먼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냐, 해군기지냐. 용어부터 정확히 하라”고 꼬집은 뒤 “한쪽에선 싸우고 있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사탕(지원계획)을 주려고 하고 있다. 현장에 한번이라도 가봤나. 매일 싸우고 매일 끌려간다”며 강정마을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공사 업체와 주민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사태를 각인시켰다.

이어 윤 의원은 “공사 업체가 공사가 중단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말만 듣고, 공사 중단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냐. 지금이라도 지사께 말씀드려서 공사를 중단시키도록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은 중앙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았다.

강 의원은 “총리께서는 4월3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 동안 추진과정에서 도민들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11월 총리실장 명의로 제주도에 공문을 보낸 적이 있는데, 왜 이 약속은 지키지 않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물리적 충돌 사태와 관련해서도 “도민 1명이 구속 수감됐는데, 면회라도 한번 가봤냐”고 따져 묻은데 대해 차우진 실장이 ‘가보지 못했다’고 하자 “갈등해소추진단이 갈등해소 노력은 전혀 하지를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석문 의원(교육의원)은 “지금 도정에서 하는 일이 뭐냐. 중앙정부(해군)가 하라고 하는 일만 하는 것이 도정에서 해야 할 일이냐”면서 “도대체 제주도민 몇 명이 더 감옥을 가야 하는 것이냐”고 제주도의 갈등해소 노력 부재를 질책했다.

 

강창수 의원(한나라당)은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용역과 관련해서 용역수행기관으로 유력한 발전연구원의 신뢰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강 의원은 “오늘 과업지시서와 관련해 보고를 했는데, 발전연구원에 용역을 맡겨서는 절대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본다”면서 “용역 과정에서부터 반대 단체와 주민들까지 참여하는 실질적인 과업 수행에 참여할 수 있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손유원 의원(한나라당)은 “총리실이 주관한 지원협의회 회의 결과나 오늘 보고한 향후 추진계획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알리기는 했나”면서 “지원협의회 이후 강정마을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차우진 실장은 “해군참모총장, 총리가 왔다 갔다. 모두가 공사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제주도가 집행하는 공사도 아니고 함부로 운신할 수 없는 점도 이해해 달라”면서 거듭된 ‘공사 중단’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차 실장은 공사 착공 시점과 관련해서도 “본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총리실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통해 “화합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에 한해 해군기지 착공식 개최를 검토한다’는 약속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강경식 의원이 “지금 화합 분위기 조성됐다고 판단하나. 중앙정부가 자신들이 한 약속은 왜 지키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강 의원은 과업지시서 내용 중에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파괴하면서 ‘생태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 절대보전지역을 파괴하면서 군사기지를 만들고 있지 않느냐. 이런 ‘쇼’(생태마을 조성)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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