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시장이란 이름의 다른 공간

▲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이승택

▲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이승택

도시가 시장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되었다는 의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 잉여생산물을 교환, 매매 하는 공간으로 현대의 시장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오랜 기간 우리 곁을 함께 해온 전통, 재래시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상업기능을 모은 쇼핑몰,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웃렛까지 우리 주변에는 여러 목적의 시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시장들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지 하는 것과 주변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다양한 시장의 목적은 자본을 투여해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자는 것입니다.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백화점 등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이런 활동들이 홍보와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쇼핑 아웃렛의 경우도 공간 안에서는 상품을 매매하는 행위만 있을 뿐 인간적인 맛은 전혀 없으며 건물 자체도 지역과 상관없는 정체불명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상권과의 연계를 통한 윈윈전략 같은 것은 전혀 없어서 파주 프리미엄아웃렛의 경우 지역 상권의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이승택

▲ 서울 영천시장 ⓒ이승택

전통, 재래시장은 수천년 동안 서민들과 함께 하면서 애환을 공유하는 시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쇼핑몰, 대형마트, 백화점, 아웃렛 등은 자본 투여에 의해 수익을 내다보는 시설들이기 때문에 그곳이 없어지더라도 지역공동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경제적인 타격이 있을 뿐이지만 전통, 재래시장은 공동체의 해체와 경제적 혼란만이 아니라 도시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그래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그 정책들이라 하는 것이 공동체나 도시계획적 대응이 아닌 하드웨어적인 부분만 이루어지고 있어서 오히려 시장의 정체성을 없애고 시장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약물효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전통, 재래시장은 쇼핑몰과 전혀 다른 성격입니다. 시장의 성격을 이해하고 정체성에 맞는 정책으로 접근되어야만 시장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것입니다. 시장에 갔는데 쇼핑몰, 대형마트의 모습이 교차된다면 그 시장은 이미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우리 시장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우리 시장을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요?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제주의소리/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