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13)] 귀덕해안

애월읍 금성리와 한림읍 귀덕리 사이에는 예전 정짓내라고 불렸던 ‘금성천’이 있다. 금성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한림읍 귀덕리에 이른다. 귀덕리는 귀덕1리와 2리, 3리로 나누어지는 큰 마을이다. 귀덕리라는 마을명은 서기 1300년 고려 충렬왕 16년에 제주도에 14현(縣)을 설치할 때 이 지역이 무인(武人)과 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하여 중국(中國) 중경(重慶)지방의 지명을 따서 귀덕현(歸德縣)으로 이름 지어 불렀다 한다. 애월읍과의 경계를 넘어 맨 처음 만나는 마을이 귀덕1리 마을이다.

▲ 애월읍과 한림읍의 경계를 이루는 금성천(왼쪽). 금성천을 건너면 귀덕1리 마을이 다가선다.ⓒ홍영철
귀덕1리를 대표하는 풍경은 무엇보다도 거북등대이다. 거북등대는 등대의 아래부분에 거대한 거북이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그 위에 등대가 있다. 일주도로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면서 보는 등대다. 이 등대는 ‘큰 여’와 ‘족(아래 아)은 여’로 불리는 갯바위 위에 세워졌고, 등대가 세워진 갯바위는 바닷물이 잠기지 않아 ‘석천도’라고도 불린다. 이 등대와 마주해서 있는 포구가 모살개다. 모살개는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어서 모살개라고 불린다. 모살개는 최근에 만들어지는 포구와는 달리 작고 아담하다. 배를 메어두는 돌도 버섯모양의 자연석으로 세워져 있어서 정감을 더하여 주고, 모살개 동쪽의 용천수도 모살개포구를 닮아 둥그렇게 자연석으로 담을 세워 만들어 졌다.

▲ 귀덕1리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거북등대(왼쪽 위)와 모래가 바닥에 깔린 모살개(오른쪽 위), 모살개옆에 모살개를 닮은 용천수(왼쪽 아래)가 있다. 모살개의 배를 메어두는 기둥.ⓒ홍영철
모살개의 동쪽으로는 음력 2월 초하루 바다밭과 뭍의 밭에 씨를 뿌리고 간다는 영등할망이 바다로부터 들어온다는 복덕개가 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이 포구의 이름도 복(福)자와 덕(德)자를 합하여 지어졌다. 복덕개를 찾기 위해서는 모살개에서 일주도로로 다시 나가서 잠시 동쪽으로 가다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바다로 내려서야 한다. 영등할망은 이 곳 귀덕리의 복덕개로 들어와서 제주의 동쪽 끝인 우도로 나간다고 한다. 복덕개는 모살개가 만들어지기 전 사용했던 포구로 지금은 작은 터웃배 한 척이 쉬고 있는 작은 포구로 바뀌었다. 복덕개는 주변에 바다가까이 민가가 들어서고 일부가 매립되어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고 있다. 영등할망이 들어와서 제주의 생명의 씨를 뿌리고 간다는 이곳이 점차 사라지고 퇴색하고 있다. 영등할망의 이야기를 담아 작은 표지판이라도 세워서 이 곳의 의미를 알렸으면 한다. 해마다 바뀌는 해안의 모습에 영등할망이 길을 잃지 않게 하려는 작은 소망도 담아서….

▲ 음력2월초 영등할망이 들어온다는 복덕개(왼쪽)와 자리돔을 잡는 그물.ⓒ홍영철
모살개를 나와서 일주도로를 건너면 귀덕연대가 있는 귀덕초등학교로 가는 길이 있다. 귀덕연대는 명월진에 소속되어 있는 연대로 동쪽의 애월연대와 서쪽 귀덕2리의 우지연대와 교신한 연대다. 귀덕연대는 귀덕초등학교의 북쪽 울타리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데, 지금은 연대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고 잔디로 덮인 작은 동산이 있고, 윗부분에 연대의 주춧돌로 여겨지는 돌들이 남아 있다. 이 곳 연대에 올라서 바다를 보면 거북등대와 귀덕1리의 바다가 보인다. 지금은 이 곳과 바다 사이에 4차선 일주도로가 있어서 멀리 보이지만, 예전의 모습을 추정해 보면 복덕개와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귀덕초등학교 내에 있는 귀덕연대의 모습(왼쪽). 귀덕연대에서 바라본 귀덕1리 바다.ⓒ홍영철
귀덕1리와 귀덕2리는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해안도로로 접어들면 귀덕2리 바다와 수원리, 한수리를 거쳐서 한림리와 옹포리까지 이어진다. 귀덕2리의 옛 지명은 ‘진질’이다. 이 지명은 귀덕2리의 진질개에서 일주도로 쪽으로 상당히 긴 마을길이 있어서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이 진질의 양쪽 끝은 ‘진질개’라는 포구와 일주도로가 접하고 있다.

▲ 기다란 길이라는 의미의 '진질' 진질의 끝에는 진질개가 있다(왼쪽). 돌담을 타고 줄기를 뻗는 계요등은 이름은 닭오줌풀이라는 의미지만, 앙증맞은 모습으로 좋은 길동무가 된다.ⓒ홍영철
진질개포구의 한 귀퉁이에 일부러 쌓은 듯한 돌 무더기가 있는데, 언뜻 보면 사악한 기운을 막고자 쌓아 놓은 방사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꼭대기로 오를 수 있게 돌계단이 있다. 이 것은 멀리 나간 배들이 포구를 찾도록 불을 피워 알리는, 등대역할을 했던 도대불이다. 이 도대불도 포구가 확장되면서 허물었다가 다시 쌓은 것으로 보인다.    

▲ 진질개도대불은 방사탑과 비슷하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왼쪽). 진질개포구의 모습.ⓒ홍영철
진질개주변은 과거에는 소금밭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진질개포구 주변에는 새설소금밭이 있었는데, 포구를 확장하고 조간대를 매립하여 리사무소와 마을회관을 지었다. 조간대를 매립하여 해안도로를 만든 이래로 조간대는 쓸모 없이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조간대에는 공공의 편익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아무 거리낌없이 메워진다. 그 위로 해안도로가 지나고, 포구를 넓히고, 마을회관이 들어선다. 조간대는 바다생명들이 어린 시절을 보내는 요람이자, 고향이다. 조간대를 없애고, 먼 바다의 물고기를 바라는 것은 뿌리 없는 나무에서 열매를 바라는 격이다.

▲ 귀덕-옹포간 해안도로(왼쪽)와 귀덕2리 마을회관, 모두 조간대 위를 덮고 있다.ⓒ홍영철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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