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어머니 형상 용암석의 웃지 못할 뒷 얘기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갤러리 안착 후 관람객 사랑 한몸에

10억에 일본에 팔려갈 뻔한 기이한 형상의 제주 용암석이 우여곡절 끝에 제주로 돌아온 사연이 뒤늦게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제주돌문화공원 내 새롭게 문을 연 오백장군갤러리에 전시돼 소망을 비는 돌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설문대할망 용암석’이 주인공이다.

‘어머니의 방’이란 별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기이한 1.5m 규모의 돌은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진 형상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쏙 빼닮고 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기가 막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그 조형적 가치가 뛰어나다.

불심으로 보면 부처상이고,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면 성모마리아 상이다. 돌문화공원은 설문대할망이 막내 아들을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설문대할망 상징 용암석’이라고 이름 붙였다.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은 “모두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상”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백 단장은 지금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설문대할망 용암석’이 겪었던 우여곡절을 뒤늦게 공개했다. 한때 10억에 일본에 팔려갈 뻔한 위기를 겪었을 정도로 부침이 심했었다고 백 단장은 소개했다.

▲ 설문대할망 상징 용암석 ⓒ제주의소리

곡절 많은 사연은 이렇다. 건설업자 세 사람의 공동소유였던 이 돌은 탐내는 사람이 많은 억 단위 매물이었다. 세 사람에게 아파트 한 채씩 주고 한 사람당 2천만원씩 웃돈을 얹져주는 식의 거래 조건도 제시됐었다.

하지만 공동소유자 세 사람의 의견이 맞지 않으며 몇 차례에 걸쳐 거래는 무산됐고 이 돌을 한 재일교포가 10억에 사겠다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거절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이때 골동품 중간상인의 속칭인 ‘나까마’가 “이 돌은 일본에 절대 보내면 안된다. 우리나라 국보다. 보내려 하면 부셔버리겠다”고 막아서고 나서서 다행히 한국에 남아있게 됐다.

한편 제주의 한 돌 수집가가 소문으로 들어오던 이 돌을 찾아 헤매 다니고 있었다. 바로 백운철 전 제주목석원 원장이다. 우연찮게 돌 소유주를 만나게 된 그는 몇 번이고 찾아가 이 돌의 가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 단장은 “이 돌은 박물관에 갈 돌이다. 서울이나 다른 나라에 갈 돌이 아니다. 문화재인데, 박물관서 교육자료로 보존해야 한다,며 울고 달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지극 정성 덕인지 그들은 6천만원에 그에게 돌을 넘겼다.

▲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 ⓒ제주의소리
자연이 빚어낸 뛰어난 형상 탓에 숱한 수난을 겪었던 이 돌은 지금은 돌문화공원에 지난해 9월 새로 문을 연 오백장군 갤러리에 자리하면서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백 원장은 “불교 신자들은 보살이 공자를 안고 있는 상, 수녀들은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상으로 본다. 어쨌든 어머니가 애를 안고 있는 상이니 이 돌이 전시된 공간에 ‘어머니의 방’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이 돌에 동전을 던지며 소망을 비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동전들 때문에 석상이 물에 비친 물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던지는 걸 마다할 순 없지 않겠냐”면서 “여기 모인 돈으로는 제주돌문화공원 내에 곶자왈 사유지를 사들이기 위해 곶자왈공유화재단에 기증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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