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미동포 3세 브렌다 백선우 씨 ‘Moon Tides’ 발간
제주해녀 기록한 포토에세이…“출산하는 마음으로 내놓은 책”

▲ 브렌다 백선우 씨가 제주해녀들의 삶을 기록한 포토에세이 ‘Moon Tides-Jeju Island Grannies of the Sea(물때-제주 바다의 할머니들)’를 최근 출판했다. ⓒ제주의소리

물 알 삼년 물 우이 삼년(물 아래 삼년 물 위에 삼년). 대부분의 삶을 바다에서 보내는 제주해녀들의 삶을 의미하는 제주속담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재미교포 3세 브렌다 백선우(64. Brenda Paik Sunoo. 한국명 백은숙) 씨가 제주해녀의 삶과 속살을 기록한 책 한권을 들고 다시 제주 땅을 찾아왔다.

이방인인 백선우 씨가 ‘물 알 삼년 물 우이 삼년’이란 마음가짐으로 모두 7개월간(2007~2009년 사이) 제주에 머물면서 해녀들과 만나 그들의 삶을 채록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포토에세이 ‘Moon Tides-Jeju Island Grannies of the Sea(물때-제주 바다의 할머니들)’다. 22일 오후 그녀를 만났다.

▲ 재미동포 3세 브렌다 백선우 씨가 제주해녀를 담은 자신의 책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 3년 동안 제주 숱하게 오가며 7개월을 고스란히 해녀들과 동거(?)

3년 전 어느 봄날, 영등할망이 제주에 들어온다는 ‘영등환영풍어제’에서 기자와도 인터뷰(기사-제주해녀와 美바나나농장 이민1세대 닮았어요)했던 프리랜서 작가이자 사진가인 백선우 씨다. 당시 기억에 지독하게 제주와 제주해녀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여인으로 기억한다.

당시 그녀는 “제주해녀들이 바다와의 교감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힘과 치유의 기(氣)를 기록하고 싶다”며 ‘제주해녀의 삶’을 다룬 책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 결과물이 이번 포토에세이 ‘‘Moon Tides-Jeju Island Grannies of the Sea’다.

▲ 재미동포 3세 브렌다 백선우 씨 ⓒ제주의소리
이번 포토에세이는 ‘샤머니즘’, ‘가족’, ‘생존’, ‘고통’, ‘나이듦’, ‘연민’, ‘미래’ 등 7개 주제로 나눠 해녀들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일생을 담아내려 무던히 애를 쓴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다.

이 때문에 백선우 씨는 해녀들을 인터뷰하면서 직접 물질(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제주어)까지 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피상적 기록이 아니라 거칠고 고된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공유하고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흘린 눈물이 적지 않다. 해녀들의 녹록치 않은 인생살이를 몸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죄다 체득할 수야 없었지만 생존을 위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바다를 밭으로 여기고 날마다 물로 뛰어들어야 하는 해녀들의 삶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백선우 씨는 “제주해녀와 그리고 제주바다와 소통하고 싶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제주해녀들의 출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어 그들과 친구가 되길 원했다”고 말한다.

# "북촌리 홍숙자 씨가 준 뜻밖의 선물 '물중이' 내 생의 보물"

그녀는 또 “제 나이 육십 넷, 해녀들 중 저와 비슷한 나이 분들이 많이 있어서 더욱 가까이서 모든 일상을 그들과 함께 경험하고 싶었다”며 “그분들이 들려준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이 책에 낱낱이 담았다. 제주4.3사건에 희생된 많은 양민들의 아픔까지도…”라고 덧붙였다.

특히 백선우 씨는 이번 책에 소개된 해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일이 책을 선물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촌리에 거주하는 홍숙자(58) 씨와의 사연을 들려주며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백 씨에 따르면 해녀였지만 교통사고로 6년간 투병한 이후 하반신에 장애가 와버린 홍숙자 씨를 2008년 인터뷰하면서 그녀가 백 씨에게 “다음에 만나면 옛날 해녀들이 물질할 때 입었던 물중이(해녀복)를 선물하겠다”고 했었다는 것. 그런데 어제(21일) 홍 씨를 만나러갔는데 그 사이 물중이 두벌을 만들어 보관했다가 선물하더라는 것이다. 생애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단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도 없던 자신과의 약속을 허투루 하지 않고 물중이를 손수 기워 만들어 선물해준 홍숙자 씨의 마음 씀씀이에 백 씨는 “이것이 제주해녀들, 제주여인들의 순박한 마음이다. 제가 제주의 매력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백 씨의 책에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매일 바다에 나가고 싶다는 조정순 해녀, 해녀들의 안전과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잠수굿 무속인 서순실 씨와 이용옥 씨, 아내보다 더 오랜 시간을 다른 해녀들과 지낸다는 해남(海男) 고명호 씨 등의 이야기도 오롯이 담고 있다. 전체 26명과의 인터뷰 내용과 200여컷의 사진을 담고 있다.

▲ 재미동포 3세 브렌다 백선우 씨가 자신과 인터뷰 했던 홍숙자(58.북촌리) 씨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 제주해녀들의 옛 잠수복인 물중이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 브렌다 백선우 씨(왼쪽)는 이번 책 출판을 위해 직접 물질을 배워 제주해녀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는 등 생생한 기록을 담아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 이번 책은 나의 조상과 뿌리에 바치고 싶어

제주를 주제로 한 다음 작업을 기획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번 책을 만드는 과정이 마치 어머니가 뱃속에 아이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이었다”며 “이제 세상에 아이를 낳았으니 이 아이를 잘 키우는데 우선 집중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인터뷰에 동석했던 한영숙 제주대교수는 “다음 주 서울에서 이번 포토에세이 출판을 알리는 기자회견 등을 가진 후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탕수수 농장 일꾼으로 미국 땅을 밟았던 자신의 조부모를 비롯한 미국이민 교포 1세대의 삶과 척박한 제주해녀들의 삶이 너무 흡사하다는 백 씨는 “이번 책은 나의 조상과 나의 뿌리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브렌다 백선우(B13sunoo@AOL.COM) 씨의 포토에세이 ‘Moon Tides’(서울셀렉션 출판, 값 4만2000원)는 제주해녀박물관, 김녕미로공원, 한빛여성의쉼터, 제주갈옷 전문업체 몽생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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